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출장은 '끝'? 원격근무로 인해 바뀐 '출장의 목적'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가는 여성

사진 출처, Alamy

    • 기자, 엘리자베스 베넷
    • 기자, BBC 워크라이프

고객을 찾아가 대면 미팅을 하는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기업에서는 이를 대신해 새로운 목적을 가진 비즈니스 출장이 늘고 있다.

팬데믹으로 봉쇄가 진행되던 당시, 기업엔 한때 업무에 필수적이었던 출장을 대체할 방법이 필요했다. 그때 기술이 고객을 직접 만나서 진행하던 회의를 합리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했고, 화상 통화는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팬데믹이 지나고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이뤄졌다. 하지만 많은 리더가 팬데믹 이전과 같은 방식의 출장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거나 경제적으로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게 됐다. ‘줌’을 이용해 업무 미팅을 할 수 있고, 이 방식이 직접 대면하는 것보다 더 안전한 경우가 많은데 굳이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그 결과 비즈니스 출장과 관련된 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올해 많은 항공사, 특히 미국의 저가 항공사들은 실적 보고서상 극심한 재정적 손실을 기록했다. 비즈니스 출장 감소도 그 원인 중 하나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하이브리드 및 원격 근무 현실에 적응하면서, 비즈니스 출장 관행은 변화한 형태로 부활할 것으로 전망한다.

‘국제 비즈니스 출장 협회’의 지난해 8월 보고서를 보자. 이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비즈니스 출장 산업 규모는 팬데믹 이전 지출 수준인 1조4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업계 분석가들이 회복에 필요하다고 예상한 2년보다 빠른 반등세다.

국제 B2B 여행 플랫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글로벌 비즈니스 트레블’의 5월 데이터에서 그 원인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 데이터는 ‘아멕스GBT’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와 협력해 425명의 미국 전문가에게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여기에선 기업들이 직원들을 출장 보내는 목적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이전에는 영업을 위한 출장이 주를 이뤘지만, 이제는 보고서가 “비고객 출장(고객을 만나기 위한 목적이 아닌 출장)”이라고 정의한, 기업 내부 회의를 위한 출장이 늘고 있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또는 완전 원격 근무 방식으로 운영되는 비즈니스의 경우, 이와 같이 대면 상호작용을 위한 출장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글로벌 비즈니스 트레블의 최고인사책임자인 패트리샤 후스카는 “팬데믹 속에서 많은 인력들이 재배치됐고, 이로 인해 조직의 인구 분포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여행용 캐리어와 승객들

사진 출처, Alamy

사진 설명, 요즘 비즈니스 출장은 고객을 만나기 위해 이동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 멀리 떨어져 있는 팀원들과 함께하기 위해서도 진행된다

물론 화상 회의 등의 온라인 회의로도 동료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아멕스GBT 자료는 이러한 것이 완전한 대체물은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응답자의 70%는 원격 근무 중심 모델이 직원들에게 단절감을 줄 수 있다는 데 동의했고, 88%는 직원들 간에 긍정적이고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려면 직접 대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후스카는 “(조직의 달라진 인구 분포에선) 직원들 간의 관계가 소원해지기 쉽다”며 “출장으로 사람들을 한데 모으면 유대감을 회복하고 조직 내 문화를 강화하며 열정을 되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에 본사를 둔 온라인 가구 플랫폼 ‘유퍼니시’ 창업자 디어드리 맥 게트릭은 이를 직접 경험했다. 팬데믹 이후 16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그의 팀은 원격 근무를 전면 도입했고, 지금은 전사 차원의 회의를 위해 1년에 2번씩 출장을 진행한다.

맥 게트릭은 “1월에는 전 직원이 해외 호텔로 일주일간 떠나는데, 이 시간을 통해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회사와 각 부서에서 새해의 우선순위와 목표를 설정한다”고 말했다. “그런 다음 9월에는 영국에서 짧은 출장을 진행하는데, 이 행사는 업무는 전혀 없는 행사로 순전히 팀원들이 함께 모여 맥주 시음이나 클레이 사격과 같은 활동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유퍼니시 창립자와 팀원들

사진 출처, Courtesy of Deirdre Mc Gettrick

사진 설명, 유퍼니시의 창립자인 디어드리 맥 게트릭은 원격 근무를 하는 16명 팀원들과 업무와 휴식을 위해 1년에 몇 차례 모임을 갖는다

맥 게트릭은 이러한 오프라인 모임이 업무를 위한 사기 및 팀 내 동기 부여 모두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사람들을 한데 모아서, 함께 일하게 될 사람들뿐만 아니라 평소에는 잘 만나지 못했던 비즈니스 전반의 사람들과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사람들이 일년 내내 소통한다면, 일하는 것도 훨씬 더 쉬워질 겁니다.”

원격 근무와 오프라인 출장 모임을 병행하는 방식은 맥 게트릭 팀에게는 매우 큰 효과를 내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내년에는 더 많은 만남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내년에는 세 차례의 오프라인 모임 출장을 계획하고 있어요. 세 번째 오프라인 출장 모임을 1월과 9월 사이인 5월에 편성하고, 연중 가장 바쁜 시기인 1분기에 거둔 성과를 축하하고 학습한 내용을 함께 소화할 계획입니다.”

아멕스GBT 보고서에선 출장이 가진 다른 중요한 이점도 드러난다. 응답자 10명 중 6명은 비즈니스 출장이 전문성 개발의 핵심 요소라 생각한다고 답했으며, 절반은 리더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후스카는 “직원들은 고용주가 출장 비용만 보지 않고 출장에 투자할 때 얻을 수 있는 가치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스카는 “원격 근무를 하면 어딘가 공백이 생기기 마련인데, 출장은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하이브리드 근무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비즈니스 출장은 새로운 형태이긴 하지만 분명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