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사고: 사망자 대다수는 '질식으로 인한 심정지'...'중증자 살리는데 집중해야'

사진 출처, Reuters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일대에서 일어난 압사 참사로 30일 오전 10시 기준 151명이 숨지고 82명이 다치는 등 모두 23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 수는 이날 오전 2시께 59명으로 파악됐다가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부상자 상당수가 사망하면서 오전 6시 기준 149명으로 급증했고 이후 151명으로 늘었다.
소방당국은 31일 오전 6시 기준 이태원 사고에 따른 인명 피해가 총 303명이라고 밝혔다. 사망자는 154명으로 늘었고, 부상자는 149명(중상 33명, 경상 116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외국인 사망자도 26명으로 확인됐다.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를 맡고 있는 류현호 전남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BBC에 "대부분 질식으로 인한 호흡 곤란으로 심정지 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몸이 심하게 눌리면서 가슴이 직접 압박되고 기도가 막혔을 것이라는 얘기다.
류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는 기도 확보와 인공호흡이 함께 동반돼야 한다"면서 "수많은 사상자가 한꺼번에 발생하면서 응급 대응에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난 사건에서는 초동관리가 가장 중요하지만 해당 사건이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나 라는 점에서는 고민이 된다"며 다만 "재난 의학을 담당하는 입장에서 사망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이제는 중증 환자를 살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벌인 홍기정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도 연합뉴스에 "대규모 인파의 압력에 의한 압사 사고여서 구조에 나섰을 당시 이미 상당수가 심폐소생술(CPR)에도 깨어나지 못할 정도로 질식해 사망한 상태였다"고 상황을 전했다.
또 "압사 사고와 같은 대규모 재난에서 가장 중요한 응급의료 지침은 회생 가능성이 심정지 상태까지 가지 않은 사람, 즉 회생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우선 살리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미 질식으로 저산소성 뇌 손상이 온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응급조치의 한계가 컸다"고 설명했다.
최악의 압사 참사... '재난 인력 양성 및 훈련 절실'
과거에도 한국 내 대규모 인파가 몰린 공연장이나 서울역 등에서 수차례 압사 사고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이태원 참사처럼 피해 규모가 큰 사례는 찾을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출처, Reuters
지금까지 가장 피해가 큰 압사 사고는 지난 1959년 7월 17일 부산 공설운동장에서 발생했다. 시민 위안잔치에 참석한 관중 3만여 명이 소나기를 피하려 좁은 출입구로 몰려 67명이 압사했다.
1960년 1월 26일에는 설을 이틀 앞두고 고향을 찾으려는 귀성객이 몰린 서울역에서 승객들이 계단에서 한꺼번에 넘어져 31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2005년 10월 3일 MBC '가요콘서트' 공개녹화가 예정됐던 경북 상주시민운동장에서는 관중이 한꺼번에 출입문 한 곳으로 입장하다가 11명이 숨지고 145명이 다쳤다.
1996년 12월 16일 대구 달서구 우방타워랜드 대공연장에서는 대구MBC '별이 빛나는 밤에' 공개방송을 보러 온 학생 2명이 인파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사람들이 서로 먼저 입장하려고 출입문 쪽으로 몰려들다 벌어진 사고였다.
1992년 2월 17일 서울 잠실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는 미국 인기 그룹 '뉴키즈 온 더 블록' 공연 도중 10대 팬들이 무대 앞에 몰려들면서 고교생 1명이 군중에 짓눌려 숨지고 50여 명이 실신해 병원에 실려 가는 일도 있었다.
따라서 재난의학 전문가 양성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류현호 교수는 "이러한 재난은 우리 주위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고 사건이 벌어진 이후에 찾으려고 하면 자원, 인력 모두 부족해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사건이 상당히 많은 자원을 지닌 서울에서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병원들이 마비된 만큼 장기적으로 지차제를 중심으로 한 재난지원 인력 양성 및 훈련, 보완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번 참사와 관련해 비상대응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든 일정과 국정운영의 순위를 사고 수습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힘을 합쳐서 유가족과 부상자분들을 한 분 한 분 각별히 챙겨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한국 정부는 다음달 5일 24시까지를 국가 애도기간으로 정하고 사건이 발생한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