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정적 나발니, '교도소에서 사망'

대중들에게 연설하고 있는 알렉세이 나발니

사진 출처, KIRILL KUDRYAVTSEV/AFP

사진 설명, 알렉세이 나발니는 최근 러시아에서 가장 대표적인 반체제 인사였다
    • 기자, 폴 커비
    • 기자, BBC News

지난 10여 년간 러시아의 가장 대표적인 야당 지도자로 꼽혔던 알렉세이 나발니가 북극권 교도소에서 사망했다고 교도소 당국이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가장 강도 높게 비판해왔던 그는 정치와 관련된 극단주의 혐의로 19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나발니는 작년 말 러시아에서 가장 가혹한 교도소 중 한 곳으로 이송됐다.

그의 아내 율리아는 "이 정권을 심판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국제 사회에 호소했다.

나발니의 가장 가까운 측근 중 한 명인 반부패 재단의 이반 즈다노프 대표는 나발니가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실제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나발니가 수감중이던 러시아 야말로네츠 교도소 위치
사진 설명, 나발니가 수감중이던 러시아 야말로네츠 교도소

나발니가 수감중이던 러시아 야말로네츠 지역 교도소 측은 그가 금요일 산책 후 "몸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교도소는 성명을 통해 그가 "거의 즉시 의식을 잃었다"고 밝혔으며, 응급 의료팀이 즉시 출동해 소생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응급의들은 죄수가 사망했다고 선언했다. 사인은 확인 중이다."

몇 시간 후 모스크바에선 정보기관 KGB 본부가 있던 루비얀카 맞은편에 있는 정치 탄압 희생자 추모비에 헌화객들이 줄지어 몰려들었다.

모스크바의 정치탄압 희생자 기념비에 헌화하는 시민들
사진 설명, 시위에 참여하지 말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모스크바 시민들은 금요일 솔로베츠키 정치탄압 희생자 기념비에 헌화했다

검찰은 러시아인들에게 대규모 시위에 가담하지 말라고 경고했고, 모스크바 중심부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무르만스크, 니즈니노브고로드 등 다른 도시에서 여러 명이 구금됐다.

사망 하루 전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47세의 나발니는 건강하게 웃는 모습으로 법원에 출석했다.

아내 율리아 나발나야는 뮌헨 안보 회의 연단에 올라 울먹이며 사망설은 신뢰할 수 없는 정부 소식통으로부터 전해진 소식일 뿐이라며 의심을 표했다.

"하지만 사실이라면 푸틴과 그의 모든 동맹국, 친구, 정부 모두 자신들이 저지른 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날이 생각보다 빨리 올 것이다."

나발니는 이틀 전 아내를 향해 올린 마지막 인스타그램 게시물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지만 매 순간 당신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나발니는 두 자녀를 두고 있으며, 첫째 자카르는 미국 유학 중이고 둘째 자카르는 아직 학생이다.

"저는 어떤 애도도 듣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는 12일(2월) 감옥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그는 살아있었고 건강했으며 행복했습니다." 나발니의 어머니 류드밀라 나발나야가 말했다.

나발니의 핵심 측근인 레오니드 볼코프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교도소 당국의 진술은 그를 죽였다는 자백에 가깝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법정에 영상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나발니

사진 출처, @TEAMNAVALNY

사진 설명, 현지 시간으로 15일 나발니의 모습이 법정 영상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러시아 국영 매체들은 이 소식을 거의 보도하지 않았지만, RT는 한 보도에서 나발니가 혈전을 일으켰다고 전했다.

과거 나발니를 치료했던 모스크바 전문의 알렉산더 폴루판은 이같은 진단을 비웃었다. 그는 이런 종류의 진단은 사후 검사를 통해서만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사망 발표 몇 분 만에 국제 사회는 그간 나발니가 블라디미르 푸틴의 최대 정적으로서 보여준 용기에 찬사를 보냈다.

프랑스는 그가 러시아의 '억압'에 저항한 대가를 목숨으로 치렀다고 말했고, 노르웨이 외무장관은 러시아 당국이 그의 죽음에 큰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보도가 사실이라면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일은 푸틴의 잔인함에 대한 또 다른 증거입니다."

푸틴 대통령의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나발니의 죽음이 첼랴빈스크를 방문 중이던 "대통령에게 보고됐다"고만 말했다. 대변인은 "의료진이 어떻게든 사인을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은 "이번 일로 푸틴 정권의 끔찍한 본질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푸틴의 정적들이 대부분 러시아를 떠난 반면, 알렉세이 나발니는 수개월의 치료 끝에 2021년 1월에 다시 러시아로 돌아왔다. 그는 2020년 8월 시베리아 여행 중 노비초크 신경작용제에 중독된 바 있다.

전문 치료를 위해 독일로 이송됐던 그는 그러나 모스크바로 돌아온 즉시 구금됐다. 독일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는 아내 율리아 나발나야가 동행했고, 여권 심사대에서 아내와 포옹을 나눈 나발니는 즉시 연행됐다.

나발니는 이후 37개월간 감옥을 떠나지 못했다.

공항 여권심사대를 지나고 있는 나발니와 아내 율리아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아내 율리아 나발니야에겐 2021년 1월 모스크바 공항에서 본 모습이 자유의 몸으로서 남편의 마지막 모습이 됐다

나발니의 또 다른 최측근 마리아 페브치크는 그가 분명히 매우 중요한 존재였다고 강조했다. "막중한 책임감이 우리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의 일을 존엄하게 지속해야 하며 항상 그처럼 지혜와 용기를 지녀야 합니다"

올해 47세인 나발니는 오랫동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2018년 대선에서 출마가 금지됐다.

다음 달 열리는 총선은 푸틴에겐 그 어떤 유의미한 위협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반전 후보 보리스 나데즈딘은 수천 건의 후보 지지 서명에서 부정이 발견돼 선거 출마가 금지됐다.

반부패 캠페인의 형태로 야당 활동을 시작한 나발니는 블라디미르 푸틴의 통치에 도전하다 사망한 러시아 저명인사 중 가장 최근 사례가 됐다.

야당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는 2015년 크렘린궁 바로 앞인 모스크바 다리에서 총에 맞아 사망했고, 바그너 그룹의 보스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2023년 8월 용병들을 이끌고 무장 반란을 일으킨 지 몇 주 만에 원인 불명의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주먹을 쥐어보이는 나발니

사진 출처, EPA

사진 설명, 나발니는 최근 크렘린궁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인물로 간주됐다

나발니는 과거 피살에 대한 동료들의 우려를 거듭 비웃었다. 그는 12월 모스크바 동쪽의 교도소에서 이송된 후 북극 마을 하르프에 있는 교도소에 다시 나타날 때까지 몇 주 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나발니는 20일 동안 러시아 전역을 여행한 후 이송되었다고 말했으며며, 법정에 출두해서는 영상을 통해 기자들에게 자신의 상태가 이전 블라디미르의 형무소 시절보다 "훨씬 나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교도소에서 독방 처분을 여러 차례 받았다. 그의 대변인 키라 야르미쉬는 지난달 그가 280일 이상 고립된 채로 지냈다고 말했다.

나발니는 지난 8월 극단주의 혐의로 형량이 더해져 70대가 돼서야 출소할 예정이었다. 이번이 그의 세 번째 징역형이었으며 지지자들은 푸틴 정부가 그를 영원히 침묵시키려 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 인권 운동가이자 언론인인 에바 메르카체바는 금요일에 그가 최소 27번 독방에 수감되었다고 말하며, 그것이 그의 죽음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극한 상황에서의 독방형이 인체에 매우 해롭다는 것을 의사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법에 따라 누구도 15일 이상 격리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