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이 버려진 기상관측소에 들어간 이유

드미트리는 여행 중에 버려진 기상 관측소에서 북극곰 무리를 우연히 마주쳤다

사진 출처, dmitrykokh.com

러시아 IT 사업가 드미트리 코크는 6년 전 취미로 야생동물 사진을 촬영했다. 그때만 해도 그가 찍은 사진이 전 세계에 퍼질 것이라고는 알지 못했다.

드미트리가 가장 최근 사진을 찍은 곳은 유네스코에서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한 러시아 북극 추코트카 자치구 브랑겔섬이다. 그는 이곳에서 오랜 꿈인 북극곰 촬영에 나섰다.

그는 여행 중에 버려진 기상 관측소에서 북극곰 무리를 우연히 마주쳤다. 이 북극곰들은 드미트리가 촬영한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널리 공유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상당한 유명세를 얻었다.

BBC 러시아는 드미트리에 북극곰과의 조우에 대해 질문했다. 드미트리는 러시아에서 이 사진으로 야생동물 사진상을 수상했다.

러시아에서 매년 북극곰 200마리가 밀렵꾼의 손에 목숨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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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러시아에서 매년 북극곰 200마리가 밀렵꾼의 손에 목숨을 잃는다

드미트리는 "과거 여러 장소에서 북극곰 사진을 찍었지만 아쉬움이 남았다"며 "그래서 좀 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팀과 함께 추코트카에 갔다"고 말했다.

여행의 종착지는 브랑겔섬이었다. 이곳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북극곰들이 출산을 위해 찾는 자연보호구역이다.

과학자들은 매년 임신한 북극곰 500마리가 새끼를 낳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비현실적인 경험이었다'

드미트리와 친구들은 러시아 극동 추코트카 자치구의 주도인 아나디르에서 출발했다.

그들은 긴 준비 끝에 2000km 여행을 위한 범선 한 척을 마련했다.

여행 중에 폭풍이 오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자, 그들은 작은 섬 콜류친에 정박해 피신하기로 했다.

드미트리는 바로 이곳에 있는 버려진 기상 관측소에서 북극곰을 조우했다.

그는 "우리는 관측소 안쪽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걸 느꼈다"며 "쌍안경을 꺼내서 보니, 북극곰이었다"고 회상했다.

러시아 북극에 서식하는 북극곰 수는 5000~6000마리로 추정된다

사진 출처, dmitrykokh.com

사진 설명, 러시아 북극에 서식하는 북극곰 수는 5000~6000마리로 추정된다

드미트리는 버려진 건물 창밖을 무심한 표정으로 내다보던 거대한 생명체에 매료됐다.

그는 북극곰에 직접 다가가진 않았다. 대신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을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는 "나는 북극곰에 대한 많은 이야기와 사진을 봤다"며 "하지만 이런 광경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비현실적인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한편으로는 웃기고, 다른 한편으로는 비현실적인 경험이었습니다. 건물이 곧 쓰러질 것 같이 낡았기 때문이에요. 저는 촬영하는 동안 자동차, 건물, 휴대폰, 컴퓨터, 비행기 등 내 주변의 모든 사물에 대해 생각했어요. 이 모든 것들이 기상관측소처럼 조만간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드미트리가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부분은 또 있다. 북극곰이 곧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드론으로 촬영

드미트리는 북극곰에 직접 다가가진 않는 대신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사진 출처, dmitrykokh.com

사진 설명, 드미트리는 북극곰에 직접 다가가진 않는 대신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사실 북극곰이 폐건물에서 발견된 것은 북극곰들이 야생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드미트리는 북극곰 전문가 아나톨리 코치네프를 만나 더 자세한 내용을 물었다. 코치네프는 추코트카에 15년 동안 살면서 북극곰을 가까이서 관찰했다.

코치네프는 북극곰이 "인간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폐건물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밀렵꾼을 피해서..

러시아에서 북극곰 사냥은 금지됐다. 하지만 드미트리는 "과거 사람들은 북극곰을 사냥했고, 지금도 밀렵꾼들이 사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IFAW) 러시아 지부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매년 북극곰 200마리가 밀렵꾼의 손에 목숨을 잃는다.

현재 러시아 북극에 서식하는 북극곰 수는 5000~6000마리로 추정된다.

코치네프는 "북극곰들은 멀리서 모터 소리나 다른 소리를 들으면 잠재적인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건물 안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코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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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러시아 IT 사업가 드미트리 코크는 6년 전 취미로 야생동물 사진을 촬영했다

드미트리는 그들이 정박하기 전에 크루즈선이 근처를 지나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는 크루즈선 때문에 북극곰이 텅 빈 기상관측소에 피신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북극곰은 생존할 수 있다"며 "우리가 북극곰을 보호하기 위해 나선다면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드미트리가 야생동물 사진 촬영을 취미로 갖게 된 이유는 "삶에서 무언가 빠진"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사진 촬영을 위해 다시 북극으로 향할지도 모른다.

앞서 그는 향유고래의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물속에 들어갔다. 그는 이번에는 장엄한 북극곰이 수영하는 모습을 촬영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다음 계획은 무엇일까? 드미트리는 흥분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나콘다를 찾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