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산불: 생존자들이 묘사한 참혹한 현장

공항에 도착한 티 당의 가족 사진. 당은 다리에 큰 부상을 입었다
사진 설명, 캡션: 티 당과 가족들은 하와이에서 발생한 산불을 피해 바닷물 속에 거의 4시간가량 버티다 화상을 입었다
    • 기자, 맥스 맷자, 마들린 할퍼트, 가브리엘 포메로이
    • 기자, BBC News

캔자스주 출신 티 당은 가족들과 함께 하와이 마우이섬에 머물고 있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렌터카를 타고 라하이나의 프론트 스트리트를 지나고 있던 당의 가족은 불길이 점점 더 자신들을 향해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을 깨달았다.

주변 차량에도 불이 붙기 시작하자 당과 남편, 자녀 셋은 서둘러 먹을 것과 음식, 휴대전화만 챙겨 들고 근처 바닷가로 달렸다.

이미 그전부터 도움을 받아 이동하는 할머니 등 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빠르게 다가오는 불길을 피해 바닷가로 향하고 있었다.

당은 지난 10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바다로 가야만 했다” “코너에 몰린 상황이었기에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각각 5, 13, 20살 난 자녀를 둔 당과 남편은 처음엔 해안 가까이 얕은 물 속에 있었다. 그러나 저녁이 되자 파도가 높아졌고, 당은 파도에 떠밀려 항구 근처 바위벽에 부딪히는 바람에 다리를 심하게 다쳤다.

게다가 프론트 스트리트에 늘어선 차량 중 “최소 50여 대가” 폭발하기 시작하면서 당의 가족들은 “총알처럼 떨어지는 잔해”로부터 몸을 피하고자 더 깊은 물 속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당은 그렇게 거의 4시간가량 물속에서 버텼다고 말했다.

한낮임에도 이날 하늘은 산불 연기로 칠흑같이 캄캄했다.

당의 가족들은 자신들이 과연 살아서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 걱정하며 끔찍한 시간을 견뎠다. 아이가 물속에서 기절하기도 했지만, 결국 당의 가족들은 소방관에 의해 구조됐다.

당의 가족을 포함해 약 15명을 이끌고 불타는 거리를 빠져나온 그 소방관은 “우리가 해낼 수 있을지 나도 확신할 수 없다. 내가 하라는 대로 해라. 점프하라면 점프하고, 뛰라면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동영상 설명, 미스 하와이 출신인 말리카 더들리, “다들 충격받거나 애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당의 가족은 모두가 화상을 입었다.

마우이섬의 한 학교에 마련된 대피소에 도착한 이후로도 당의 가족은 2번 더 이동해야만 했다. 한번은 머물고 있던 대피소에도 불길이 위협이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지난 10일 오후 추가 사망자 17명이 확인되면서 이번 주 초 하와이 마우이섬 전역에서 화재가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밝혀진 사망자 수는 최소 53명이다. 이번 산불로 이재민이 된 이들은 수천 명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지역은 역사가 깊은 라하니아로, 이곳은 주민 약 1만2000명의 집이자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유명 관광지이기도 하다.

현재 불길이 완전히 진압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한편 조쉬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산불 사태는 “하와이주 역사상 가장 큰 자연재해”라면서 “인명 손실이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 당국은 현재 피해 규모를 살피고 있다면서 실종자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린 주지사는 주 정부는 이재민 수천 명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라고 설명하는 한편, 산불 피해 지역이 아닌 곳에 사는 주민들에게도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방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이번 산불로 집을 잃은 수많은 사람 중엔 브라이스 바라오이단(26)의 가족들도 있다.

바라오이단은 다시 돌아오면 집이 그 자리에 계속 있으리라 생각했기에 물건도 별로 챙겨가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결국 불길이 집을 삼켰다고 말했다.

바라오이단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집이 전소됐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 어머니는 울음을 터뜨렸다”면서 “전체 거리뿐만 아니라 그냥 마을 전체가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브라이스 바라오이단

사진 출처, BRYCE BARAOIDAN

사진 설명, 라하이나 근처에 사는 브라이스 바라오이단과 가족들은 대부분 짐을 집에 둔 채 피난길에 올라야만 했다

바라오이단은 “그중에서도 키우던 카멜레온 5마리를 두고 왔다는 사실이 가장 슬펐다”면서 “내가 정말 아끼는 녀석들이었다. 같이 데리고 나오지 않은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한편 또 다른 주민 수잔 켐퍼는 BBC에 라하이나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하던 자신의 형제 스티브 켐퍼가 이번 산불로 프론트 스트리트에서 운영하던 갤러리를 잃었다고 전했다.

마을로 드나드는 길이 하나였기에 스티브가 그곳을 차를 몰고 그곳을 탈출해 아들이 사는 마우이섬 하이쿠 지역까지 오는 데까진 무려 3시간이나 걸렸다고 한다.

“정말 아슬아슬했다”는 수잔은 “스티브가 조카의 집에 도착했을 땐 완전히 지쳐있던 상태였다. 정말 엉망진창인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동영상 설명, 주민들이 촬영한 모습. 라하이나 시내가 전부 잿더미로 변했다

마우이 등 하와이의 여러 섬에서 산 경험이 있는 수잔은 라하이나 시내엔 과거 이곳이 주요 포경 기지였을 때 지어진 오래된 나무 건물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건물이 불쏘시개 역할을 한 탓에 불길이 더욱 커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마치 횃불처럼 불길이 타올랐다”는 수잔은 “마치 땅 위에 성냥개비가 있는 듯 했다”고 언급했다.

한편 수잔 등 다른 지역에 사는 하와이 주민들은 산불 피해 지역에 사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연락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이번 화재로 인해 수천 명에게 전력 공급이 끊겼기 때문이다.

한 여성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신혼여행 차 라하이나 지역의 한 호텔에 묵고 있던 부모님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적십자사에 실종 신고를 했으나, 지난 24시간 동안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한편 당과 당의 가족은 대피소에서 대피소로 거듭 이동한 뒤 마침내 가까스로 마우이 공항에 도착했고, 이곳에서 캔자스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현지 당국에 따르면 지난 9일 마우이섬을 떠난 관광객은 약 1만4000명이며, 10일엔 1만4500명이 추가로 떠날 예정이라고 한다.

한편 바라오이단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바라오이단과 부모님은 마우이 반대편에 사는 친지의 집에 머물고 있다. 이들이 집에서 챙겨온 건 중요한 서류 몇 장, 옷 가방 하나, 강아지 2마리뿐이다.

바라오이단은 “우리 모두 충격에 빠진 상태”라면서도 “그러나 아버지는 집에 있는 물건들은 다시 다른 것으로 대체하면 된다면서, 우리는 서로가 있기에 행운이라고 말씀하셨다”고 마무리했다.

추가 보도: 나딘 유시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