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로 우리가 알게된 것들...'위기상황서 작은 도움도 큰 힘'

사진 출처, News1
- 기자, 정다민
- 기자, BBC 코리아
지난달 2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가 남긴 여러 시사점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형 사고 발생 시 공권력·안전시스템이 부재했다는 지적이 일면서 정부 차원에서는 관련 부처들이 함께 다중밀집 인파사고 예방 안전관리책을 마련하는 '범정부 특별팀'이 지난 2일 출범했다.
또 온라인상에서는 전문가들이 군중 밀집 상황 시 대처법을 소개하는 영상과 글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너 나 할 것 없이 현장 수습 나선 시민들
이태원 사고 위기상황 발생 후 구조대 투입까지 시간이 지체되는 동안 주변 시민들의 도움이 사고 수습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
사고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구급대원과 경찰을 도와 구조 작업에 힘을 보태기도 했고, 직접 CPR을 실시하고 팔다리를 주무르거나 이후 부상자들을 돌보고 병원 이송을 도왔다.
이날 밤 이태원을 찾았던 안 씨(33세)도 다른 시민들과 부상자 구조에 함께했다.
사고 당일 안 씨는 밤 11시께 친구와 함께 녹사평역에서 이태원역으로 대로변을 걸어 이동했다.
안 씨 일행은 사고 발생 지점 대로변에 구급차가 여러 대 서있고 사람들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지만, 대규모 압사사고가 났다는 것은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날 이태원역에서 '긴급사고'가 발생했다는 서울시의 안전안내문자가 발송된 것은 이로부터 약 1시간이 지나서였다.
안 씨는 회사에서 심폐소생술(CPR) 교육을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골목에 쓰러진 한 외국인 여성에게 CPR을 실시했다. 하지만 여성은 이미 사망한 후였다. 안 씨는 다른 사람들이 알려준 후에야 이 여성 옆에 있던 '사망'이라고 적힌 카드를 발견했다.
그는 BBC 코리아에 당시 "현실이라는 게 안 믿겨졌다"며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칠 수가 있었는지, 진짜 일어난 일이 아닌 것 같았다"고 전했다.
안 씨가 CPR을 실시한 외국인 여성 옆에 있던 다른 한 여성도 얼굴이 파랗게 변해 있었다.
주변 다른 이들과 함께 피해자들에게 CPR을 하거나 팔다리를 주무르는 것을 돕던 안 씨 일행은 구급대원들이 더 도착한 뒤 사고 발생 지점 바로 옆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안 씨 일행은 부상자들을 부축해 온 다른 시민들과 합세해 부상자들의 가족이나 친구가 현장에 올 때까지 부상자들을 돌봤다.

사진 출처, News1
서로의 안부 확인하며 트라우마 극복 중
사고 현장에서 구조됐거나 당시 상황을 목격한 사람들은 사고가 비현실적일 만큼 충격적이었다면서도 서로 안부를 물어가며 트라우마를 극복 중이다.
한 부상자의 경우 병원에서 회복하는 중 가족을 통해 트위터로 자신을 도와준 '은인 찾기'에 나서기도 했다. 안 씨도 이 은인 중 한 명이다.
안 씨는 이태원 사고 이후 며칠 간 "되게 침울하고 제가 본 광경들도 가끔 생각나고 했지만, 그분들(부상자들)이랑 연락을 하고 그분들이 잘 있다고 하니까 기억에서 잘 벗어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안 씨와 함께 있던 부상자들 모두 휴대폰을 분실한 상태여서 안 씨의 휴대폰으로 가족이나 친구와 연락을 취했다.
안 씨는 사고 이후 이미 죽은 사람에 CPR을 했던 기억에 대해 "조금이라도 빨리 왔으면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은 한다"며 "제가 본 그분들이 (사고로 사망한) 156명 중에 여러 명이겠구나 생각이 들어서 착잡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핸드폰에 남아 있던 부상자들의 가족, 친구에 연락을 취해 부상자들의 안부를 묻고 무사히 회복 중이라는 소식에 "이 분들이 괜찮으니 괜찮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위기상황서 작은 도움도 큰 도움 될 수 있어
전문가들은 위기상황 발생 시 일반 시민들이 더 적극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공하성 교수는 "사람들이 처음 어떤 행동을 하는 사람을 따라서 행동하는 추정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태원 사고 발생 몇 시간 전 같은 지점에서 사람들이 몰렸을 때 스스로 나서 교통 통제를 했던 일반인 여성의 외침에 따라 사람들이 움직였던 것이나 사고 발생 후 일반 시민들이 나서 부상자들에 CPR을 실시하고 팔다리를 주물렀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 교수는 일반 시민들이 위기상황서 적극적으로 안전 조치에 나설 수 있도록 안전교육을 필수교과로 채택하거나 '선한 사마리아인법( 생명이 위급하여 구조를 필요로 하는 자를 구해준 선의인 구조자의 응급의료 과정에서 발생한 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하는 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공 교수는 "착한 사마리아인법이 있지만 사람이 사망 했을 때에는 책임을 질 수가 있다"며 "사람들이 그런 부분에 부담을 갖지 않도록 정부에서 착한 사마리아인법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