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은 불까? 북한이 한국 선거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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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구유나
- 기자, BBC 코리아
한국 정치권에서 '북풍'은 선거철 때마다 자주 언급되는 주제였다. 다가오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그럴까?
‘북풍'이란 북한이 선거에 돌발변수로 작용하는 경우를 뜻한다. 주로 무력 도발로 안보 우려를 불러일으키거나 화해·평화 협력에 나서 유권자들의 투표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사례로는 1987년 13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대한항공 858편 폭파 사건, 1996년 15대 총선 전 일어난 북한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침입 및 총격전, 2000년 16대 총선 직전 첫 남북 정상회담 개최 계획 발표 등이 있다.
1997년 대선 때는 당시 보수 진영인 한나라당 측에서 북한에 무력시위를 부탁한 혐의로 기소된 ‘총풍 사건'이 불거지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10일 총선을 앞두고 북한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또다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언급이 나온다.
하지만 분단 후 수십 년이 흐르는 동안 젊은 세대가 북한에 대해 갖는 관심이나 우려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또 북한은 올해 초 한국과 완전히 단절할 것을 선언하며 남북 관계에 새로운 전환점을 예고한 상황이다.
다음 달 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북한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BBC 코리아가 시민과 북한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세대 간 인식 차이
“북한과의 전쟁까지는 걱정하지 않지만, 연초 이후 북한의 도발 강도가 좀 더 세졌다고 봅니다...저같이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은 선거 때 많이 고려하는 부분이죠.”
서울 시민인 70세 이진철 씨는 BBC 코리아에 선거 때 각 정당과 후보들의 북한 관련 공약을 고려해 투표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면 현 야당인 민주당 같은 경우 대북 친북 정책을 많이 쓰고 있고, 윤석열 현 정부는 그런 거에 반대되는 걸 하잖아요. 저희는 거기에 따라서 선택하는 거죠.”
76세 권영원 씨도 최근 남북 간 긴장 고조 상황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권 씨는 “(전쟁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어쨌든 (남북 간) 좋은 관계를 갖고 가야지, (북한에) 맞대응해서 말싸움을 세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선거 때 “(정치인들이) 대북 정책에 대해 많이 논하지 않는 것 같다"며 “자기들 기득권만 챙기지 나라를 위하는 것 같진 않아서 그 점이 늘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반면 인터뷰에 응한 20~30대 시민들은 북한이 선거 때 중요한 고려 요소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바리스타로 일하는 20대 중반 최송아 씨는 선거 때 대북 정책을 아예 고려하지 않는 건 아니라면서도 “(개인적으로) 북한에 관해서는 잘 모른다"며 “솔직히 또래들은 (북한의 도발을) 좀 가볍게 넘기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프리랜서로 일한다는 30대 중반의 한 부부도 투표할 때 북한을 크게 고려해 본 적은 없다고 했다.
남편 홍성우 씨는 2010년 연평도 포격전 당시 입대해 전방 부대에서 근무 중이었다고 했다. 연평도 포격전은 군인 및 민간인 사망자 4명을 낸, 1953년 남북 정전협정 체결 이후 최악의 무력 충돌 사건으로 손꼽힌다.
홍 씨는 “그때도 (북한과)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부대에서 유서를 미리 써놔야 한다, 이런 얘기까지 돌았다"면서 당시에 비하면 현재 남북 긴장 상황이 그렇게 심각한 것 같진 않다고 했다.
“북한의 도발이 총선에 고려되는 요소는 아닌 것 같아요. 휴전국에서 이런 말 해도 되는지는 모르겠는데 뭐 늘상 그래왔으니 그런가보다 싶은 부분이 있죠. TV에서도 별로 비중 있게 다루지 않는 것 같고요.”
부인 김시원 씨도 “이전 세대는 북한과의 관계에 대한 경험이 있는데, 우리 세대는 그게 없다보니까 (북한 이슈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만한 요소가 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부부는 ‘정치 불신'도 이러한 생각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홍 씨는 “솔직히 (선거 때) 정책을 크게 고려하진 않는다. 정책이 실현되는 경우가 잘 없는 것 같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씨는 “선거 공약이 어느 정도는 지켜진다고 생각해서 살펴보긴 한다"면서도 “우리 세대는 정치인에 대한 엄청난 불신이 팽배한 세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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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풍, 이제는 잠잠해졌나?
북한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과거에 비해 북한이 한국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어떤 행위에 나설 동기도, 효과도 다소 희미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풍이 과도한 분석이자 정치적 프레임에 가까울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김 교수는 “당장 내일 (남북 간) 충돌이 벌어진다고 해도 이게 우발적으로 일어났거나 북한이 자신들의 또 다른 목적을 위한 것이지, 선거 개입이라고 생각되진 않는다"며 “북한은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동계 훈련 마치고 국가급 평가 훈련을 하는 시기다. 매년 하는 건데, 이걸 선거철에 맞춘 도발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한국 선거에 대해 물리적 도발이든 디스인포메이션(허위정보 유포) 활동이든 어떤 형태로든지 영향을 미치려고 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북한 입장에서 특정 정당을 유리하게 만들겠다는 의도는 굉장히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예전에는 북한이 선거 때 긴장을 조성하면 현재 야당 입장에서는 ‘평화나 전쟁이냐'라는 프레임으로 몰고 나갈 수 있는 여지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북한이 그럴 생각도 없고, (한국에서도) 여야 모두 북한 도발에 대해 비판적인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선거 개입이)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하는 상황인 거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우리 제도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괴뢰들의 흉악한 야망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연초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신년 메시지'라는 제목의 담화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교함으로써 대남 심리전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기도 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재홍 책임연구위원은 지난 1월 ‘북한의 대남 선거 개입 행태와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선거 때도 북한이 도발 또는 유화책을 통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고 연구위원은 “중도 유권자들에게 대북 압박정책은 핵전쟁의 결과로 귀결될 것이며, ‘평화냐 전쟁이냐?’라는 선택 구도와 반전 분위기를 고양함으로써 ‘여소야대' 결과를 책동”할 수 있다고 봤다.
또는 대미 핵 군축 협상이나 일·북 정상회담 개최 제의 등을 통해 평화 제의를 위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물리적 도발보다는 해킹 등 사이버 공격을 통해 국내 여론 형성에 개입하거나 선거 시스템에 침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정원은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공공분야를 대상으로 한 사이버 공격 건수가 하루 평균 162만 건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했다며, 이 중 80%의 경우 공격 주체가 북한이었다고 발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