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의 피로감과 번아웃, 왜 발생하고 어떻게 해결할까?

졸고 있는 남성

사진 출처, Getty Images

    • 기자, 데이비드 롭슨
    • 기자, BBC 퓨처

우려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너무 피곤하다”고 말한다. 경우에 따라선 번아웃이 심신을 극도로 쇠약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불편한 증상을 치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날 성인 세 사람 중 한 명 이상이 “거의 또는 항상” 피로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번아웃으로 진단받은 사례도 사상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피곤하게 만드는 것일까? 어떻게 해야만 회복탄력성을 키울 수 있을까?

이를 알아보고자,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롭슨이 문화사학자이자 번아웃 전문 코치인 안나 카타리나 샤프너를 만났다. 샤프너는 1월에 출간된 책, ‘극도의 피로: 피곤한 사람들을 위한 A-Z’에서 피로의 과학과 역사를 살피고, 생활 속 스트레스에 대처법을 증거에 기반해 조언한다.

극도의 피로와 번아웃의 차이점은?

몸의 에너지가 떨어지는 것에 대한 걱정은 시대를 초월해 이어져온 문제다. 많은 자료가 오래전부터 인류가 탈진에 가까운 피로 현상과 그 원인을 고민해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심지어 고대 중국에서도 이러한 우려가 있었을 정도다.

반면 번아웃은 매우 구체적인 증상을 동반하는 증후군을 말한다. 번아웃은 “이인증”과 결합한 직업적 불편함으로, 에너지가 감소하고 에너지의 효용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인증을 겪으면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분리된 것처럼 느끼며, 함께 일하는 사람이나 조직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곤 한다.

즉 탈진에 가까운 피로가 일종의 스펙트럼이라면, 번아웃은 이 스펙트럼에서 가장 심각한 끝단이라 할 수 있다. 번아웃에 빠진 일부 사람들은 절대적인 무력감을 느끼기도 한다. 신체가 “안돼”라고 말하며 기능을 멈추기 때문이다. 그래서 번아웃 상태에선 하는 일을 바꿔야 하거나, 몇 년이 지나야만 회복이 되기도 한다.

번아웃은 왜 점점 더 확산할까?

많은 연구에 따르면, 번아웃 확산은 전 세계적 현상이자 다양한 업무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리의 업무 문화가 더욱 불안정해지고 경쟁이 심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도 원인 중 하나다.

또한 일에 과도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도 원인이다. 오늘날 일은 우리의 감정 세계에서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에서 지위와 수입뿐 아니라, 정당성까지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일을 통해 목적의식과 자아실현의 기회를 얻길 바라는 것이다.

지하철에서 졸고 있는 남성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번아웃 상태에선 “이인증"과 함께, 신체 에너지가 감소하고 에너지의 효용이 떨어진다

과거에는 일과 여가의 경계가 좀 더 명확했다. 하지만 현대 사회의 기술 덕분에 우리는 항상 연결된 상태로 살아간다. 고도로 훈련된 사람이 아니라면, 업무에서 벗어나 있을 때 이메일이나 슬랙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는 게 너무나 어렵다. 우리의 사고가 항상 일을 중심에 놓고 돌아간다는 뜻이다.

번아웃을 일으키는 주 요인은 무엇인가?

연구에 따르면, 번아웃의 대표적인 원인 6가지는 과도한 업무량과 불충분한 자율성, 부적절한 보상, 커뮤니티의 붕괴, 가치관의 불일치, 불공정성이다.

내가 만난 고객들에겐 불공정성이 가장 주 요인이었던 것 같다. 각자의 노력이 정당하게 인정받는다는 인식이 부족하면, 사회적으로 엄청난 고통이 초래될 수 있다. 자신의 기여나 노력이 인정받는다는 느낌이 적으면 번아웃이 발생할 위험이 두 배 더 크다고 말하는 연구들도 있다. 타인의 기여를 인정하고 감사를 표하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다. 하지만 많은 관리자들이 이러한 인식을 심어주는 데 서툰 이 상황이 안타깝다.

개인의 사고 패턴은 원치 않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악화시키는가?

완벽주의와 번아웃 사이에는 입증된 상관관계가 있다. 비현실적으로 높은 성취 목표를 가지고 있고 자신의 업무에 대해 매우 가혹하게 판단하는 사람은 번아웃에 빠질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내면에서 자신을 향해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는 “내면의 비평가”를 가지고 있다. 이 경우엔 내면의 에너지가 쉽게 고갈될 수 있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에게 끊임없이 부정적인 말을 쏟아내는 것 같은 상황인 것이다.

극도의 피로와 번아웃 대처에 도움이 된다고 검증된 전략이 있을까?

극도의 피로를 극복하기 위한 첫 단계는 자신의 선호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안전지대 밖에서 보내는 시간을 현명하게 관리하고, 회복을 위해선 언제 안전지대로 돌아와야 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또한 핵심 스트레스 요인을 이해하고, 그중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나는 코칭을 할 때 수용전념치료(ACT)의 원칙도 사용한다. 두려움과 분노, 슬픔과 같은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갖는 것이 정상이며, 그런 감정이 느껴질 때 반드시 그 감정과 싸울 필요는 없다는 관점을 갖는 게 수용이다.

다른 형태의 치료법에선 내면의 비판자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마음 상태를 추론하고 합리화하려면, 많은 인지 에너지가 소모될 수 있다.

대신 ACT는 객관적인 관찰자의 입장을 취해서, 부정적인 생각 및 감정과 “연결 끊기”를 시도할 수 있다. “나는 X, Y, Z에 대해 정말 화가 났어"라고 말하는 대신 "나는 내가 분노를 느끼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간단한 관점의 전환으로도 우리는 더 많은 통제력과 힘을 얻는 동시에 (부정적 생각 및 감정과) 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회전초밥 벨트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번아웃 전문가인 안나 카타리나 샤프너는 "인간의 두뇌는 초밥을 나르는 컨베이어 벨트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스스로에게 아주 가혹한 평가를 내리는 이들에겐, 이 방법이 매우 효과적이다. 자신이 일을 잘 못하거나 매력적이지 않거나 사랑스럽지 않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면, 이 방법을 통해 그 생각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 또한 자신에 대한 비판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그 출처가 내면의 비평가라는 것을 의식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다.

인간의 두뇌는 초밥을 나르는 컨베이어 벨트와 비슷하다. 두뇌는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우리를 지나치는 수많은 초밥처럼, 우리에게 끊임없는 생각과 감정을 제시한다. 그중에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을 것이다. 초밥집에서 우리가 모든 음식을 일일이 다 집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ACT에서 말하는 수용 역시 영양가가 떨어지는 생각과 감정은 집중하지 않고 지나치는 법을 익히는 것이다.

문화사학자로서 당신은 자조(self-help)의 역사도 고찰했을 것이다. ACT 원칙을 보완해 줄 만한 옛 기술은 어떤 것이 있나?

고대 스토아 철학을 통해, 기대치를 관리할 수 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남긴 아름다운 문구 중 "겨울에 무화과를 찾으러 가는 것은 미친 사람뿐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많은 사람들이 일반적인 삶과 내면의 삶에서 매우 비현실적인 기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기대가 잘못되면, 우리는 실망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우리는 행복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원치 않는 감정은 없애고 좋은 감정만 취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할 수 있다. 하지만 감정은 자연스럽게 변하기 때문에 이런 방식은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높은 기대치는 또한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수치심과 죄책감을 줄 수 있다. ACT에선 이를 “더러운 고통”이라고 부른다. 단순히 분노나 슬픔을 경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기에 고통까지 더하는 것이다.

에너지도 마찬가지다. 에너지가 많은 날이나 달이 있는 반면, 에너지가 적은 날이나 달이 있다. 이러한 기복에 대해 보다 스토아학파적인 접근 방식(기대치를 낮추는 방식)을 취하면 정신적 부담이 커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앞서 당신은 우리 삶에서 일이 중심을 너무나 많이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에 얽매여 일이 우리의 정체성까지 좌우하게 되면, 일을 멈추고 다른 일을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두려워질 수 있다. 우리가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일에 쏟을수록, 삶의 다른 영역은 텅 비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비어 있는 “방”은 우리가 일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볼 때만 비로소 보인다. 삶의 전부가 일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삶에서 의미와 기쁨,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다른 원천을 점진적으로 축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취미를 갖는 것도 좋다. 취미는 경쟁이나 생산성 향상에 대한 욕구에서 완전히 벗어난 "비도구적 활동”이어야 한다. 성취에 대한 압박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취미의 유일한 목적은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목표가 없고 즐거움을 주는 활동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