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이혼'?...각방 쓰는 부부가 늘어나는 이유는

남성 옆에서 귀를 막고 자는 여성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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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파트너가 매우 큰 소리로 코를 곤다면 다른 방에서 자기로 결정하는 이들이 많다
    • 기자, 페르난다 폴
    • 기자, BBC 월드 서비스

모든 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부터였다.

파트너의 코골이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해지면서 세실리아*(35)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코를 골지 못하게 파트너를 밀며 뒤척이게도 해봤다.

그러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에 세실리아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이들 커플은 침실을 분리하자고 결정하게 됐다.

몇 년째 살고 있는 영국 런던 소재 자택에서 세실리아는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온종일 피곤했다”면서 “며칠 밤은 견딜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생활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세실리아는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약간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제대로 잠들 수 있자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세실리아와 그의 파트너(43)는 일명 ‘수면 이혼’을 택한 셈이다.

미국 맥린 병원의 정신과 의사 스테파니 콜리에는 “보통 처음엔 일시적으로 수면 이혼을 한다. 그러다 실제로 혼자 잘 때 더 깊이 잘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고 설명했다.

콜리에 박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보통은 건강 관련 이유가 가장 크다 … 코를 골거나, 다리를 계속 움직이거나, 자다가 일어나거나, 의학적인 이유 등으로 화장실에 자주 가야 해서 움직이고, 뒤척이기에 파트너를 괴롭힌다”고 말했다.

이에 “(수면 이혼은) 확실히 점점 더 흔해지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혼자 침대에서 행복하게 자고 있는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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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에서 늘어나는 현상

지난해 말, 미국의 유명 여배우 캐머런 디아즈는 팟캐스트 ‘립스틱 온 더 림’에서 자신은 남편과 더 이상 같은 방에서 자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침실 분리가 이상하게 받아들여져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고백은 SNS에서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으며, 관련해 각종 기사가 쏟아졌다. 그러나 이는 이 할리우드 여배우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다.

지난해 발표된 ‘미국 수면 의학회(AASM)’ 연구에 따르면 미국 내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3분의 1 이상이 수면의 질을 개선하고자 가끔 또는 정기적으로 파트너와 각자 다른 방에서 잠이 든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경향은 특히 밀레니얼 세대(대략 28세~42세 사이)에서 두드러졌다. 이들 중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43%)가 파트너와 침실을 분리해서 쓰고 있다고 답한 것이다.

연령대 별로 살펴보면 X세대(1965~1980년도 생)가 33%, Z세대(1997~2012년도 생)가 28%,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도 생)가 22%로 그 뒤를 이었다.

콜리에 박사는 “왜 젊은 세대가 침실 분리를 더 선호하는지 그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몇 가지 가설을 생각해볼 수 있다”면서 “우선 커플의 분리 수면에 대한 낙인이 덜하다. 문화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젊은 세대는 ‘수면의 질이 높아지면 기분이 더 좋아지는데 왜 안돼?’라는 식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침대에 누워있는 남성에게 여성이 방문한 모습을 담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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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과거엔 부부의 침실 분리가 일반적이었다

역사적으로 부부의 침실 분리에 관한 생각은 변해왔다.

일부 역사학자에 따르면 ‘부부용 침대(혹은 더블침대)’는 현대적 개념으로, 사람들이 인구 밀집 지역에 몰려 살기 시작한 산업 혁명과 더불어 한 침대에서 자는 커플이 늘어났다고 한다.

그러나 19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부부의 각방 취침은 일반적이었다.

칠레 가톨릭 의과대학의 수면 전문의 파블로 브록만 박사는 “그리고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을수록 부부간 침실 분리가 더욱 흔했다”면서 “왕족들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점은?

우선 전문가들은 침실 분리엔 몇 가지 장점이 있다는 데 동의했다.

콜리에 박사는 “가장 큰 장점은 규칙적이고 깊게 잘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수면의 질은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에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제대로 자지 못하면 면역력부터 신체 기능까지 두루두루 영향을 미친다. 화도 더 많아지고 인내심도 떨어진다. 심지어 우울증에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콜리에 박사는 ‘수면 이혼’이 “더 건강한” 관계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

콜리에 박사는 “커플 사이에서 제대로 휴식하지 못하면 더 자주 다투고, 짜증도 많아지고, 공감 능력도 떨어진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혼자 기지개를 켜고 있는 여성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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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혼자 잘 때 더 규칙적이고 깊게 잠드는 이들도 있다

호흡기내과 의사이자 AASM의 대변인인 시마 코슬라 박사도 이에 동의했다.

코슬라 박사는 AASM이 ‘수면 이혼’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을 때를 언급하며 “AASM은 수면 부족이 기분을 해칠 수 있으며,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이들은 파트너와 다툴 가능성도 커진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 “수면 장애를 겪으면 사람에 대한 분노가 커지고 이는 커플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숙면은 건강과 행복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기에, 일부 커플이 삶의 질을 위해 침실 분리를 선택하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편 세실리아 또한 파트너와 침실을 분리하며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세실리아는 “훨씬 더 편하다”면서 “수면의 질도 높아지고, 침대도 더 넓게 쓸 수 있고, 다른 이를 방해하지 않고도 뒤척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파트너와 같은 시간에 일어나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원할 때, 일어나야 할 때 기상하면 됩니다.”

단점은?

그렇다면 단점은 없을까. 우선 가장 명백한 단점은 침대가 하나 더 필요하고, 보통 방도 하나 더 필요하기에 아예 시도조차 불가능한 커플들도 있다.

그러나 가능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몇 가지 부정적인 영향을 생각해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친밀감 저해를 우려하는 커플이 많다고 말한다.

세실리아 또한 “(침실 분리 이후) 파트너와의 관계에서도 무언가 변화가 생겼다고 생각한다”고 인정했다.

세실리아는 “관계, 친밀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긴 했다”면서도 “그러나 그렇게 심각하진 않다. 장점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콜리에 박사 또한 온종일 일하고 돌아온 이들에게 파트너와 가장 큰 교감을 느끼는 순간도 바로 잠자리에 들 때라고 말했다.

“따라서 커플이 함께 보내는 시간을 최대한 잘 활용하는 것도 해결책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침대 위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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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함께 잠이 들며 ‘꿈 유대감’을 형성하는 커플들도 있다

한편 브록만 박사는 이러한 ‘수면 이혼’이 모든 커플에게 효과를 발휘하는 건 아니라고 지적했다.

“커플의 침실 공유엔 분명 생물학적인 이점이 있습니다. 꿈속에서 유대감을 형성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는 인간으로서의 원시적 발달이죠. 예를 들어 엄마와 아이는 일반적으로 모유 수유를 하며 이러한 유대감을 형성합니다. 수면 주기가 비슷하기에 함께 휴식을 취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브록만 박사는 “수년간 함께 잠든 부부는 서로 연결도가 높아 수면 단계가 더 깊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면서 “즉 수면의 질이 향상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도 만약 ‘수면 이혼’을 시도해보기로 정했다면, 전문가들은 몇 가지 사항을 따르면 좋다고 권고했다.

우선 콜리에 박사는 “한 사람은 원하지만 다른 파트너가 원하지 않을 때는 원망이나 응어리로 이어질 수 있기에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혼자 자고 싶지 않아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파트너가 수면 이혼을 제안하면) 기분이 나빠지죠. 파트너가 함께 동등하게 합의해 두 사람이 모두 인정하는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브록만 박사도 이에 동의했다.

브록만 박사는 “코를 골거나, 몽유병이 있거나, 잘 때 다리에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에겐 어려울 수 있다”면서 “왜냐하면 [침실 분리를] 원치 않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 보통 남성이 이를 더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적어도 일부 국가에선 ‘수면 이혼’이 증가하고 있다.

영국 ‘전국 침대 연맹’이 현재 함께 동거 중인 영국인 커플을 대상으로 2020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거의 6쌍 중 1쌍(15%)이 따로 자고 있으며, 거의 10분의 1(89%)은 아예 침실을 분리했다고 한다.

반면 영국 ‘수면 위원회’의 2009년 조사에선 따로 침대를 쓴다는 커플은 10쌍 중 1쌍(7%)도 되지 않았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전국 침대 연맹’ “지난 10년간 따로 자는 커플의 비율이 약 2배 늘어났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즉 누가 어디서 잘지 결정할 때 점점 더 많은 커플이 수면의 질을 우선시하고 있는 듯한 모양새다.

* 인터뷰 대상자의 요청으로 ‘세실리아’라는 가명을 사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