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서울시리즈 티켓 '신분증 확인 강화'하겠다는데...끝이 안 보이는 '암표 전쟁'

사진 출처, Jayne Kamin-Oncea-USA TODAY Sports
- 기자, 이래현
- 기자, BBC 코리아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경기가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온라인 암표 거래가 다수 발견되며 암표 근절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26일 대회 주관중계권사인 쿠팡플레이가 단독 판매한 MLB 서울시리즈 첫 경기 티켓은 오픈되자마자 8분 만에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티켓 수령 및 경기장 입장 시에 신분증 확인을 강화할 예정이며 1인당 2장 이상 예매 시에도 예매자는 무조건 입장해야 한다는 정책도 함께 발표됐다.
그러나 일부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예매 직후부터 티켓 거래글이 올라오고 있다. 암표 거래를 막는 데 실패한 모양새다.
MLB 서울시리즈 암표는 현재 1석 당 50만원대에서 200만원대 이르기까지 다양한 금액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외야 지정석은 12만~18만원, 1층 테이블석이 70만원이었던 정가에 비하면 3배 이상 오른 모습이다.
일부 야구팬들은 이번 개막전에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LA다저스 오타니 쇼헤이를 좋아한다면 “400만원도 아깝지 않다”는 한편 “저런 사람들에게 표를 뺏긴 게 억울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스포츠 경기를 포함해 최근 콘서트 등 공연계에서도 암표가 공공연하게 거래되는 상황에서 강력한 대책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기술적인' 암표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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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암표상들은 불법으로 취득한 여러 장의 지류 티켓을 가지고 콘서트장이나 경기장을 배회하며 암표를 거래했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다른 양상이다. 규모가 더 커지고 조직적으로 운영되는 모습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중음악 공연 암표 신고는 2020년 359건에서 2022년 4224건을 기록했다. 2년 새 12배가 폭증한 셈이다.
유명 트로트 가수 임영웅의 콘서트에서는 정가 16만 5000원의 티켓에서 30배 뛴 500만원의 암표가 등장하기도 했다.
암표상들은 ‘매크로’를 활용해 티켓 사이트에서 표를 예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크로는 지정된 명령을 자동으로 반복 입력하는 프로그램이다. 티켓 예매 시 예약할 수 있는 좌석을 인식, 자동으로 선택해 10초 이내에 예매부터 결제까지 끝낸다.
눈으로 잔여 좌석을 확인하고, 손으로 클릭해야 하는 일반인의 속도론 따라가기 어렵다.
윤동환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회장은 “암표상들이 공연의 50~70%까지 매크로로 예매를 하게 되면서 그것이 산업적인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일에 가려진 '암표 전문가들'

MLB 서울시리즈 티켓 판매처인 쿠팡플레이는 예매 시작에 앞서 “신분증과 쿠팡플레이 내 구매내역을 대조해 본인이 확인돼야 티켓을 발권할 수 있다”며 “본인이 아닐 경우나 신분증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어떠한 경우에도 입장이 불가하다”고 명시했다.
실제로 공연장이나 경기장에서 ‘신분증 확인’은 암표 방지 대책으로 흔히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BBC 코리아 취재 결과,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와있는 대부분의 MLB 서울시리즈 암표는 계정이동, 소위 ‘아옮(아이디 옮기기)’이라는 방법으로 거래되고 있었다.
암표 구매자에게 양도비를 일부 입금받은 암표상이 자신이 예매해놓은 티켓을 취소함과 동시에 구매자의 계정으로 해당 티켓을 바로 예매하는 형태다.
이후 암표 구매자의 계정으로 완벽하게 예매가 완료되면 나머지 티켓 원금을 모두 입금받는 식이다.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암표를 판매 중인 A씨는 “만약 제3자가 예매 과정 중간에 티켓을 가져가버리면 어떡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실패 시에는 전액 환불”하고 취소금도 본인이 부담한다고 답했다.
티켓 예매 경험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B씨는 이 방법에 대해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다”며 “보통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는 전문 업자가 티켓 양도자와 양수자의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인수받아 ‘아옮’ 과정을 무사히 완료한 후 알려준다”고 말했다.
이러한 계정이동 전문 업체들은 예매 사이트를 우회하는 방법을 활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B씨는 “그만큼 일반인이 알기에는 한계가 있는 방법일뿐만 아니라 익명으로 진행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누군지 알아내기도 어렵다”고 했다. 실제 'X'(구 '트위터')에는 ‘아옮’ 성공률이 높은 업자 계정이 암암리에 소문이 나있다는게 B씨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쿠팡플레이 측은 BBC 코리아에 “중고 사이트에 불법으로 리셀하는 경우 자사 리포팅 핫라인으로 제보해주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플레이는 구체적인 조치 과정은 밝히기 어려우나 암표로 의심이 되는 표의 경우에는 사전 안내 없이 임의로 취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적인 규제 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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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표 매매 처벌 조항은 1974년 처음 신설됐다. 형법 제314조에 따른 업무방해죄 또는 경범죄처벌법 제2항 등으로 처벌할 수 있는 이 조문에는 ‘나루터, 흥행장’ 등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 및 승차권을 되판 사람이라고 명시돼있다.
이러한 기존 법안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과 함께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공연관람권 등을 부정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개정안이 2023년 2월 국회 문턱을 넘어 오는 3월부터 시행된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입장권 부정판매 금지를 위반하는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구매한 표인지 알 수 없다면 온라인 암표 거래는 여전히 처벌 대상 범위가 아니다.
무엇보다 ‘공연법’에만 해당하는 법안이라 스포츠 경기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같은 내용으로 발의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 12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암표방지법’을 발의한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BBC코리아에 “야당에서도 크게 반대가 없는 입법으로 알고 있다”며 “제21대 국회 내에 처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온라인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한 스포츠 경기 암표 거래는 시장 질서를 저해하는 행위”라며 “스포츠 경기뿐만 아니라 e스포츠 분야에서도 암표 근절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영애 교수는 현재 다수의 사업체에서 마련한 '리셀 현장 목격 시 제보'하는 대책에 대해 “리셀하는 사람을 식별하는 것은 불가능할 수 있다”며 암표상을 감별해내는 것 자체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다.
이 교수는 “구매 방법을 바꿔야된다고 생각한다”며 “암표가 완벽히 사라지진 않겠지만 티켓을 정말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에 한해 순번제나 투표제 등을 활용해 (방법을) 순화시킬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지속적인 모니터링 등 행정력을 동원하는 구조를 마련해서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이 담보가 되지 않으면 계속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거든요. 처벌이나 규제 조항이 있는데도 모니터링이 없어 계속 피해가 발생한다면 모니터링에 대한 시스템적 보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는 또 인력의 한계로 모니터링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국민 개개인이 감시할 수 있는 일종의 국민신문고를 운영해 신고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도 제안했다.
해외에선 ‘강력 처벌 대상’
한편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문화산업이 발달한 일부 해외 국가들은 2018년부터 암표의 심각성을 인지, 법 개정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콘서트, 스포츠 경기 등 전자티켓을 포함한 입장권을 판매 가격보다 비싸게 재판매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한다. 미국은 주마다 법안이 조금씩 다르나,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티켓을 구매하고 재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처벌도 강력한 편이다. 일본은 해당 법을 어길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엔(약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미국은 매크로를 이용한 이용권 구매 및 리셀의 경우 최대 1500달러(약 200만원)의 벌금, 재범 시 최대 5000달러(약 665만원) 벌금에 처한다.
대만은 컴퓨터 조작으로 티켓을 구매하다 적발될 시 3년 이하의 징역 및 300만 타이완 달러(약 1억 2000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부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