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장관, 차기 대통령 당선 유력
- 기자, 사이먼 프레이저, 조나단 헤드
- 기자, BBC News
지난 14일(현지시간) 치러진 인도네시아 대선에서 프라보워 수비안토(72) 현 국방장관이 1차 투표에서 과반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2차 투표 없이 당선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 마감 몇 시간 뒤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프라보워 후보는 “이는 모든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승리”라고 말했다.
대선 표본 개표 결과, 전직 장군 출신인 프라보워 후보는 57% 이상의 득표율로 과반을 기록하며 2차 투표를 거치지 않고 당선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에서 하루 간 열리는 투표로는 최대 규모로 손꼽히는 이번 인도네시아 선거의 공식 결과는 몇 주 후에나 나올 예정이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에선 국가의 승인 하에 투표 후 몇 시간 내에 표본 개표(이른바 ‘신속 집계’)를 계산하는데, 해당 결과는 지난 몇 년간 공식 결과 대비 비교적 정확한 결과를 반영했다.
한편 프라보워 후보는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로, 인도네시아를 권위주의적 과거로 후퇴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그는 과거 독재자였던 수하르토 장군 정권 하에서 특수부대 사령관이었으며, 개인적으로는 사위이기도 했다. 인권 침해 의혹도 받고 있다.
투표 마감 직후 자카르타의 실내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낸 프라보워 후보는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오만해지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선진인도네시아연합(구 ‘위대한 인도네시아 운동당’)’을 이끄는 프라보워 후보는 “우리는 감사해야 하지만, 오만해지면 안 된다”면서 “도취되지 말고 겸손해야 한다. 이번 승리는 인도네시아 국민 모두의 승리여야 한다”고 연설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퇴임하는 조코 위도도 현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는 등 전직 대통령들의 이름을 언급하며 이들의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사실 프라보워 후보는 지난 2차례 대선에서 모두 위도도 대통령에 맞서 출마해 낙선한 경험이 있다. ‘조코위’로도 알려진 위도도 대통령은 여전히 큰 인기를 누리고 있으나, 5년 임기로 1차례 연임만 가능하기에 물러나야 한다.
한편 이번 대선에 주어진 선택지에 환멸을 느낀다고 말하는 유권자들도 많았다.
수도 자카르타 중심부에서 만난 한 사업가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에선 딱히 명백히 뽑을 후보가 없다는 게 문제”라면서 “국민들은 최악이 아닌 사람을 뽑아야 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재 독일 거주 중인 한 유권자는 “인도네시아엔 현재 강한 인물이 필요하다”며 프라보워 후보의 승리를 원한다고 했다. “프라보워는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번 선거엔 시간대도 3개나 되며, 인도네시아 전역에 흩어진 섬 1만7000곳의 유권자 2억500만 명 이상이 참여한다. 하루 안에 치러지는 선거로는 최대 규모이자 가장 복잡한 선거라고 할 수 있다.
프라보워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간자르 프라노워 전 중부자바 주지사, 아니스 바스웨단 전 자카르타 주지사와 경합을 벌였다. 현지 시각으로 늦은 저녁까지 집계된 신속 집계 결과, 프라노워와 바스웨단 후보의 득표율은 각각 17%와 25%로 프라보워 후보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출처, EPA
프라보워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SNS 캠페인을 영리하게 사용해 친근하며 다소 코믹한 원로 정치인 같은 모습을 부각하며 기존의 거친 말을 내뱉는 군인 이미지를 완전히 탈바꿈했다.
그리고 이러한 선거 전략은 특히 프라보워 후보의 논란 많은 과거에 대해 잘 모르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매우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과거 최정예 특수부대의 일원이자 나중에 사령관까지 지낸 프라보워 후보는 동티모르 점령 당시 심각한 인권 침해 사건을 저질렀으며, 1990년대 수하르토 정권 말기 학생 민주화 운동가들에 대한 납치와 고문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프라보워 후보는 이러한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실제 유죄 혐의를 받은 적은 없다.
한편 프라보워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위도도 대통령의 지지를 받았다. 위도도 대통령의 장남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가 프라보워 후보의 부통령 후보(러닝메이트)로 함께 나섰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위도도 대통령은 지탄받기도 했다.
14일 밤 두 후보가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지지자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프라보워 후보는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식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면서도 “신속 집계 결과에 감사한다. 경쟁 후보 측에서 실시한 조사를 포함한 모든 선거 결과 예측 및 여론조사 결과 프라보워-기브란 팀이 1차 선거만으로도 승리할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처럼 프라보워 후보가 표본 개표 결과상 선두를 차지하면서 다른 경쟁 후보들은 그다지 낙관하지 않는 모습이다.
신속 집계 결과 그나마 프라보워 후보의 가장 큰 경쟁자로 보이는 바스웨단 후보는 변화를 위한 운동을 이어 나갈 것이라며, 아직 개표가 끝난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통합을 위한 변화 연합(KPP)’의 지도자이자 자카르타 주지사 출신인 바스웨단 후보는 선거 캠프에 기자들에게 “공식 결과 발표를 기다릴 것이며, 공식 발표를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과거 위도도 대통령의 선거 출마를 지원했던 ‘투쟁민주당(PDI-P)’의 현 지도자인 프라노워 후보는 위도도 후보가 PDI-P당의 선거운동과 거리를 두기 전부터 그의 후계자로 거론된 인물이다.
BBC 인도네시아어 뉴스가 자카르타 중심부 소재 선거 캠프를 찾았지만 프라노워 후보는 보이지 않았다. 한 기자가 “프라노워 후보는 떠났다. 집에 가고 싶다는 말만 남겼다.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전할 뿐이었다.
동남아시아 최대 경제국 인도네시아에서 이번에 퇴임하는 위도도 대통령은 편안한 분위기의 리더십과 대표적인 인프라 건설 등으로 10년간 집권한 지금도 여전히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 제도를 약화시켰으며, 프라보워 후보와 결탁하며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기도 하다.
거의 확실해진 프라보워 후보의 승리는 많은 인도네시아 국민들에게 아직 탄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곳의 민주주의에 새롭고도 어려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