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산불: 사망자 93명으로 늘어나… 주지사 '사망자 수 더 많이 늘어날 수도'

동영상 설명, 산불로 초토화된 하와이 마우이섬
    • 기자, 맥스 맷자, 홀리 혼더리크, 캐서린 암스트롱
    • 기자, BBC News
    • Reporting from, 마우이, 런던

하와이 마우이섬의 유서 깊은 지역인 라하이나를 초토화한 이번 산불로 12일(현지시간) 기준 93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미국 역사상 100년 만의 최악의 산불로 기록되게 됐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12일 사망자 신원 확인을 위한 법의학 조사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사망자가 “상당히”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백 명은 불길을 피해 마우이 전역에 흩어진 대피소로 이동했으나, 행방이 묘연한 주민도 수백 명에 이른다.

그린 주지사는 “믿기지 않는 날”이라면서 이번 화재가 “하와이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로 기록될 것임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당국은 생존자들을 기다리고 지원하는 일밖에 할 수 없습니다. 현재 우리는 서로 헤어졌던 주민들을 다시 만나게 해주고, 이들에게 살 곳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 후 (터전을) 재건하는 일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한편 조기 경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는 불분명한 상태로, 많은 주민들이 BBC와의 인터뷰에서 화재 경고를 미리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하와이주 검찰총장은 이번 산불에 대한 당국의 대응 방식에 대해 “전면적으로 검토” 중이다.

질 토쿠다 하와이주 하원의원은 지난 13일 BBC 월드 서비스 ‘뉴스아워’와의 인터뷰에서 해결돼야만 하는 “진지한 질문”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이들이 분노할 만한 상황”이며 “우리 모두는 답을 원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토쿠다 의원은 지난주 라하이나 지역을 방문했다면서 “정말로 가슴 아팠다”고 언급했다.

“라하이나는 수많은 추억을 품고 있는 곳입니다. 우리의 가족, 친구들은 모든 것을 잃었거나 여전히 (실종된) 사랑하는 이들을 찾고 있습니다.”

지난 8일 시작된 산불은 건조한 여름과 하와이 인근 해상에서 허리케인이 이동하면서 들이닥친 강풍으로 순식간에 번져나갔다.

그린 주지사에 따르면 허리케인으로 인한 돌풍은 시속 130km의 속도에 달해 화염이 분당 1마일(약 1.6km)씩 이동하도록 부채질했고, 이로 인해 사람들이 탈출할 시간이 거의 부족했다.

현재 상당 부분 산불이 진압된 가운데, 초토화된 라하이나 지역을 포함한 일부 지역에서 여전히 불씨를 완전히 진화하기 위한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당국은 훈련받은 탐지견을 동원해 해안가 지역을 샅샅이 뒤지며 잔해 밑에서 사망자를 찾고자 애쓰고 있다.

존 펠레티어 마우이 경찰서장은 감정이 격해진 목소리로 현재 전체 수색 지역의 3%만이 작업이 완료됐다면서 “그 누구도 이 크기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동영상 설명, 초토화된 마우이 지역에 필요한 물자를 배로 전달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

한편 미 ‘연방 재난 관리청(FEMA)’의 고위 관료인 제레미 그린버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도시 수색 및 생존자 구조, 화재 진압 등에 필요한 추가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생존자의 안전이야말로 단연 최우선 과제”라고 설명했다.

그린버그는 아직 연락이 닿지 않는 이들이 1000명이 가깝다면서도, 이중엔 안전하게 몸을 피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연락이 닿지 않는 이들도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마우이 ‘전쟁 기념관’ 관내 주차장에 마련된 긴급 대피소에선 지난 12일 피난민 수백 명이 자원봉사자들로부터 음식, 세면도구, 의료 서비스 등을 지원받았다.

자원봉사자 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현황이 적힌 대형 화이트보드의 공지에 따르면 가장 필요한 물품은 배터리, 물, 발전기이며, 의류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이곳 긴급 대피소의 키아포 비센 책임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가족의 실종을 신고하거나, 혹은 찾았다는 신고가 이어지면서 실종자 수 명단은 계속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 주차장에서도 많은 이들이 가족과 다시 만났다”는 비센 책임자는 “이러한 가족 상봉은 현재 이 상황에서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불길이 활발하게 타올랐던 지역을 표시한 지도
사진 설명, 붉은색, 노란색 부분은 각각 지난 24시간, 지난 7일 간 불길이 활발하게 타오른 지역이다

한편 이번 산불로 파괴된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 2000여 채 중 대부분이 라하이나 지역의 주택일 것으로 보인다.

라하이나로 가는 주요 도로인 호노아필라니 고속도로는 12일 주민들에게 잠시 개방됐다가 다시 빠르게 폐쇄됐다. 그런데도 라하이나 주민 수백 명은 고속도로에 줄 서서 통과되기만을 바라고 있다.

해당 고속도로에서 줄을 서고 있는 주민 리즈 제르만스키는 이러한 당국의 반응에 화가 난다고 했다. 자신도 이번에 집을 잃었다는 제르만스키는 “정부는 사람들을 돕는 데 방해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도로인 카헤킬리 고속도로는 개방돼 있으나, 지역 주민들은 이곳은 운전하기엔 너무 위험하다고 했다.

카헤킬리 고속도로는 라하이나 지역으로 가는 “뒷길” 정도로 알려진 곳으로, 겨우 차 한 대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으며, 도로가 구불구불하고 경사가 가파르다는 설명이다.

마찬가지로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보급품을 가져다주려다 현재 호노아필라니 고속도로에서 통과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주민 루스 리는 “트럭으로는 카헤킬리 고속도로를 지나갈 수 없다. 그곳은 절벽”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 태평양재해센터(PDC)’와 워싱턴에서 하와이로의 구호작업을 지휘하고 있는 FEMA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인한 마우이섬의 재건 비용은 55억달러(약 7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마우이 상공을 비행했던 헬기 조종사 리처드 올스텐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항구에 정박 중이던 보트 대부분이 불에 탔으며, “역사적인 건물, 교회, 선교 건물 등도 모두 불타버렸다”고 전했다.

“상점과 레스토랑이 모여있던 주요 관광지와 역사적인 프론트 스트리트 등 모든 것이 다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지원 물품을 관리하고 있는 펠리시아 존슨의 모습
사진 설명, 펠리시아 존슨(오른쪽)은 산불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노력을 이끌어온 현지 주민 중 한 명이다

한편 마우이 카훌루이시에서 인쇄소를 운영하는 주민 펠리시아 존슨은 이번 산불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대규모 주민 대응팀을 조직하고 있다.

가족이 라하이나 지역 출신이라는 존슨은 수백 파운드에 달하는 기부 물품을 모았으나, 정부 검문소를 통과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존슨은 기부 물품을 전하면서 마주하는 참상보다도 당국에 기부 물품을 반입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해야 하는 부분이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마음이 무너집니다. 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싶다고, 통과시켜달라고 간청해야 하는 것일까요?”

존슨은 이 지역은 대부분 부두가 너무 심하게 파손돼 배로는 물자를 들여올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부는 수영으로 해안까지 물자를 실어 나르기도 했다.

한편 존슨과 함께 물품 지원을 돕는 몇몇 청년들 또한 정부의 잘못된 관리와 관료주의를 지적했다.

브라다 영(25)은 “족장은 너무 많은데 전사는 부족한 꼴”이라고 지적했으며, 또 다른 남성은 “모두가 책임자이지만, 그 누구도 움직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존슨과 자원봉사자 팀은 검문소를 통과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시 차에 올랐다. 한 남성은 취재진에게 하와이의 전통 인사법인 샤카를 건넸다.

동영상 설명, 하와이 산불 생존자가 촬영한 탈출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