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사고: 112 신고에도 왜 사전조치 못했나

사진 출처, Reuters
- 기자, 구유나
- 기자, BBC 코리아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기 약 4시간 전부터 112에 신고가 접수됐다는 사실과 구체적인 신고 내용이 공개되면서 관계 당국의 적절한 대응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1일 경찰청이 공개한 112 신고 내용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29일 오후 6시 34분 첫 신고를 시작으로 밤 10시 11분까지 총 11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사건은 밤 10시 15분에 발생했다.
신고 녹취 내용을 보면 신고자들은 직접적으로 '압사'를 언급하며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다.
최초 신고자의 경우 사고가 발생한 골목길에 위치한 가게명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사람이 내려 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 당할 것 같다"며 "경찰이 좀 서서 통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두 번째 신고자는 "사람이 너무 많아 넘어지고 다친 사람이 많다"고 언급했다.
112 신고 체계, 제대로 작동하나
서울 내 모든 112 신고는 서울경찰청 112종합상황실에 접수된다. 신고 내용은 5개의 '코드'(코드0~코드4) 중 하나로 분류, 시스템에 입력되며 서울 지역 경찰서별 112 상황실에 공유된다.
'코드0'과 '코드1'은 긴급 신고로 분류돼 경찰관이 현장에 출동해야 한다. 29일 신고된 11건 중 1건은 '코드0', 7건은 '코드1'로 분류됐다. 하지만 현장 조치가 이뤄진 건 4건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신고 지점의 사람들을 해산시키는 것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BBC 코리아에 "현장에 대한 상황 판단을 충분히 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라고 본다"며 "현장에서의 어떤 절박함이라든지 사건의 심각성을 담당자들이 충분히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응이 신속하고 철저하게 이뤄지지 못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신고가 접수된 사건의 긴급성이나 현장 출동 여부를 판단하는 건 시스템이 아닌 '사람'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교육과 훈련이 강화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과 교수도 "(경찰들이) 좀 더 적극적인 조치를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112가 아니라 지구대와 파출소에 시민들이 직접 신고한 것까지 고려하면 실제 신고 건수는 더 많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신고 시점은) 이미 현장 조치를 하기에는 임계점이 훨씬 지난 시점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몇만 명이 모인 상황에서 경찰 서너 명이 군중을 통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왜 경찰관을 계속 몇 명만 그곳에 뒀냐는 것"이라며 "그때라도 경찰 지휘부가 빨리 주변에 있는 경찰 부대를 배치하고 증원하는 등의 의사결정을 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 통제할 만큼 인력 충분했나
관계 당국은 이전 연도와 비교해 경찰 투입 인력이 부족하지 않았다며 이번 사고가 경찰 인력 배치와 관계가 없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일선에서는 조금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장에서 군중을 통제하고 싶어도 그럴만한 인원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사고 당일 이태원에 투입된 경찰은 137명으로 지역경찰(지구대·파출소) 32명, 수사 50명, 교통 26명 등이다.
전날 경찰청 내부망에는 한 이용자가 자신이 3년째 이태원 파출소에서 근무 중인 직원이라고 밝히며 "핼러윈 대비 당시 안전 우려로 인해 용산경찰서가 서울경찰청 기동대 경력 지원요청을 했으나 지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용산경찰서 교통직원들도 현장 곳곳에서 인파를 통제중이었고, 파출소 직원들은 다른 여러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중에도 틈틈이 시민들에게 해산하라고 요청했다"며 "다만 해산시키는 인원보다 지하철과 버스로 몰려드는 인원이 몇 배로 많았고 안전사고 우려 신고 외 다른 신고도 처리해야 하기에 20명으로는 역부족이었다"고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동대 지원 요청 주장에 대해 BBC 코리아에 "그 부분에 대해서도 감찰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라며 "지금 단계에서 사실 확인을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대전경찰청장을 지낸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혼잡경비를 담당하는 기동대가 배치되지 않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며 "골목 위쪽과 아래쪽에 혼잡경비 경찰관 서너 명씩만 있었어도 통제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경찰 출신인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오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이태원 참사는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찰청장이 위험 방지 조치를 했는데도 응하지 않아서 발생한 게 아니라, 그런 안전 조치가 전혀 없었다는 게 문제"라며 "도대체 왜 하지 않았는지를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 교수는 "이번에 경찰은 성범죄, 마약 등 범죄 예방에 초점을 맞춰 인력을 투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동대를 비롯해 안전 유지를 위한 인력을 더 투입했어야 하고, 만약 시위 등으로 인해 여건상 불가능했다면 다른 지자체 협조를 받는 방법도 있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