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킹 캡: 당신이 생각보다 호감가는 '첫 인상'을 가진 이유

사진 출처, Getty Images
- 기자, 데이비드 롭슨
- 기자, BBC WorkLife
우리는 종종 타인과 대화 후 별로 좋지 않은 인상을 남겼다는 생각에 스스로 민망해 한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생각보다 더 호감을 주는 사람일 수 있다.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 당신은 화려한 입담꾼이나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처럼 재치와 기지가 넘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혹은 남들을 지루하게, 또는 기분 상하게 했을 온갖 경우를 상상하며 자신이 실수를 저질렀을지 모른다는 사실에 당황하는가.
전자의 경우에 해당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소수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대화 능력과 타인에게 주는 인상을 다소 낮게 평가한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종종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유쾌한 대화 상대다. 하지만 우리는 타인들이 우리를 친근하게 여기는 모든 단서를 잊은 채 스스로를 짜증나거나 지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나눈 대화와는 전혀 다른 것을 기억하듯이 말이다.
우리의 사회성에 대한 스스로의 인식과 타인의 생각 차이를 '라이킹 갭(liking gap·호감도 차이)'라고 한다. 이것은 우리의 일상에서 타인들과 연결고리를 형성하는 능력을 제한하며, 직장에서 상호 협력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 우리 뇌에 있는 수많은 편견을 수정하기 어렵듯이, 라이킹 갭 역시 바로잡기 힘들 수 있다. 다만 최근의 한 연구는 이 흔한 불안감을 극복하는 방안들을 제시한다.
개인적 영감
라이킹 갭에 대한 초기 조사는 미국 펜실베니아대 심리학자인 에리카 부스비와 거스 쿠니의 경험에서 영감을 얻었다. 어느 날 부스비는 처음 만난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옆에는 쿠니가 앉아 있었다. 쿠니가 보기에는 대화가 매끄럽게 진행되고 있었지만, 부스비는 자신의 첫 인상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었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부스비와 쿠니는 이것이 흔한 현상일 수 있다고 보고 사람들이 타인과 만날 때 갖는 인상을 테스트하기 위해 일련의 실험을 고안했다.
그들은 첫 번째 연구로 학생들을 둘씩 짝지어 어색함을 푸는 대화를 5분간 갖게 한 뒤, 각자 자신의 짝에게 얼마나 호감이 갔는지 평가하게 했다. 짝과 다시 대화하고 싶은지, 혹은 서로 친구로 지낼 것을 상상하는지에 대한 질문도 함께 주어졌다. 또한 각 참여자는 짝이 자신을 다시 만나고 싶어할지, 혹은 친구로 지내고 싶어할지 추측해 보라는 질문도 받았다.
실험 결과,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상대방의 반응에 대해 비관적으로 추측했는데, 이는 참가자들 사이에 일관적으로 나온 답변이면서도 실제 현실과 다른 추측이었다. 대체로 각 참여자는 자신의 생각보다 더 좋은 인상을 타인에게 남겼다. 라이킹 갭의 첫 증거를 보여준 것이다.
라이킹 갭이 일반적인 현상인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다양한 개인 역량 계발 공개 워크숍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이 실험을 재현했다. 여기서도 참석자들의 반응에서 라이킹 갭이 반복적으로 나왔다.
연구팀은 또한 대학생을 대상으로 기숙사 친구들을 9월에 처음 만났을 때 받은 인상, 그리고 10월, 12월, 이듬해 2월, 5월에 갖게 된 인상을 조사했다. 설문조사 결과, 첫 만남에서 확고히 굳어진 라이킹 갭은 몇 달간 지속됐으며, 기숙사 룸메이트들은 서로에 대한 감정을 좀 더 정확히 알게 되면서부터 더욱 안정된 관계를 맺게 됐다. 쿠니는 "라이킹 갭은 거의 일년 내내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누군가는 라이킹 갭이 성별에 따른 차이를 보인다고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부스비와 쿠니의 연구에 따르면, 적어도 그들이 조사한 정신적 관계에서 라이킹 갭은 남녀에게 모두 중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앞서 연구진이 발표한 최근 논문은 엔지니어팀 등 복수의 집단에서 나타나는 라이킹 갭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라이킹 갭이 일대일 대화처럼 집단 내 상호작용에서도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참여자들은 팀원들이 자신들에 대해 갖는 호감도를 일관적으로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이는 직장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암시했다. 직원과 동료 사이에 라이킹 갭이 클수록 서로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피드백을 주는 것을 불편해했고, 업무상 협력에도 관심이 적었다.
긍정적 신호를 놓치다
라이킹 갭은 너무 과한 자기 반성에서 비롯될 수 있다. 우리는 타인에게 준 인상에 대해 걱정하고 우리가 실수로 말했을 사소한 것들을 고민하는 데 여념이 없어 남들이 보낸 모든 긍정적 신호를 놓친다.
우리는 타인의 웃음, 우리를 격려하는 미소, 혹은 그들의 따뜻한 눈길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어린아이들도 이러한 경향이 나타난다. 미 듀크대 심리학·신경과학 박사 바우터 볼프와 그 동료들은 최근 연구 실험으로 어린이들을 둘씩 짝지어 블록 놀이를 하게 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자신의 짝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리고 짝이 자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평가하게 했다. 4살짜리 아이들에게선 라이킹 갭이 나타나지 않았으며, 상대방이 자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정확히 평가했다. 그러나 5살 무렵의 아이들은 처음 만난 짝이 자신과 친구가 되고 싶어할 가능성을 과소평가했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의 발달심리학과 교수 볼프는 "우리는 아주 어릴 때, 누군가가 친절히 대해주면 실제 나에게 느끼는 대로 대해주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린 아이들은 사실 예의에 대해 특별히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라면서 남들이 짜증이나 지루함을 숨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하죠. 사람들이 보여주는 행동과 상대방에 대해 품은 생각을 연관짓는 것에는 더 많은 불확실성이 있습니다. 이는 사람들이 남들의 반응을 추측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자신의 언행을 어느 정도 자각하는 것은 건전할 수 있다.
쿠니는 "다음 기회에 바로잡을 수 있도록 자신의 결점 몇 가지를 짚어보는 것은 올바른 습관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변인들을 짜증나게 했다는 사실을 알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지나치게 비관적이다.
또한 우리의 대화가 약간 서툴지라도, 나 자신의 인상을 비관적으로 판단해 버리면 우리를 진정 높이 평가할지도 모르는 사람들과의 연결을 스스로 차단할 수 있다.
낯선 사람이 주는 위험?
라이킹 갭에 대한 연구는 택시 운전사, 식당 웨이터, 공원에 있는 사람들처럼 낯선 이들과 대화할 때 주로 갖게 되는 두려움을 조사하는 수많은 연구를 연상시킨다.
대체로 우리는 타인과의 대화를 실제보다 훨씬 힘들 것으로 상상한다. 물론, 이는 우리가 애초에 대화 자체를 시작할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다.
영국 에섹스대학 심리학과 선임강사인 질리언 샌드스트롬은 "사람들은 어색한 침묵을 두려워할 뿐"이라고 분석했다. 타인과 소통하기 전후, 우리는 부정적인 생각으로 스스로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즐거운 만남을 가질 수 있는데도 말이다.
초기 라이킹 갭 연구의 공저자인 샌드스트롬은 대화 기법에 대한 교육을 어느 정도 받으면 이러한 불안감을 완화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개입은 실험 참가자들이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후속 경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쿠니는 참가자들이 대화기법 교육에서 얻은 조언을 통해 실수가 될 만한 것들에 관심을 두고, 그들 내면의 부정적인 목소리가 커졌을 수 있다고 추정한다.
그는 "그들은 자신만의 생각에 갇혀버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샌드스트롬의 연구는 우리의 불안을 덜어내는 최고의 방법은 특정 연습을 반복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제시한다. 낯선 타인과 더 많이 대화할수록, 우리는 스스로의 대화 능력에 대해 덜 걱정한다는 것이다.
쿠니는 라이킹 갭의 기본을 이해하면서 일반적인 사회 불안감을 예방할 수 있었다. 그는 "라이킹 갭을 이해함으로써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우리가 타인과의 대화에 대해 고민할 경우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당신이 실수라고 생각한 그 부분을 상대방이 정말 눈치채거나 기억할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라고 제안한다.
당신이 진짜 실수한 경우, 당신은 당혹감을 교훈으로 삼고 다음에 더 좋은 만남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당신은 마음을 편히 가지면 된다. 당신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호감이 가는 사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