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새 교과서, 청소년에게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권장

사진 출처, Getty Images/BBC
- 기자, 마리아 코레니크
- 기자, BBC
러시아 당국이 러시아 전역 및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 내 모든 학교에 새로운 군사 과목을 도입하기로 했다.
'조국 안전과 수호의 기본 원칙'이라는 이름의 이 과목은 오는 9월 1일부터 15~18세 고등학생 대상 필수 과목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BBC는 해당 과목의 새 교과서 사본을 입수해 368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을 분석했다. 그런데 해당 교과서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크렘린궁 측의 거짓된 주장이 담겨 있었으며, 학생들에게 입대를 권유하는 내용 또한 담겨 있었다.
'조국 안전과 수호의 기본 원칙'은 러시아 전역 및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 5곳의 모든 학교에서 오랫동안 이어진 과목인 ‘안전한 삶의 기본 원칙’을 대체해 1주일에 1회씩 수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아울러 이 새로운 과목의 교사로는 전직 군인들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경력이 있으며, 교육학 학위를 지닌 러시아인들을 대상으로 이미 학교 교사가 될 수 있는 무료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세르게이 크라브초프 러시아 계몽부 장관은 “이 초기 군사 훈련 모듈을 더욱더 현대적이고 흥미 있도록 개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이 새 과목의 첫 교과서인 ‘조국을 지키는 러시아의 군대’는 러시아의 주요 교육출판사인 ‘계몽’에서 출간됐다.
올해 1월 출판사 측은 온라인에서 교사들을 위한 교과서 소개 세션을 마련했는데, BBC는 이를 시청할 수 있었다.
올가 플레초바 대표는 “교사 여러분, 우리는 우리 국가[러시아]의 관점에서 학생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며 말을 꺼냈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다른 관점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 교과서는 여러분들이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고, 특정 사건에 대해 정확히 설명해 주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BBC
특정 사건들을 “정확하게 설명”하고자 해당 출판사는 교과서 제작에 국방부 대변인, 라파엘 티모셰프 중장, 이고르 체르냐크 ‘러시아 신문’ 부편집장이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침략의 구실이 된 '나치의 미사일 공격'
BBC는 ‘조국을 지키는 러시아의 군대’의 사본을 입수했다. 해당 교과서엔 13세기부터 현재까지 “러시아 군인들의 영웅적인 업적”을 담고 있었다.
이 교과서는 구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을 찬양하고 있었으며, “위대한 애국 전쟁(제2차 세계대전을 가리키는 러시아의 용어)” 당시 소련 국민들의 승리를 칭송하고 있었다.
아울러 “러시아의 크림반도 통일(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합병을 가리키는 러시아의 용어)”에서 러시아 군이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도 강조했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BBC
아울러 별도로 지면을 할애해 소위 “우크라이나 내 특별 군사 작전”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적인 침공을 일컫는 러시아의 용어다.
해당 교과서는 “2014년 키이우에서 쿠데타가 일어났을 당시, 새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에 관한 모든 걸 단속하기 시작했다. 러시아 책은 불태워졌으며, 러시아 관련 기념비는 파괴됐고, 러시아 노래와 언어는 금지당했다”는 거짓 주장과 함께 “칵테일 ‘러시안 블러드’ 또한 레스토랑 메뉴에서 삭제될 정도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거짓 주장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러한 정책에 반대했던 루간스크와 도네츠크에선 여러 도시들이 나치의 포탄과 미사일 공격에 시달렸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아울러 이 교과서의 저자들은 “이번 전쟁을 시작하기로 구상한 건 우크라이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였다”는 주장과 함께 “2022년 2월 19일, 뮌헨 안보회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다시 핵무기를 보유할 계획이라며 러시아를 협박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돈바스 지역에 대한 주도권을 되찾고, 크림반도를 점령한 이후 NATO 군을 그곳에 주둔시킬 계획이었다”고 적고 있다.
“우크라이나 병력 및 장갑차가 대규모로 국경 지대에 몰려 있었다”는 주장이다.
한편 우크라이나 출신 정치 분석가인 볼로디미르 페센코는 이는 “모두 잘못된 정보이거나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페센코는 뮌헨 회의에서의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 자리에 참석했는데,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부다페스트 안전 보장 각서’를 언급했다고 한다.
1994년 체결된 각서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다른 국가들로부터 안전을 보장받는 대가로 보유하고 있던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점령하며 이러한 약속은 깨지게 된다.
페센코는 러시아의 이번 새 교과서 속 주장과는 달리 당시 2021년 말부터 우크라이나에선 국경 지대에 러시아 군이 배치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었으며, 그런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각서의 약속이 지켜지고 있지 않음을 강조했다고 한다.
러시아는 뮌헨 회의 직후인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에 돌입했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BBC
한편 이 교과서엔 우크라이나 남동부 도네츠크주 마리우폴이 러시아의 폭격이 아닌 “나치” 및 “외국 용병”과의 전투 중 파괴됐다는 거짓 주장도 들어있다.
BBC가 만나본 전문가들은 해당 교과서가 “우크라이나군은 민간 인프라를 자주 표적으로” 삼는 반면 “러시아군은 진실되게 싸운다”면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민간인의 안전을 우선시하고 있으며, 파괴를 최소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하는 부분에 주목했다.
페센코는 “우리는 부차 등 키이우 주변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민간인 수십 명이 러시아군에 의해 살해되고, 여성들은 강간 피해를 입었던 비극을 기억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사례는 수십 건도 넘습니다. 20년 전 제 직장이었던 하르키우 국립대학교 건물은 러시아군이 도시를 공격하던 첫날 파괴됐습니다. 제 딸들이 다니던 학교 건물도 폭격으로 무너졌습니다. 러시아가 잔인무도하게 파괴해버린 민간 시설 중 하나입니다.”
교실에서 전장으로
‘조국을 지키는 러시아의 군대’의 다른 부분을 살펴보면 러시아 군의 구조를 아주 자세히 다루고 있다. 뒷부분에선 18세 이상이면 군대에 지원하도록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다.
해당 교과서엔 입대 신청에 필요한 서류, 첨부해야 하는 사진 크기, 지원서를 내려받을 수 있는 링크, 가까운 입대 신청 기관의 주소 등이 나와 있다. 아울러 무료 의료 서비스, 보험, 매력적인 급여 및 하루 3끼 식사와 같은 복지 혜택을 들며 홍보한다.
징집 명령이 내려졌으나 입대 신청 기관에 나타나지 않을 경우 겪을 일에 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신용 카드 사용이 제한되거나, 차를 운전할 수 없거나, 재산을 등록할 수 없는 등 다양한 불이익을 겪게 된다고 한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BBC
크림반도에서 인권 단체를 이끄는 올하 스크립닉 대표는 크림반도와 돈바스 등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에 사는 청년들이 이러한 경제적 유혹에 넘어갈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스크립닉 대표는 “점령지에선 지난 10년간 러시아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선전 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이 지역은 돈을 벌 기회도 마땅치 않은 곳이다. (군대가 아니면) 청년들이 그 정도 월급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어디 있겠냐’고 지적했다.

사진 출처, Telegram channel New Melitopol
스크립닉 대표는 새 교과서가 러시아 전역과 러시아 점령지에서의 예비군 동원에 기여할 것이라 전망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은 전쟁터로 나가 목숨을 잃겠죠.”
지난 2년간의 전쟁에서 러시아는 20세 이하 군인 최소 1240명을 잃었다. 이 또한 BBC 러시아어 서비스가 오픈 소스 정보를 기반으로 사망 사실이 확인된 사람의 수만 집계한 수치다.
그래픽: 안젤리나 코르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