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CEO는 어떤 옷을 입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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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두걸 쇼
- 기자, BBC 비즈니스 전문기자
재택근무와 화상회의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너무 격식을 따지지 않는 직장 문화가 포착되고 있다. 우리의 옷차림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보통 기업의 풍조와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끄는 최고경영자(CEO) 또한 이제 옷차림에서 격식을 조금 내려놓아도 되는 것일까.
보험 비교 서비스 업체인 '컨퓨즈드 닷 컴'의 루이스 오시어 CEO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매일 말쑥하게 차려입고 출근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특히 재택근무를 하며 서로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봤을 때 더욱 그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난 잘 차려입는 걸 즐기기에 늘 옷차림에 신경 쓴다"는 오시어 CEO는 "매일 가장 좋은 옷을 입고 머리를 손질하고 화장을 하는 이 모든 과정은 나만의 어떤 의식 절차가 됐다. 이 과정을 거치는 동안 생각을 정리하고 '가장 멋진 나 자신'을 내세울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광고 대행사인 '오길비 UK'의 피오나 고든 CEO 또한 이에 동의 했다. "(팬데믹을 거치며) CEO들이 확실히 예전보다 덜 차려입어도 되는 분위기가 됐다"는 것이다.
"팬데믹은 모두의 드레스 코드를 바꿔놓았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할 때면 제 옷차림을 통해서 에너지를 얻고 그 에너지를 느끼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립스틱을 바르면 자신감이 생깁니다."

오시어 CEO와 고든 CEO처럼 많은 CEO들이 '의상 딜레마'에 직면했다.
'덜 격식적인 차림을 훨씬 더 수용하는 듯한 세상에서 어떻게 차려입어야 진지하게 사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 앞에서 고민하는 이들 CEO는 직원들처럼 자신의 옷차림을 바꿀 준비가 돼 있을까.
한편 영국의 HR 전문 기업인 '페닌슐라'의 피터 던 CEO는 지금 당장으로서는 정장을 벗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
"매일 정장을 입고 출근한다"는 던 CEO는 "옷차림을 통해 내가 개인적으로 그리고 업무적으로 정한 특정 기준을 전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CEO로서 제가 모범을 보이고 이끌어야 하죠. 직원들이 말쑥하게 차려입길 바란다면 저 또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던 CEO는 팬데믹으로 (서로의 옷차림에 대한) 기대치가 바뀌면서 테크 분야 종사자들은 좀 더 캐주얼하게 입을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좀 더 갖춰 입으면 직장에서 더 좋은 마음가짐을 지닐 수 있다고 본다.
"말쑥한 옷차림이 사업상 좋다고 생각한다"는 던 CEO는 "이 모든 건 결국 고객 서비스다.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내가 고객에게 관심을 두고 있으며 다시 만나길 바란다는 의도를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엄연히 근무 시간인데도 누군가 찢어진 청바지나 슬리퍼 차림으로 회의에 나타난다면 (해당 일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첫인상은 중요하고, 좋은 첫인상을 남길 기회는 단 한 번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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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영국의 직원 코칭 및 컨설팅 회사인 'HEX 오거나이제이션'의 창업자이기도 한 벤 위터 CEO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기업들이 비격식적인 면도 훨씬 많이 허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제 CEO들은 정장을 입은 기업 로봇이 아니라 더 인간적인 존재로 보이길 원한다는 게 워터 CEO의 설명이다. "함께 있기 편안하고, 친근하며 신뢰할 만한" 이미지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팬데믹 훨씬 이전부터 (적어도 남성의 복장에서) 정장과 넥타이 조합이 지닌 이미지는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영국 의회 예산 스캔들, 엔론 사태, 2008년 금융 위기와 같이 여러 굵직한 사건이 터지면서 정장과 넥타이를 입은 정치인, 기업가, 금융가 등의 이미지에 금이 갔다는 것이다.
위터 CEO는 "정장과 넥타이를 입는다고 해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당연히 받아들여지는 시대는 지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던 CEO는 "정장이 문제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신뢰성을 지니고 있는가의 문제"라며 반박했다.
그렇다면 친밀하고 진정성 있는 이미지를 내세우고 싶은 CEO라면 어떻게 입어야 할까.

사진 출처, Andrew Farrington
유명 벤처 투자 리얼리티 TV 쇼인 '드래곤스 덴'에 작년부터 출연한 스티븐 바틀렛 CEO는 결코 정장을 입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마케팅 기업인 '소셜 체인'을 이끌고 있는 바틀렛 CEO는 진솔하고 격식을 따지지 않는 새로운 유형의 젊은 비즈니스 리더 유형을 대표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회사의 규모에 따라 CEO에 대한 기대와 CEO가 맡은 역할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 또한 CEO의 옷차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다.
소규모 스타트업의 CEO들은 보통 팀 내에서 돋보일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하지만, 새로운 고객과 잠재적인 투자자들에겐 좋은 인상을 남기고 빠르게 신뢰를 쌓고자 한다.
조엘 레미-파케스 CEO는 부업 삼아 어린이 식기를 팔기 시작하다 점차 성공을 거두면서 작은 사업체를 꾸렸다
레미-파케스 CEO가 일하는 공유 오피스엔 정장과 넥타이를 입은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코로나19로 모든 이들이 격식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있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이제 '적절한 복장'이란 무엇인지 새로운 기준이 마련되고 있다"는 게 레미-파케스 CEO의 설명이다.
레미-파케스 CEO 또한 이러한 새로운 분위기를 반기면서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딜레마에 부딪힌다고 밝혔다.
"투자자나 잠재적인 파트너를 만난 자리에 힙합 셔츠를 입고 나타난다면 이상하게 보이겠죠.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서 만약 상대가 그런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다면 전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사진 출처, Joel Remy-Parkes
제일 높은 CEO부터 격식을 덜 차리게 되는 분위기라면 자유롭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과연 모든 성별을 막론하고 동등하게 적용되는 이야기일까.
일각에선 남성 CEO들이 이러한 분위기에 탑승하기 더 쉽다고 주장한다.
오시어 CEO는 "여성에겐 압박이 훨씬 더 크다"고 지적했다.
"방송 인터뷰를 할 때 제 외모, 특히 머리 모양에 대한 코멘트를 자주 듣습니다.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으나, 남성 CEO들에게도 이런 일을 겪은 적 있는지 물어본 적 있습니다."
"무슨 대답을 들었을까요. 네 맞습니다. 그런 적 없다더군요."
오시어 CEO는 "내가 머리를 빗거나 화장하지 않은 채 TV 생방송에 나오면 어떤 반응일지 궁금하다. 노력도 하지 않는 CEO처럼 보일지 아니면 고정관념에 도전할 준비가 된 CEO로 보일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비격식 트렌드가 여성 CEO에게 불리하다는 점에 모두가 동의하는 건 아니다.
고든 CEO는 이러한 트렌드는 여성에게 예상치 못한 긍정적인 일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전통적으로 여성복은 남성복보다 훨씬 다양하기에 여성들은 남성보다 더 기회가 많다고 할 수 있다. 남성은 보통 유니폼처럼 특정 종류의 옷을 입고 출근하지 않냐"는 것이다.
"기억에 남는 것은 좋은 일"이라는 고든 CEO는 "다양한 이미지를 선보이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 출처, Justin Sullivan
한편 현재 다양한 분야의 CEO들을 위한 패션 코치로 일하는 전직 패션 사업가 사라 시몬스는 스타일과 외모 면에선 여성과 남성에게 모두 비슷한 평가 기준이 적용된다고 본다.
"사람들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일하고 싶어 하며, 어떤 옷차림인지, 어떻게 자신을 표현하는지에 따라 첫인상이 결정된다"는 게 시몬스의 설명이다.
시몬스는 정장을 입거나 캐주얼하게 입든 간에 자신의 옷차림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주얼한 옷차림을 하고 나타난다면 고객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겠지만, 첫인상은 정말 중요합니다. (캐주얼한 옷차림을 선택한다면) 잘 맞는 청바지, 깔끔한 운동화, 반듯하게 다림질한 티셔츠는 필수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옷차림에 더해 자신만의 특징을 더해줄 무언가를 추가해야 합니다. 그렇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하면 이를 고수해나가야 합니다."
"옷차림은 조용히 당신의 무기가 돼 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