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 도전하는 푸틴이 굳이 선거를 치르는 이유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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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블라디미르 푸틴 현 대통령은 오는 15일부터 3일간 열릴 대선에서 또 한 번 승리하며 5번째 집권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 기자, 세르게이 고야스코
    • 기자, BBC 월드 서비스

러시아에선 15일(현지시간)부터 3일간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현 대통령이 또 한 번 승리하며 5번째 집권에 성공하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크렘린궁이 굳이 선거를 치르는 이유는 무엇이며, 이를 통해 푸틴 대통령의 실제 지지율에 관해 무엇을 알 수 있을까.

푸틴 대통령은 사실상 2000년부터 계속 러시아를 통치하고 있는 인물로, 보리스 옐친 전임 대통령에 의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임명됐다. 그리고 이듬해 2000년 3월 대선에 승리하며 정식으로 대통령이 됐다.

이후 측근에 대통령직을 넘기고 총리가 됐으나, 실질적인 권력은 모두 푸틴에게 있었다. 당시 러시아 헌법상 3연임은 금지돼 있었으나, 이러한 수법을 통해 2012년 다시 대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2020년엔 헌법이 개정됐고, 푸틴 대통령은 2036년까지 장기 집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과거 30여 년간 집권했던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18세기 러시아 제국의 예카테리나 2세를 제치고 러시아 역사상 최장수 통치자로 올라서게 된다.

지지 표시

이번 달 군사 시설을 방문해 비행 시뮬레이터를 조작하는 푸틴 대통령의 모습

사진 출처, AFP

사진 설명, 이번 달 군사 시설을 방문해 비행 시뮬레이터를 조작하는 푸틴 대통령의 모습. 러시아 주민들의 삶에 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나 존재한다

러시아에서 선거는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하는 행사가 아니라, 권력자의 권력을 정당화하고 국민의 의견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중요한 행사다.

특히 이번 선거에 있어 푸틴 대통령에겐 단순히 승리뿐만 아니라 투표율도 중요하다. 자국은 물론 전 세계에 지속해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전면전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기에 투표 참여율과 득표율이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 관료들에겐 행정 자원을 동원해 대통령에게 좋은 결과를 갖다 바칠 수 있는 능력을 시험받는 자리일 것이다.

러시아이 독립 뉴스 매체인 ‘메두자’는 크렘린궁이 원하는 투표율은 최소 70%이며, 이중 푸틴 대통령의 득표율이 약 80% 정도 되길 바란다고 보도했다. 이는 2018년 대선 당시 득표율이었던 76.7%를 뛰어넘는 수치다.

BBC의 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결과를 달성하고자 당국은 중앙, 지방 정부 소속 공무원 및 국영 기업 소속 직원들을 동원할 예정이다. 이들에게 선거에 참여 및 현 대통령을 지지하도록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것이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 투표권을 지닌 이들은 약 1억 1230만 명이다.

여기엔 2014년부터 러시아가 불법적으로 점령 중인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 일부, 그리고 2022년 2월부터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및 남부 일부 지역 등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 거주민도 포함된다.

아울러 러시아가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를 입대하고 있는 이웃국 카자흐스탄 내 1만2000명을 포함해 해외 거주 중인 러시아 국민 190만 명도 이번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선

푸틴 대통령은 선거 기간 많은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다양한 지역의 학생 및 근로자들과 만나는 자리에 자주 참석하는 모습이다.

연설 중인 푸틴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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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이번 대선을 앞두고 푸틴 대통령이 ‘2024 세계 청소년 페스티벌 폐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특별 군사 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컫는 러시아식 용어)’은 직접적으로 언급하기 피하고 있지만, 이번 전쟁으로 인한 국제 사회의 대러 제재, 줄어든 해외 여행지, 줄어든 외국 수입품, 유럽과 북미 세계로부터의 고립감 등 러시아 국민들의 삶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늘 존재한다.

게다가 이번 전쟁으로 수십만 명까지는 아니더라도 러시아 군인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울러 지난 2년간 러시아를 떠난 국민은 수십만 명에 이른다. 주로 교육 수준이 높고 부유한 청년들로, 전쟁에 동의하지 않거나 끌려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전사자 사진을 들고 있는 유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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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높은 투표율은 푸틴 대통령의 향후 정책 결정에 정당성을 부여할 것이다

굳이 이번 대선이 아니더라도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 미디어 보도의 핵심 요소로, 러시아 국민들은 이를 피할 도리가 없다.

높은 투표율과 높은 득표율은 주로 우크라이나 침공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을 푸틴 대통령의 향후 정책 결정에 정당성을 부여할 것이다.

대선 후보는?

사실 이번 대선에선 푸틴 현 대통령 외에도 후보 3명이 더 등록했다. 민족주의 성향의 보수주의자인 레오니트 슬루츠키, 러시아 공산당 소속 니콜라이 하리토노프, 사업가이자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의원으로 최근 창당된 ‘새로운 사람들’ 소속인 블라디슬라프 다반코프다.

그러나 세 후보 모두 우크라이나 전쟁 및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으며, 사실상 푸틴 대통령의 경쟁자가 되지 못한다.

푸틴 후보자의 실질적 반대파들은 모두 투옥됐거나, 제거됐거나, 국외로 떠난 상태다. 가장 열렬히 푸틴에 도전했던 알렉세이 나발니는 지난달 러시아의 교도소에서 사망했다.

하리토노프 후보는 푸틴 대통령보다 더 나은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 같냐는 스티브 로젠버그 BBC 러시아어 뉴스 에디터의 질문에 이는 자신이 답할 문제가 아니라며, 유권자들이 “모든 걸 결정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그러면서 “미래로의 예상치 못한 변화”를 촉구했다.

하리토노프 후보는 2022년부터 서방의 제재 명단에 올라와 있다.

니콜라이 카리토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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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이번 선거에 출마한 러시아 공산당 소속 니콜라이 하리토노프 후보. 그를 포함한 모든 후보가 푸틴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상태로, 사실상 푸틴 대통령의 자리를 위협하지 못한다

러시아 ‘자유민주당’ 소속 하원의원인 슬루츠키 후보는 성희롱 혐의로 여러 차례 고발당한 상태다. 슬루츠키 후보는 크림반도에 대한 국빈 방문을 조직한 인물로, 2014년부터 국제 사회의 제재 대상이다.

언론 노출이 가장 적은 건 신생 정당 출신의 신생 정치인인 다반코프 후보다.

화장품 기업의 공동 창업자인 다반코프 후보는 지난해 모스크바 시장 선거에서 5%를 조금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다반코프 후보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평화와 협상”을 주장하면서도 우크라이나 영토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고, 그 결과 국제 사회의 제재를 받게 됐다.

반전을 외쳤던 보리스 나데즈딘은 수만 명이 그의 입후보 추천서에 서명하고자 줄을 섰음에도, 당국의 방해로 이번에 입후보하지 못했다.

투표 절차

투표 기간은 15~17일로, 러시아 역사상 최초로 3일간 대선 투표가 진행된다.

이러한 방식이 처음 시도된 건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헌법 개정안 투표 당시 처음 시도됐다.

독립적인 참관인들이 투표 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할 수 없다며 비난했으나, 이번에도 3일간 투표가 이뤄지게 됐다.

아울러 항의표를 던지기로 유명하거나, 지역 당국이 투표율을 보장하기 어려운 지역에선 온라인 원격 투표 시스템이 처음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한편 국제 사회는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를 선거구로 포함한 것에 대해 러시아를 비난하고 있다. 점령지에서 현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의회’는 1993년부터 러시아에 선거 참관인을 파견했으나, 지난 3년간은 끊긴 상태다.

무엇이 바뀔 수 있을까?

러시아엔 독립적인 여론조사가 없다. 아울러 러시아인 대부분이 국영 언론으로부터 소식을 접하기에, 푸틴 대통령과 그의 정책에 상당히 우호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알렉세이 나발니에 조의를 표하고자 몰려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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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러시아에선 야당에 대한 대규모 공개 지지가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지난 1일, 수감 중 사망한 나발니의 장례식엔 수천 명이 모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생각보다 더 많은 러시아인들이 현 정부에 회의적인 생각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너무 두려워 공개적으로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야당에 대한 사소한 지지 표명에도 가혹한 처벌을 받을 수 있기에 감히 공개적으로 정부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그런 가운데 나발니의 아내인 율리아 나발나야는 지지자들에겐 투표에 참여하지 말 것을, 국제 사회엔 이번 선거 결과를 인정해주지 말 것을 촉구했다.

후자는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전자는 가능하다. ‘메두자’는 푸틴 행정부와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크렘린궁 또한 낮은 투표율에 대해 진심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직 대통령이 당연히 당선되리라 사람들이 믿어 의심치 않는데, 굳이 투표장에 갈까요?”

이번 선거는 거의 분명히 푸틴 대통령이 확실한 승리로 이어질 것이다. 적어도 서류상으론 그럴 것이다.

그러나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한다면 이는 푸틴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 국민들의 지지가 약화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 당국은 통제의 고삐를 더욱더 강하게 조일 것이며, 러시아 사회는 공포와 억압의 분위기로 더욱 빠져들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