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창업 붐'은 과연 지속 가능할까?

미 정부의 코로나 팬데믹 구제 프로그램 중 사업보조금은 제니 헤이즈가 창업하는 데 도움이 됐다

사진 출처, JANIE HAYES

사진 설명, 미 정부의 코로나 팬데믹 구제 프로그램 중 사업보조금은 제니 헤이즈가 창업하는 데 도움이 됐다
    • 기자, 나탈리 셔먼
    • 기자, BBC 비즈니스 전문기자

늘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제니 헤이즈(33)는 항상 자신만의 사업을 꿈꿨다. 그리고 결국 작년 미 북서부 아이다호주 보이시 지역에서 옷 가게를 개업했다.

개업한 지 몇 달 후 헤이즈는 마침내 웨이트리스 일을 그만두고 사업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이제 헤이즈는 두 번째 지점을 개업하고, 현재 3명인 직원 수를 한 명 더 늘릴 계획도 있다.

"매달 성장 속도가 빨라진다"는 헤이즈는 "이 속도라면 계속 더 나아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헤이즈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에선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미국 내 신규 기업 신청 건수는 2020년 24% 증가했으며, 작년엔 23% 증가했다. 비록 올해엔 감소했으나,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비하면 높은 수치다.

경제학자들이 수십 년간 낮은 창업률을 걱정했으나, 현재 창업 붐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창업 붐은 코로나19 시기 경제 상황 속 깜짝 이변으로 잊힐까 아니면 지속해서 이어질까.

오랫동안 창업률 제고를 위한 정책 변화를 추진해온 '경제 혁신 그룹'의 케난 피크리 연구소장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제 상황은 두 가지로 갈릴 수 있다"는 피크리 소장은 "대기업과 경쟁하기 어렵고 (창업을 위해 필요한) 대출이나 여러 금융 서비스를 지원받기 어려웠던 코로나19 시절로 돌아가게 될 것인가? 아니면 미국 경제 내 창업 생태계는 이미 큰 변화를 겪은 것인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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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중소기업

미국을 세계 경제의 엔진이라고 한다면 그 엔진이 움직이는 연료는 중소기업이다.

미국에서 중소기업은 새로운 일자리의 3분의 2가량을 창출하며 경제 활동의 44%를 차지한다. 그렇다면 이들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그리고 미국 중소기업이 직면한 도전 과제와 이들이 활동하기 좋은 도시 및 지역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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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개시 후 5년 미만인 신생 기업은 미국 민간 부문 노동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가 약간 안 되는 등 그 규모가 보통 작다.

그러나 규모는 작은 이들 신생 기업은 일자리 창출과 혁신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기준 미국 내 기업 중 신생 기업은 고작 8%를 차지하는 수준이었다. 1980년대 초 12%를 웃돌았던 것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였던 것이다.

헤이즈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아이다호주 보이시 지역의 성장이 자신의 신규 패션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말한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헤이즈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아이다호주 보이시 지역의 성장이 자신의 신규 패션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노동력 고령화부터 높은 부동산 가격, 경쟁 금지 조항과 같은 반경쟁적 관행 확산 등 다양한 요인 때문에 예비 창업자들이 쉽게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면서 신생 기업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창업 생태계가 더 황폐해질 수도 있다는 걱정이 컸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혼란스러운 상황은 미국 창업 생태계가 숨통이 트일 기회로 작용한 듯했다.

재택근무 등의 기업의 새로운 요구가 창출되는 한편, 정부가 실업 수당 연장 및 경기 부양 현금 지원 등의 형태로 경제 부양을 위해 크게 힘쓰면서 예비 창업자들이 재정 지원을 받을 길이 열린 것이다.

비슷하게 창업률이 줄어들고 있던 영국에서도 이 시기 창업 활동이 급증했다. 물론 이를 일시적인 코로나19 경제 부양책 덕이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를 두고 피크리 소장은 "재정적으로 안정된 상황이 마련되면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원래 웨이트리스로 일하던 헤이즈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경기 부양책 덕에 저축이 늘어나면서 창업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에 2020년 5월 작은 가게를 임대한 헤이즈는 코로나19 팬데믹 구제 프로그램을 통해 받는 사업 보조금 덕에 첫해를 버틸 수 있었으며, 그동안 세밀하게 사업을 구성하며 목표 고객을 파악해나갔다.

헤이즈는 이미 2018년부터 의류 쇼핑몰을 여는 등 이미 여러 차례 사업을 구상해왔다. 그런데 "(창업을 위해) 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점을 알게 됐을 때 확실히 자신감을 얻었다. 모아둔 돈이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을 시작하고자 빚을 져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던 거죠."

이러한 재정적 안정뿐만 아니라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고객이 더 많아졌다는 게 헤이즈의 생각이다. 사람들이 원격 근무를 할 수 있게 되면서 보이시 지역의 유입 인구가 늘어난 것이다.

"쇼핑하러 오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는 헤이즈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건 (선호하는) 패션 스타일도 다양해진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임상 시험 관련 일을 하던 앤 마리 햄너는 2020년 6월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 지역에서 자신만의 웰니스 코칭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였다. 햄너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창업을 꿈꿨지만, 저축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배우자가 없었다면 시작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말을 꺼냈다.

2020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웰니스 사업을 시작한 앤 마리 햄너는 소득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 ANNE MARIE HAMNER

사진 설명, 2020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웰니스 사업을 시작한 앤 마리 햄너는 소득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모든 사람이 창업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사람들이 그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창업을 위한 재정적 자유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햄너는 창업 이후 소득이 75% 감소했으며, 아이 돌보는 일을 간간이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제 사업이 제가 평생 할 수 있는 일이길 바랍니다. 재정적인 이유로 다시 원래 하던 일로 돌아가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입니다."

한편 신규 사업 신청 건수는 첫 번째 징표일 뿐이다. 이중 실제 창업으로 이어진 비율에 대한 데이터는 여전히 수집 중이다.

다만 현재로선 지난해 정점을 찍은 월 신규 사업 신청 건수가 2019년에 비해 빠른 속도로 계속 증가하고 있어 전망이 밝다.

그러나 피크리 소장은 오랫동안 전문가들이 창업률 저하의 원인으로 지목했던 여러 근본적인 요소들은 변하지 않았다며 경고했다. 그리고 정부의 지원 정책도 상당 부분 종료된 상태다.

피크리 소장은 "미국의 창업률과 관련해선 낙관론과 비관론 모두 근거가 있다"면서 "미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창업 활동을 짓누르던 요소는 여전히 건재하다. 그리고 이제 막 이에 대한 매우 강한 반격이 시작된 것"이라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