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의 '미등록 외국인 추방'에 두려움에 떠는 아프간 난민들

사진 출처, Getty Images
- 기자, 아지줄라 칸, 켈리 응
- 기자, BBC News
- Reporting from, 페샤와르, 싱가포르
파키스탄 당국이 자국에 체류 중인 미등록 외국인들을 추방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마지막 기한인 1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국경엔 아프가니스탄 난민 수천 명이 몰려들었다.
앞서 파키스탄 당국은 11월 1일 전까지 자진해서 출국하지 않으면 미등록 체류자 170만 명을 추방하거나 체포하겠다고 밝혔다. 아프간인이 대부분이다.
이에 2021년 탈레반이 다시 정권을 잡은 이후 아프간을 떠나온 많은 난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이미 수십 년간 파키스탄에 살아온 이들도 있다.
이들 난민에게 주어진 시간은 지난달 31일로 넘어가는 자정으로, 공식적으로는 만료됐으나, 파키스탄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재 출국을 위해 이동 중인 사람들은 1일 하루 동안은 계속 이동할 수 있다고 한다.
한편 국경지대에서 만난 아프간 여성 사디아는 “만약 파키스탄을 떠나야 한다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현재 파키스탄 북서부 페샤와르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사디아는 탈레반 정부가 이슬람 율법을 극단적으로 해석해 여학생들의 등교를 금지하자 교육받을 기회를 위해 2년 전 아프간을 탈출했다고 설명했다.
사디아는 BBC 우르두어 서비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이곳 파키스탄에서 공부하고 있고 계속 이곳에서 학업을 이어 나가고 싶다”면서 “만약 강제로 떠나야 한다면 아프간에선 공부를 계속하지 못할 것이다. 부모님과 형제자매 모두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경 지대의 폭력 사태가 급증하면서 파키스탄과 아프간 양국 간엔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파키스탄 측은 아프간 무장세력들의 탓으로 본다.
아프간의 탈레반 정부는 파키스탄을 노리는 무장세력들을 보호해주고 있지 않다고 부인하면서 미등록 아프간인들을 추방하려는 파키스탄 당국의 움직임은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파키스탄 당국이 자발적 출국 기한으로 설정한 지난달 31일 아프가니스탄과의 국경엔 옷과 각종 가재도구로 가득 찬 트럭과 함께 난민이 대거 몰려들었다.
파키스탄 당국은 30일 현재 기준 20만 명에 가까운 아프간인들이 고국으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자발적으로 떠날 수 있는 기한이 다 돼가는 가운데 31일 당일 국경으로 이동한 이들도 2만 명 정도다.
UN 보고서에 따르면 파키스탄에서의 출국을 선택한 이들에겐 10명 중 8명꼴로 만약 계속 남아있을 경우 체포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한다.
탈레반 재집권 이후 아프간을 탈출했던 많은 난민들은 자신들의 희망과 생계가 또다시 무너질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경제 위기에 시달려온 파키스탄 당국은 더는 인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7월 달러 대비 파키스탄 루피화의 가치는 1998년 10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추락했다.
한편 UN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파키스탄 당국에 “인권 대재앙”을 막고자 이러한 추방 조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라비나 샴다사니 UN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대변인은 “추방 위기에 처한 많은 이들이 아프가니스탄으로 송환될 경우 임의적인 체포, 구금, 고문,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대우 등 여러 심각한 인권 침해 위험에 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탈레반 정부는 여성들의 노동과 학업 권리를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거의 지키지 않고 있다. 이들의 통치하에 아프간 여성들의 권리는 세계에서 가장 가혹하게 탄압당하고 있다.
여성들은 학교에 다니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공원, 체육관, 수영장에도 갈 수 없다. 미용실도 문을 닫았으며 여성들은 전신을 가리는 옷을 입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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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올해 초 탈레반 정부는 음악이 “도덕적 부패를 일으킨다”면서 악기를 불태우기까지 했다.
한편 아프간에서 가수로 활동했던 소하일은 2021년 8월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한 날 밤 “옷 몇 벌만 챙긴 채” 수도를 탈출했다.
그렇게 파키스탄으로 넘어온 소하일의 음악가 가족들은 페샤와르에서 생계를 유지하고자 고군분투 중이다. “아프간에선 음악가로 살 수 없다”는 설명이다.
소하일은 “아프간에선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 탈레반은 아프간에서 음악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생계를 유지할 다른 수단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한편 탈레반 정부는 귀국하는 자국민들을 위해 임시 숙소, 의료 서비스 등 기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위원회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X(구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이들에게 아무런 우려 없이 고국으로 돌아가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보장한다”고 약속했다.
파키스탄은 지난 수십 년간 아프간 난민 수십만 명을 수용했다. UN에 따르면 아프간인 약 130만 명이 공식적으로 난민으로 등록됐으며, 또 다른 88만 명이 합법적인 체류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르프라즈 부그티 파키스탄 내무장관은 지난달 3월 추방 명령을 발표하며 파키스탄엔 이 외에도 170만 명이 “불법으로” 체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UN의 수치와는 차이가 난다. UN은 현재 파키스탄에 살고 있는 미등록 아프간인은 200만 명 이상이며, 이들 중 최소 60만 명은 탈레반의 재집권 이후 넘어온 것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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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그티 장관의 이러한 추방 명령은 양국의 국경 부근에서 종종 ‘파키스탄의 탈레반’으로 알려진 ‘테흐리크-에-인사프(TTP)’나 ‘이슬람국가(IS)’와 관련된 폭력 사태가 급증하는 가운데 발표됐다.
부그티 장관은 올해 파키스탄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 “24건 중 14건”이 아프간 국적자들에 의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아프간 내부에서 공격받고 있으며, 아프간 국민들이 파키스탄을 향한 공격에 연루돼 있다는 데엔 이견이 없다”는 부그티 장관은 “증거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허가받지 않은 난민들을 일정 기한 이후부턴 추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부그티 장관은 이번 불법 체류자 단속은 특정 국적의 사람들을 겨냥한 것이 아니며, 이번 단속으로 주로 피해를 입는 이들이 주로 아프간 사람들이라는 점도 알고 있다고 인정했다.
지난 9월 초 파키스탄에선 2차례 자살폭탄 테러가 일어나 최소 57명이 사망했다. TTP도 개입설을 부인하는 등 그 어떠한 무장 단체도 해당 공격의 배후로 나서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부그티 장관은 자살폭탄 테러범 중 1명이 아프간 국적자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