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홍수, '모든 것이 사라졌다'

파키스탄에서 홍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민가 등이 파괴되면서 수천만 명이 피해를 보았으며, 1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다.
BBC 특파원 2명이 북부 노셰라와 남부 사이드바드에서 참상을 직접 전했다.

북부 노셰라
취재: 세컨더 케르마니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건질만한 가재도구는 없는지 살피기 위해 주민들은 홍수로 망가진 노셰라 교외의 거리를 힘겹게 헤치며 각자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검은 고무 튜브를 이용해 흙탕물 위를 떠다니는 이들도 있었다. 때론 수위가 가슴까지 닿기도 한다.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물속으로 내딛는 이들도 보였다.

요리사인 이마둘라는 어린 아들을 어깨에 메고 간신히 살던 집에 도착했다. 집안의 모든 물건은 진흙으로 뒤덮여 거의 다 망가져 있었다.
이마둘라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아무것도 남은 게 없다"면서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고 아이들 목숨만 간신히 구했다"고 말했다.
한편 침수된 도로를 따라 더 내려가니 여성 2명이 서로를 부축해가며 집까지 가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러나 물이 너무 깊었다.
그중 한 여성은 "집이 제대로 서 있긴 한지 무너졌는지 알 수 없다"면서 "다시 어떻게 다시 집을 지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학교 건물에 마련된 이재민 캠프에서 지내고 있다. 신께 맹세코 돈이 한 푼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전국적으로 가옥 수십만 채가 완전히 혹은 부분적으로 파괴되면서 수백만 명이 갈 곳을 잃었다.
파키스탄 당국은 피해 규모를 약 100억달러(약 13조원)로 추산하면서, 농작물 피해에 따른 식량 부족 사태를 우려했다.

현재 많은 이재민들이 구호 캠프에서 살고 있다.
또한 노셰라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선 수백 명이 고속도로 바로 옆에 텐트를 치고 지내고 있다. 적어도 시야에 집이 보이는 이곳에 머물며 물이 더 빠지면 집으로 되돌아갈 수 있길 바라는 것이다.
그곳에서 만난 로지나는 "너무 고통스러워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로지나 곁엔 자녀 7명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파키스탄에선 매년 몬순 기간 원래 비가 많이 내리지만, 이번 집중호우는 규모가 남다르다. 일부 지역에서는 평년의 몇 배에 달하는 엄청난 강우량을 기록했다.
이번 집중호우는 10년 만에 최대 규모로, 파키스탄은 온실가스를 비교적 많이 배출하지 않음에도 기후 변화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한편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외신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 자리에서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올해 여름 초 처음 홍수가 발생했을 때 당국의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을 일축했다.
샤리프 총리는 "파키스탄은 경험으로부터 분명 배울 것"이라면서 "그러나 국제 사회의 원조가 꼭 필요하다. 현재 우리가 받는 도움과 우리가 필요한 도움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남부 사이다바드
취재: 품자 피흐라니
일부 지역에선 드디어 비는 그쳤으나, 아직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북부에서 넘친 물이 남부로 흘러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미 황폐해진 이 지역은 더욱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으로 변해버렸다.
민가 수십만 채가 파괴되면서 수백만 명이 절박한 상황에 내몰렸다. 이곳 남부 신다주 사이다바드에서 수백만명이 근처에 모여 사는 길 끝엔 물이 허리까지 차올랐다.
저 멀리 주민들의 집이 보인다. 창문 높이까지 물에 잠긴 집도 있다.

어느 텐트에서 아이들 15명과 함께 지내는 바눌을 만났다. 몇몇은 바눌의 자녀이고 몇몇은 조카들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살아남아 기쁘지만, 이들을 어떻게 먹여 살릴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었다.
바눌은 "벌써 몇 주째 텐트에서 지내고 있다. 집도 없고 이 텐트 하나뿐"이라면서 "도움이 필요하다. 그저 살고 싶을 뿐"이라고 전했다.
"우린 집도 있었고 농사를 지었습니다. 목화도 기르고 옥수수도 키웠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물이 들어찼고 모든 것이 이제 사라졌습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습니다. 먹을 것도 없죠."

사진 출처, EPA
갈 곳 없는 주민들은 때론 며칠간 먹지도 못하고 길가에서 지내고 있었다. 음식을 나눠주는 트럭이 와도 금방 동이 난다. 모두가 먹을 만큼 충분하지 않다.
이미 이 지역 노동자들은 지칠 때까지 일하고 있지만 자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구호 활동이 언제 시작될진 예측하기 어렵고, 특히 도로가 물에 잠겨 고립된 지역에선 상황이 더욱 열악하다.
국제 사회의 원조가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가장 큰 문제는 물자 보급이다. 홍수로 수많은 도로가 망가졌으며 아직도 수천 명이 넘쳐난 물로 고립돼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앗아간 이번 비극을 겪은 이들에겐 살아남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