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분열된 파키스탄의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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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타르헙 아슈가르
- 기자, BBC 우르두어
파키스탄 북동부 펀자브주 라호르에서 만난 학생 암나는 BBC에 파키스탄 정치에 대해선 "누구도 자유롭게 발언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오는 8일 차기 총리를 뽑는 선거가 예정된 가운데 파키스탄 유권자들은 여론이 너무나도 분열돼 있기에 섣불리 의견을 말하지 못한다고 했다.
심지어 서로 지지하는 정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한 아버지가 아들 아타 우르 레만을 살해해 기소되는 사건도 있었다.
아타의 형제인 아리프는 BBC에 "우리 가족 전체가 슬픔에 잠겨 있다"고 말했다.
아리프에 따르면 아타는 카타르에서 일하다 그만두고 휴식차 페샤와르에서 아버지와 함께 지내고 있었다고 한다.
"아타가 집 옥상에 ‘PTI(파키스탄 정의운동당)’의 깃발을 내걸려고 하면서 다툼이 시작됐습니다. 아버지는 특별히 지지하는 정당은 없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하셨어요."
PTI는 지난 2022년 야당 연합의 불신임 투표로 축출된 임란 칸 전 총리가 이끄는 정당이다. 부정부패 및 기밀문서 유출 혐의로 현재 수감 중인 칸 전 총리는 이번 선거 출마를 금지당했다.
아리프는 아타와 아버지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이어지면서 결국 아버지가 아타를 총으로 쏜 뒤 도망쳤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후 아타의 사망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 같은 경우는 물론 드물지만, 많은 파키스탄 국민들이 선거철만 되면 가족과 사이가 틀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호소했다.

자신을 칸 전 총리의 열렬한 지지자라 밝힌 니다 제샨은 “내 여동생과 나는 3달간 아버지와 대화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니다 자매는 지난 2018년 선거에서 PTI에 투표하며 칸의 총리 당선에 이바지했다. 그러나 집안에선 분열이 일어났다. 자매의 “아버지는 칸의 정치적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으며, 칸이 좋은 정치인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BBC가 만나본 다른 청년들과 달리 니다는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저는 언제나 아버지와 논쟁하곤 했어요. 전 아버지에게 ‘난 칸 전 총리를 좋아하고 그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난 그의 정치적 생각에 동의한다’고 말했습니다."
니다는 2024년 선거가 다가오는 지금도 다르지 않다며, 만약 누군가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으면 “그 사람을 그만 만나거나, 보통 싸우며 끝나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니다는 자신의 친한 친구들은 설령 다르더라도 서로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제 친구의 남편이 이번 선거에 다른 당 후보로 출마합니다. 그 친구는 제가 그 당에 투표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알기에 남편을 지지해달라고 부탁하지 않습니다."
이번 총선이 중요한 이유는?
파키스탄은 인도와의 라이벌 관계, 이란 및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과의 불안정한 국경, 미국과의 애증 관계,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 등으로 국제 사회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다.
게다가 핵무기도 보유한 이 국가의 지도자가 누군지는 국제 사회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파키스탄 내부적으로도 정치적 혼란, 경제적 어려움, 이란과의 미사일 공방이 이어지고 있기에 안정을 원하는 국민들로선 이번 선거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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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은 오랜 군부 통치 및 독재의 역사를 지닌 국가로, 이번 총선에도 군부가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많은 이들이 칸 전 총리의 PTI에 소속된 많은 후보들이 투옥되거나, 도피 중이거나,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야 하기에 공정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또한 문맹인 유권자가 수백만 명에 달하는 파키스탄에선 투표용지에 그릴 정당 그림이 무척 중요한데, PTI는 크리켓 방망이가 그려진 기존의 그림도 쓰지 못하게 됐다.
한편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파키스탄 무슬림연맹(PML-N)’ 출신 와즈 샤리프 전 총리가 다시 돌아와 출마했다. 샤리프 전 총리는 과거 부패 혐의로 투옥돼 출마가 금지됐으나, 이후 해외로 자진 망명한 이후 혐의를 벗었다.
또 다른 총리 후보로는 최연소 출마자인 빌라왈 부토-자르다리(35) ‘파키스탄 인민당(PPP)’ 대표가 있다. 부토-자르다리 후보는 2007년 암살당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아들이며, 아버지와 외할아버지 모두 전직 대통령 출신이다. 이에 정치 인맥으로 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비난도 뒤따른다.
파키스탄 여론이 이토록 분열된 이유는?
펀자브에서 만난 한 남성은 여론인 이토록 분열된 이유에 대해 “국민들은 그저 지도자들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을 뿐”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한 정치인은 상대 후보를 “거리로 끌어내고 싶다”고 말하기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남성은 “이러한 분열은 칸 전 총리가 정치에 입문하면서 심해졌다. 칸 전 총리는 모두를 비난하고, 모든 사람을 도둑으로 몰아간다”면서 이 모든 건 칸 전 총리의 잘못이라고 했다.
자신을 PTI 지지자라고 밝힌 무하마드 하피즈는 칸 전 총리가 여론 분열에 기여했다는 말엔 동의하지만, 그게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했다.
“(칸 전 총리 등장 전) 국민들은 자신의 권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만큼 정치에 대해 알지 못했습니다. 칸 전 총리는 두 정당이 어떻게 국가의 부를 찬탈했는지 설명해줬죠. 그는 우리에게 변화를 일으키는 법을 가르쳐준 인물입니다.”

칸 전 총리가 파키스탄의 여론을 분열시키고 있는 건 사실이다.
라호르에선 학생들이 모여 다가올 선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중 아예샤라는 이름의 여학생은 “칸 전 총리가 달변가인 건 맞다. 그는 자신의 발언이 지닌 힘을 잘 알고 있었으나, 청년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대신 분열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학생은 이 말에 깊은 불쾌감을 드러내며 “칸은 국가를 위해 모든 걸 다 했다. 그런데 무슨 일이 벌어졌나? 감옥에 갇혔다”고 반박했다.
결국 서로를 비난하는 격렬한 논쟁으로 번졌다. 취재진은 이들에게 “싸울 필요 없다. 대화하고 있을 뿐”이라며 개입해야만 했다.
현재 파키스탄의 정치적 논쟁은 종종 이런 식으로 끝나버린다.
하지만 학생들 모두 선거를 둘러싼 부정부패가 척결돼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암나는 “이 나라에서 과연 누가 후보들을 자유롭게 지지할 수 있나”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면 경찰에 체포될 수 있다. 다른 목소리는 뭉개버리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학 전공생인 후마이라 또한 “개입이 없어야 민주적 절차가 제대로 지켜질 수 있다. 이것이 파키스탄의 불건전한 분열을 없앨 유일한 방법”이라며 동의했다.
추가 보도: 파르하트 자베드, 아지줄라 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