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수감자 맞교환 성사... 한국에 동결됐던 원유 수출대금 8조원 풀려

동영상 설명, 카타르 도하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귀국길에 오른 미 수감자 5명
    • 기자, 리즈 두셋
    • 기자, BBC 수석 국제 특파원

이란에서 수년간 수감돼 사실상 인질로 간주됐던 미국인 5명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으로 돌아가는 귀국길에 올랐다.

앞서 미국과 이란은 카타르의 중재로 수감자 맞교환에 합의했는데, 지난 2019년부터 한국의 은행에 묶여있던 이란의 석유 수출대금 60억달러(약 8조원)가 카타르의 은행으로 송금되면서 맞교환이 성사됐다.

이란 시민권자이기도 한 미국인 남성 4명과 여성 1명은 테헤란에서 풀려나 카타르 수도 도하로 가는 전세기에 올랐으며, 이곳에 마중 나온 미국 고위 관료들과 함께 미국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이번에 풀려난 미국인 중에는 테헤란의 악명 높은 에빈 교도소에서 거의 8년을 복역한 사업가 시아막 나마지(51), 사업가 에마드 샤르기(59). 영국 국적도 있는 환경운동가 모라드 타흐바즈(67) 등도 포함됐다.

이란이 정치적 도구로 삼고자 이들을 근거 없는 혐의로 억류했다는 게 미국 측 주장이다.

지난달 중순 5명 중 4명이 에빈 교도소에서 풀려나 가택연금으로 전환되며 양국 간 협상이 타결됐음을 처음 보여줬다.

한편 주로 미국의 제재 위반 혐의로 미 교도소에 수감된 이란인 5명 또한 맞교환의 일환으로 사면 절차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이란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정부는 이들의 신원이 레자 사르항푸어, 캄비즈 아타르 카샤니, 카베 로트폴라 아프라시아비, 메르다드 모에인 안사리, 아민 하산자데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서 풀려난 5명을 태운 비행기가 카타르 도하에 착륙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란에 수감됐던 무고한 미국인 5명이 오늘 드디어 귀국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들 5명은 “괴로움과 불확실성, 고통의 세월”을 견뎌냈다고 덧붙였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맞교환 이후 즉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이란 대통령과 이란 정보부를 겨냥한 새로운 제재 조치를 발표하며 이들이 부당한 억류에 관여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아막 나마지는 성명을 통해 “세상이 나를 잊도록 놔두지 않은 여러분이 아니었다면, 오늘 이렇게 자유를 얻지 못했을 것”이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저 자신을 위해 발언할 수 없을 때 제 목소리가 되어 주시고, 제가 에빈 교도소의 철창 뒤에서 목소리를 낼 힘을 모으고 있을 때 제 목소리가 들리도록 애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울러 나마지는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우리를 구하고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결정을 내렸”으며 “결과적으로 미국인들의 삶을 정치보다 우선시해줬다”며 찬사를 전했다.

(왼쪽부터) 시아막 나마지, 모라드 타흐바즈, 에마드 샤르기

사진 출처, ANYHOPEFORNATURE/FREETHENAMAZIS/NEDASHARGHI

사진 설명, 미국은 시아막 나마지, 모라드 타흐바즈, 에마드 샤르기가 근거 없는 혐의로 수감됐다고 밝혔다

이번 맞교환 결정은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된 카타르의 중재로 간접 대화가 몇 달간 이어진 결과다.

한 소식통은 카타르에서 적어도 9차례의 회담이 열렸다고 설명했으며, 카타르 측 고위 관료들 또한 이란과 미국 사이를 오갔다.

이란 태생의 메흐란 캄라바 카타르 조지타운대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이란) 양쪽 모두 약간의 승리를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우선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인들을 본국으로 데려가는 모습을 보여주게 됐고, 이란 정부 입장에선 미국에 수감된 이란인들을 데려 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60억달러는 정말 큰 성과죠.”

한편 이란 당국은 이번에 받은 60억달러에 대해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지출하겠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협상 관련 소식통은 해당 자금의 사용처는 엄격히 통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으로는 그 어떤 자금도 들어가지 않을 것”이며 “식량, 의료품, 농산물 등 인도적 거래 물품 및 제3의 판매업자에게 지급되는 항목” 등으로 제한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BBC에 해당 자금은 제재로 동결된 이란의 자산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하는 소식통들도 있었다. 이란의 원유 판매 수익금으로, 한국의 은행에 보관 중인 이 자금은 그동안 이란 정부가 쌍무적 및 비제재 지원 용도로 사용할 수 있었으나, 환전의 어려움 등 여러 이유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 공화당 주요 인사들은 이번 합의는 미 정부의 인질 몸값 지불이며, 제재 완화 행위라고 비난했다. 마이클 매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미국 정부가 “세계 최고의 테러 지원국”에 자금을 송금했다며 크게 비난했다.

중간선

이란에 있던 미국인 수감자들은 누구인가?

  • 모라드 타흐바즈: 이란인 환경보호론자 8명과 함께 2018년 체포됐다. 이들은 카메라로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아시아 치타를 추적하다 스파이 혐의로 기소됐다. 혐의를 부인했으나, 징역 10년 형을 선고받았다.
  • 시아막 나마지: 두바이의 석유 회사 임원으로 지난 2015년에 체포됐다. 나마지의 부친 바커는 이란 당국으로부터 아들 방문을 허락받았으나 이듬해 구금됐다. 나마지 부자는 “외국의 적과 협력”한 죄로 10년 형을 선고받았으나,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던 2022년 바커는 치료를 위해 이란을 떠날 수 있었다
  • 에마드 샤르기: 이란의 벤처 캐피털 펀드에서 일하다 2018년 구금됐다. 보석으로 풀려난 이후 스파이 혐의를 벗었으나, 2020년 이란 법원은 궐석 재판을 통해 유죄 판결 및 징역 10년 형을 선고했다고 통보했다. 항소를 앞두고 석방됐다가 지난 2021년 이란의 서부 국경을 불법으로 넘으려고 시도하다 구금됐다
  • 나머지 두 사람은 익명으로 남길 원했다
중간선

일부 수감자들이 마침내 귀국한다는 소식은 엄청난 안도감을 불러일으키지만,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이 억류될 수 있다는 사실이 흥분감을 누그러뜨리고 있다. 실제로 아직 이란엔 투옥된 이중국적자들이 더 남아 있다.

영국 런던 소재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중동·북아프리카 프로그램 책임자인 사남 바킬은 “이란 정부는 인질 외교를 하는 정부가 됐다”면서 “이란 정부는 사람들을 장기 말로 이용해왔으며, 이는 이란이 서방에 대항해 사용하는 도구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한편 카타르는 이 흔치 않은 양국 간 협력이 역내 다른 오랜 분쟁 상황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고 있다. 여기엔 ‘이란 핵협정’이라고도 불리며 2015년 체결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도 포함된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하며 현재 많은 이들이 종료된 것으로 간주하는 협정이다.

이란의 에빈 교도소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미국인 수감자 5명 중 4명은 테헤란 에빈 교도소에 수감됐다 지난달 가택연금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바밀은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권력을 유지하는 한 미국과는 전략적 적대감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오랫동안 자국민의 귀국을 요구하는 압박을 받아왔다.

올해 초 미국 정부가 부당하게 투옥됐다고 주장하는 나마지는 이란 교도소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신을 보내 자신은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억류된 이란계 미국인 인질이라는, 전혀 남들이 부러워하지 않을 칭호”를 가지게 됐다고 적었다.

또 다른 수감자 타흐바즈와 그의 가족은 지난해 영국 정부로부터 마찬가지로 임의로 구금된 다른 영국-이란 이중국적자 나자닌 자그하리-래트클리프와 아누셰 아수리와 함께 영국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으나 풀려나지 못하면서 자신들이 버려졌다며 분노를 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