반려동물: 우린 왜 고양이를 까칠하다고 생각할까?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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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지난 수천 년간 인간과 함께 살며 길들였음에도 고양이에 대한 이미지는 비교적 좋지 못하다
    • 기자, 스티븐 다울링
    • 기자, BBC Future

개들은 속마음을 생물학적으로 거의 숨기지 못하는 존재처럼 보인다. 땅을 헤집고 킁킁거리고 꼬리를 흔드는 행동을 통해 만족감, 초조함 또는 순수하고도 꾸밈없는 기쁨 등을 표현한다.

유명한 유화 작품인 '포커치는 개'와 달리 개들은 형편없는 포커 플레이어일 것이다. 우린 개들의 기분을 너무 쉽게 읽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 또한 정교한 신체 언어를 구사한다. 이들의 기분은 꼬리, 털, 귀, 수염 등을 통해 나타난다.

고양이가 가르랑거리는 소리를 낸다면 (아닐 때도 있지만) 대개 친근감과 만족감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고양이가 혼자 있고 싶은지 아니면 친근한 상태인지 알고 싶을 때 가장 믿을만한 방법이기도 하다.

인간은 개와는 충분한 유대감을 쌓아왔다고 자부하지만, 지난 수천 년간 인간과 함께 살며 길들였음에도 고양이에 대한 이미지는 비교적 좋지 못하다.

많은 이들이 장점으로 여기는 고양이 특유의 독립성을 주인에 대한 무관심이나 이기심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은 고양이는 배고플 때만 진정한 애정을 보이는 존재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물론 고양이를 키우는 이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고양이도 여느 개만큼이나 주인과 강한 유대감을 쌓을 수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런데도 왜 이 무관심하고 까칠하다는 이미지는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어느 정도 사실인 부분도 있을까.

고양이가 '독립적'이라는 인식에도, 반려동물로서의 인기는 사그라들지 않는다.

영국에서만 반려묘가 1000만 마리 정도 규모로 추정되며, 2012년 어느 연구에선 적어도 반려묘 1마리를 기르는 가정이 전체 가정의 약 2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에 고양이가 어떻게 인간에게 길들여졌는지를 살피면 고양이가 지닌 이미지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고양이는 개보다 훨씬 점진적인 가축화 과정을 거쳤으며, 훨씬 더 유리한 입장이었다.

야생 고양이의 가축화는 약 1만 년 전 신석기 시대 중동 지역에서 처음으로 나타난다.

고양이들은 인간에게 먹이를 의존하지 않았다. 인간은 고양이에게 농작물이나 식품 저장소를 노리는 쥐나 해충 등을 잡아먹으면서 스스로 먹을 것을 구하게 했다.

즉 고양이는 처음부터 사냥에 함께 참여하고, 사냥감을 얻어먹기 위해 인간에게 의지했던 개보다 인간에게서 조금은 더 멀리 떨어진 거리를 유지했다.

현재 소파에 웅크리고 있거나 책장 꼭대기에 올라앉아 여러분을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고양이는 야생 시절의 본능을 여전히 많이 간직하고 있다. 사냥하고 자신의 영역을 순찰하며 다른 고양이로부터 지키려는 본능이다.

현재의 고양이는 개보단 자신들의 조상에 더 가깝다. 우리가 길들였다고 해서 야생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존재가 된 건 아니다.

'사람들은 고양이가 개처럼 행동하길 바랍니다'

세계고양이수의사회(ISFM)의 이사를 맡은 수의사 카렌 히스탠드는 고양이 종에 대한 이런 인식의 대부분은 은 "인간의 오해"라고 말한다.

"개와 인간은 매우 비슷하고 또 오랫동안 함께 살았습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함께 진화했다고 볼 수도 있죠. (반면) 고양이의 경우 가축화가 진행된 건 더 최근의 일입니다. 고양이는 사회적으로 어울리지 않고 혼자 살아가던 조상으로부터 진화했습니다."

인간이 길들인 아프리카들고양이는 주로 혼자 지내다 짝짓기 시기에만 만난다. 히스탠드는 "우리가 가축화한 다른 동물들은 다른 종과도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반면, 고양이는 그렇지 않다"며 "고양이들은 길들여진 유일한 비사회적 동물"이라고 설명한다.

이같이 고양이의 '별다른 점'을 고려하면 우리가 이들의 신호를 잘못 이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놀랍지 않다.

히스탠드는 "고양이는 스스로 결정을 내리려는 성향이 강하고 또 자기 자신을 돌볼 수 있기에 점점 더 (반려동물로) 인기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들의 생활 습관이 맞는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인간은 고양이가 인간이나 개처럼 행동하길 바란다. (그러나) 고양이는 인간도, 개도 아니"라고 말했다.

한편 고양이의 감정과 사회성에 관한 연구는 개에 관한 연구보다 늦게 이뤄졌지만, 최근 들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물론 연구 대부분이 초기 단계이나, 벌써 전문가들은 인간에 대한 고양이의 사교성은 꽤 복잡한 스펙트럼으로 이뤄져 있다고 말한다.

어떤 이들은 고양이는 배고플 때만 진정한 애정을 보이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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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고양이들은 정말 배고플 때만 애정을 보일까?

"고양이의 사교성은 매우 가변적입니다. 유전학적인 요인도 있고, 보통 생후 6~8주간의 경험을 통해서도 사회성이 결정됩니다. 만약 이 시기에 인간과 긍정적인 경험을 쌓았다면 인간을 좋아하고 인간과 어울리고 싶어 할 것입니다."

사실 고양이를 길들이는 일 자체가 스펙트럼이다. 길 잃은 고양이는 인간으로부터 숨거나 도망치는 등 야생 조상과 훨씬 더 비슷한 행동 양상을 보인다.

지중해와 일본 일부 지역에선 "공동체 고양이" 집단이 어촌 등지에서 번성하며 현지 주민들의 마음을 사기 충분할 정도로 우호적으로 굴기도 한다. 예를 들어 터키 이스탄불에서는 반 떠돌이 고양이들이 지역주민들의 보살핌을 받다가 최근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되는 등 도시 정체성의 일부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주인과 같이 사는 집고양이들도 있다. 그러나 집고양이들도 스펙트럼으로 이해해야 한다. 어떤 집고양이는 상대적으로 주인과 거리를 유지하는 반면, 인간과 함께 잘 지내는 고양이도 있다.

고양이와의 강한 유대감?

그래서 만약 고양이와 강한 유대감을 쌓고 싶다면 무엇에 주의해야 할까.

개와 마찬가지로 고양이 또한 음성이 아니라 몸짓으로 더 많이 의사소통한다.

그런데 고양이의 행동을 연구하는 크리스틴 비탈레 박사는 "고양이의 몸짓은 개의 몸짓보다 읽기 어렵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는 딱히 고양이의 잘못은 아니다.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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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상황이 안정적일수록 고양이는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한다

개가 고양이보다 인간에게 더 많은 애정을 받게 된 원인으로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을 꼽아볼 수 있다. 영국 포츠머스 대학의 한 연구에 따르면 개들은 유아와 비슷한 표정을 흉내 낼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인간 주인의 애완견에 대한 양육 욕구를 자극한다.

눈썹 안쪽을 들어 올리는 근육의 발달로 인한 이러한 표정은 조상인 늑대에선 발견되지 않는다. '강아지 눈'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상투적인 표현이 아니며, 개의 이러한 표정은 사람 간의 유대를 강하게 만든 진화적 수법이다.

이런 얼굴 근육은 고양이에겐 거의 없다. 그렇기에 고양이의 시선은 차갑거나 까칠해 보일 수 있으며, 고양이 2마리가 서로 노려보는 행위는 싸움을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방 반대편에서 고양이가 천천히 눈을 깜박거리며 여러분을 바라보는 행위는 사실 애정의 표현이다. 고개를 한쪽으로 돌리는 모습도 업신여기는 것이 아니라 여유로움의 표시일 수 있다.

한편 비탈레 박사는 과거 오리건 주립대에서 자신이 진행한 연구 내용을 설명했다. 주인이 개나 고양이를 방에 남겨두고 얼마 뒤 돌아오는 실험이었다.

그 결과 "흥미롭게도 주인에게 애착을 느끼는 대부분의 고양이는 (주인이 다시 돌아오자) 다가와 인사한 뒤 다시 방 안을 탐험하러 나섰으며, 개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만약 개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방안을 뛰어다니다가 가끔 주인에게 돌아왔다면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걱정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게 비탈레 박사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이를 '안정 애착' 즉, 주인이 돌아왔을 때 다시 편안하고 차분해지는 상태로 부른다. 주인과 강한 감정적 유대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고양이가 천천히 눈을 깜박거리며 바라보는 행위는 애정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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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고양이가 천천히 눈을 깜박거리며 바라보는 행위는 애정의 표현이다

비탈레 박사는 "인간의 편향된 기대가 동물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고양이에게 개처럼 인간에게 엄청난 관심을 두라고 강요하는 일은 고양이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막는다는 것이다.

'상황이 안정적일수록 고양이는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한편 히스탠드는 우리가 역사적으로 고양이의 기질이 개와 다르다는 걸 인식하지 못했다고 했다. 다년간 훈련받은 전문가들조차 피해 갈 수 없는 문제다.

"2007년 한 학회에 참석했을 때 완전히 바보처럼 느껴졌다"는 히스탠드는 "예를 들어 고양이는 사실 물과 먹이를 각각 다른 장소에 두는 것을 좋아한다는 등 몰랐던 기본 정보를 알게 됐다. 이러한 연구는 꽤 최근에 발표됐긴 하나,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잘못 알았다는 걸 깨닫고 겸손해지면 흥미로운 사실들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고양이가 주인에게 몸을 비비는 모습을 예로 들어보자.

이러한 행위는 마치 야생 고양이가 영역의 나무 등에 몸을 비비는 것처럼 일종의 영역 표시로 여겨졌다.

하지만 고양이가 사람에게 몸을 비빌 땐 보통 소속감의 표시이다. 고양이는 자신의 냄새를 사람의 피부로 옮기고 또 동시에 사람의 체취를 자신의 털에 묻힌다.

이는 보통 야생 고양이가 동맹을 맺고 있는 다른 고양이에게 하는 방식으로, "공통의 체취"를 만들어 친구와 적을 구분하는 것이다.

히스탠드는 결국 고양이의 주변 환경이 안정적일수록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양이는 먹을 것과 물, 잠자리, 화장실 등을 원한다. 그리고 환경이 올바른 방식으로 잘 갖춰졌을 때 비로소 사회적 유대감 형성에 나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집에 돌아왔는데도 고양이가 소파에서 조용히 살펴보고 있거나 늘어지게 하품하며 복도를 걸어 다니고 있다고 해도 실망하지 않길 바란다.

그들 나름대로, 조용한 방식이지만 여러분에게 반가움을 표시하는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