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 수낙 영국 신임 총리, '당내 파벌 통합' 내각 구성 발표

사진 출처, Getty Images
- 기자, 아이오네 웰스
- 기자, BBC 정치 전문기자
리시 수낙 신임 영국 총리가 취임 첫날인 25일(현지시간) 주요 내각 인사를 발표했다.
수낙 총리는 총리 관저 밖 연설을 통해 경제적 안정과 신뢰를 약속하는 한편 영국과 당이 통합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표된 내각 구성을 살펴보면 예상했던 인물과 뜻밖의 인물이 모두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이와 관련해 총리실은 "몇몇 주요 직책에선 단결, 경험, 연속성"을 핵심 메시지로 전달하고 싶었다는 뜻을 전했다.
그렇다면 이번 내각에선 누가 남아있고 누가 떠나게 됐을까 그리고 이번 내각 구성이 지니는 의미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시절 전 공보담당이었던 크레이그 올리버 또한 "통합이야말로 이번 새 내각의 키워드"라면서 "보수당 내에선 모두 어떤 식으로든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됐다고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수낙 총리는 트러스 전 총리가 마이클 고브에게 그랬던 것처럼, 정치계 거물을 '백벤치(내각에 참여하지 않은 평의원)'로 좌천시켜 문제를 일으키게 내버려 두지 않으려는 듯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주요 보직에 안정성을 추구했다는 점 또한 주목해볼 수 하다.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 제임스 클레버리 외무장관, 벤 월러스 국방장관이 모두 유임하게 된 것이다.
이는 특히 지난 몇 달간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과 경제적 혼란 상황에서 안정성을 추구한다는, 수낙 총리가 의원들에게 안심하라며 보내는 분명한 메시지로 보인다.
헌트 장관은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쿼지 콰텡의 후임으로 중간에 긴급 투입한 인물로 트러스 전 총리가 내세운 감세 정책 대부분을 철회했다. 지난 총리 경선에서 수낙 총리가 제시한 방식과 더 유사한 경제 정책을 표방한다.
헌트 장관과 수낙 총리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있다는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어려운 결정"에 대해선 오는 31일 정부의 다음 예산안 책정 과정에서 더 자세히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와 가까운 사이이자 존슨 전 총리가 재임 시절 국방장관으로 임명한 월러스 장관과 트러스 전 총리 시절 외무장관으로 임명된 클레버리 장관을 유임시킨 결정 또한 경선에서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고위급 정치인들을 향한 수낙 총리의 화해 제스처로 해석할 수 있다.
총리실 소식통은 이번 내각 구성에 대해 "당내 인재들을 하나로 모으는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단결되고 통합된 당을 추구하는 동시에 경험이 풍부한 인물들로 내각을 꾸렸음을 보여주는 인사 구성입니다. 이 불확실한 시기에 주요 장관직에선 연속성을 중요하게 생각한 모습입니다."
한편 이번에 출범한 내각은 힘든 일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영국민들을 위해 봉사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 출처, Reuters
한 고위 관료는 BBC에 클레버리 장관이 유임하게 되면서 "영국의 외교 관계나 정책 등이 연속적으로 이어지게" 되므로, "영국 외무부 또한 안정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개각이 진행되면서 클레버리 장관은 SNS를 통해 각국의 외교 인사에게 전화하는 사진을 대거 게시했다.
그러나 클레버리 장관의 유임은 페니 모돈트 원내대표가 더 일찍 경선 출마를 포기하지 않은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됐다는 의미기도 하다. 모돈트 대표가 외무장관 자리를 놓고 경쟁했다는 것이 널리 보도된 바 있기 때문이다.
대신 모돈트 대표는 서민원(하원)의 원내 대표로 계속 남아있게 됐다. 이는 정부 법안이 의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역할이다.
한편 이번 내각 구성과 관련해 향후 국방비 증액을 둘러싼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월러스 장관은 과거 국방비를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3%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는 헌트 재무장관이 추진하려는 정부 재정 효율성(긴축) 기조와는 일치하지 않는 방향이다.
누가 들어왔나?
한편 트러스 전 총리 시절 내무장관으로 임명됐다 사임한 수엘라 브레이버먼 전 장관의 내무장관직 복귀 또한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브레이버먼 전 장관은 최근 정부 문서를 열람할 권한이 없는 이에게 문서를 보내면서 이에 책임을 지고 사임한 바 있다.
그리고 불과 이틀 전 브레이버먼 전 장관은 수낙 총리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는데, 이는 수낙 총리가 보수당 내 우파로부터도 지지를 얻었다는 메시지로 해석됐기에 승리에 큰 힘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정부 소식통은 브레이버먼 전 장관이 지지 선언이 대가로 수낙 총리에게 무언가를 요구했으리라고 추측하기도 하는데, 수낙 당시 후보를 지지하며 브레이버먼 전 장관이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기고한 글에서 힌트를 얻을 수도 있다.
브레이버먼 장관은 '현대판 노예 방지법', '인권법', '유럽인권보호조약(ECHR)'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한 법안이 영국에 마련될 때만 "비로소 영국 해협을 건너오는 (이민자들의) 보트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러한 법안을 마련하는 과정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며, 특히 귀족원(상원)에서 법적, 정치적 도전 과제에 직면할 것이다.
브레이버먼 장관을 내무장관으로 다시 임명했다는 건 수낙 총리가 이에 동의한다고 봐도 되는 것일까.
현재까진 그렇다. 이와 관련해 테레사 메이 총리 재임 시절 총리실 여론 관련 업무를 맡았던 제임스 존슨은 트위터를 통해 이민에 관한 더 강경한 태도는 보수당으로선 소위 '붉은 장벽(영국 중부와 동북부 등 전통적으로 노동당의 텃밭인 선거구)' 내 스윙 보터(부동층)의 마음을 끌 기회가 된다고 분석했다.

사진 출처, HENRY NICHOLLS
올리버 전 공보담당 또한 "브레이버먼 장관의 재임명이 가장 눈길을 끈다"고 말했다.
"수낙 총리 앞엔 보수당 내 우파들이 불편하게 여길만한, 예컨대 정부 예산과 경제 등의 문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그래서 [더 강경한 이민 정책을 펴겠다는 이번 신호는]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성향의 의원들과 당원들과도 정말 잘 지내볼 수 있는 지점도 있다는 걸 보여 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규정 위반으로 사임한 브레이버먼 장관을 재임명하면서 "진실되고 청렴한"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는 수낙 총리의 약속은 온전히 지켜지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또한 수낙 총리는 도미닉 라브 전 법무부 장관 및 부총리, 스티븐 바클레이 전 보건사회복지부 장관, 올리버 다우든 전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인 '랭커스터 공국 대신'으로 임명)과 같이 자신을 지지해준 고위 인사들을 내각으로 다시 불러들였다.
이는 올여름 수낙 후보자의 선거 운동에서 핵심 역할을 맡아준 대에 대한 보답으로 보인다.
다우든 전 국무조정실장의 바로 전임자였던 데이비드 리딩턴 전 국무조정실장은 "(다우든만큼) 정부 조직을 날카롭게 이해하고 있으며 어떻게 슬로건과 서류 속 계획을 실질적 결과물로 이뤄낼 수 있는지 이해하는 인물도 현 내각엔 없다"면서 다우든의 복귀를 환영했다.
한편 존슨 전 총리 내각에서 웨일스부 장관을 맡았던 사이먼 하트 전 장관 또한 당내 기강을 잡는 역할인 여당 원내총무직으로 복귀했다.
특히 지난 수개월간 경선 등으로 당 내부적으로 분열됐던 상황에서 당내 잠재적인 반발을 예상하고, 소속 의원들이 당의 노선을 따라 결집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핵심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트 원내총무는 브렉시트로 파벌이 갈라졌을 때도 이들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노력했던 경험이 있으며, 개빈 윌리엄슨 전 여당 원내총무 및 그레이엄 브래디 '1922 위원회(보수당 내 평의원 모임)' 위원장과도 가까운 사이다.
한편 존슨 전 총리 내각에서 지난여름 잠깐 재무장관직을 맡았던 나딤 자하위 전 장관은 무임소장관직인 보수당 의장직으로 약간 강등됐다.
이는 존슨 전 총리의 퇴각을 요청했으면서도 불과 며칠 전 경선에선 존슨 전 총리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등 지난 몇 달간 입장을 바꿔온 것에 대한 대가로도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내년 지방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쉽지 않은 자리임은 분명하다. 특히 최근 여론 조사에서 보수당에 대한 지지도가 최저점을 기록한 상황에서 자하위 의장은 보수당이 혼란을 수습하고 향후 선거에선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능력을 증명하는 데 부분적으로 책임을 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트러스 충성파 제외
한편 수낙 총리는 경선에서 경쟁했던 존슨 전 총리와 트러스 전 총리를 지지했던 일부 고위 인사들에겐 손을 내밀었으나, 제외된 인물들도 있다.
존슨 전 총리와 가까운 사이인 제이크 베리 전 보수당 의장은 이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으며, 트러스 총리 시절 지역사회부 장관이자 총리의 정책을 지지했던 사이먼 클라크 또한 탈락했다.
또한 기존에 예측됐던 대로 트러스 총리 시절 사업에너지·산업전략부 장관이었던 제이컵 리스-모그는 장관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리스-모그 전 장관은 불과 며칠 전 "보리스 아니면 망한다(Boris or Bust)"라며 수낙 후보자를 공공연하게 비난하고 보리스 전 총리의 재집권을 지지한 바 있다.
클라크 지역사회부 장관의 후임으로는 마이클 고브가, 리스-모그 전 에너지·산업전략부 장관의 후임으로는 그랜트 섑스가 임명됐다. 고브 장관은 존슨 전 총리 시절 이미 지역사회부 장관을 맡은 경험이 있다.
고브 장관과 섑스 장관은 고소득자 최고세율을 인하하려 했던 트러스 전 장관에 맞섰던 핵심 의원들로, 결국 트러스 전 총리가 정책을 철회하게 되는 계기를 제공했다.
결론은?
결론적으로 이번 내각 구성을 살펴보면 보수당 내 좌파, 우파, 중도파 등 다양한 인사들이 연합한 모습이다.
이번 내각의 (가장 거대한) 목표는 당연히 보수당 내 집결이다. 브렉시트부터 존슨 총리의 추문, 트러스 전 총리의 감세 정책뿐만 아니라 이민 정책과 프래킹(지하에 매장된 셰일가스를 추출하는 방식) 공법 허용에 이르기까지 지난 수년간 여러 인물과 정책을 두고 내부적으로 분열해왔기 때문이다.
수낙 총리는 새로운 정책들을 제시 및 실현하는 과정에서, 정부 예산 삭감 혹은 세금 인상 등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경제 정책"을 내리는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내각 구성이 과연 보수당 내 평의원들과 야당 의원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충분할지에 대해선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