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여성의 앞길을 밝히는 일본의 여성 기업가

일본 3대 축제 중 하나인 기온 마쓰리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일본 3대 축제 중 하나인 기온 마쓰리
    • 기자, 마리코 오이
    • 기자, 교토, BBC 뉴스

869년에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기온 마쓰리는 일본 3대 축제 중 하나로, 올해는 디지털 세상을 품에 안았다.

올해 7월 기온 마쓰리는 인터랙티브 온라인 지도가 제공돼, 이틀 동안 교토 전역을 누비는 34대의 화려한 대형 가마 퍼레이드가 언제 어디를 지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GPS로 가마의 위치가 표시됐고, 지도에서 친구를 찾거나 채팅할 수도 있었다. 건물이나 거리를 클릭하면 일본어·영어로 역사 설명이 이어졌다.

이러한 기술 지원의 주역은 교토의 디지털 지도 회사 '스트롤리(Stroly)'의 다카하시 마치 대표 겸 공동 CEO다.

두 자녀를 둔 다카하시 대표는 남성 기업가의 스타트업이 대부분인 일본에서 보기 드문 여성 기업가다.

일본 전통 그림을 차용한 스트롤리의 기온 마쓰리 지도

사진 출처, Stro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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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하시 대표는 "전통 축제는 아주 보수적인 문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축제 주최측의) 디지털 지도 활용에 놀랐다"고 밝혔다.

웹사이트로 구축된 디지털 지도는 QR 코드를 스캔해 이용할 수 있다. 가장 큰 가마를 담당한 요시이 히데오는 스트롤리가 담벼락에 QR 코드 스티커나 가입 링크를 붙이려 했다면 반발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대신, 스트롤리는 QR 코드와 함께 일본 전통 지도처럼 인쇄된 예쁜 엽서를 만들어 전통 축제 분위기에 몰입감을 더했고, 스트롤리의 디지털 지도 디자인에 사용하기도 했다.

교토시 관광부 대변인은 "팬데믹 이전에도 팜플렛을 배포했지만 관광객은 길을 찾기 어려워했다. 스트롤리의 디지털 지도를 사용하자 현장 경찰관의 길 안내가 훨씬 쉬워졌다. 또한, 종이 낭비를 1/3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남편 다카하시 도루와 함께 스트롤리를 경영하는 다카하시 마치
사진 설명, 남편 다카하시 도루와 함께 스트롤리를 경영하는 다카하시 마치

다카하시 대표는 남편이자 공동 설립자인 다카하시 도루와 교토의 기술 연구소 ATR에서 근무하던 중에 디지털 지도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랐다. 다카하시 도루는 스트롤리의 회장 겸 공동 CEO직을 맡고 있다.

사업 초기 고객으로는 2010년 영화 테마파크를 구축한 도에이 교토 스튜디오 파크가 있다.

도에이 교토 스튜디오 파크의 야마구치 노리히로 당시 사장은 "다카하시 부부에게 닌텐도 DS용 게임 제작을 요청했다"고 말한다.

공원을 찾은 방문자는 다카하시 부부가 제작한 지도와 GPS 기반 게임에서 영화 속 악당을 연기하는 7명의 배우를 찾아냈다.

6년 후 다카하시 부부는 연구소를 떠나 스트롤리를 설립했고, 도에이 테마파크는 주요 고객 중 하나가 되었다.

테마파크 관계자는 "스마트폰 덕분에 방문객이 다양한 언어로 스트롤리 지도를 사용해, 쇼·시설의 상세 정보를 찾는다"고 설명한다.

스트롤리는 도쿄도의 의뢰로 신주쿠 번화가의 생생한 밤거리를 조명하는 지도를 제작하는 등, 현재까지 10000건가량의 인터랙티브 디지털 지도를 제작했다.

그 밖에, 일본 본섬 최북단 홋카이도의 도카치 낙농 지역에서 최고의 치즈를 소개하는 지도나, 해외 고객과 작업한 지도도 있다.

회원은 스트롤리의 공개 지도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대신, 관광 및 교통 관련 고객사를 중심으로 연간 구독료를 청구해 수익 모델로 삼는다.

다카하시 대표는 "창업을 구상하던 2015년 당시 정보기술 업계에는 여성이 없었기 때문에, 이 분야에 발을 들일 방법을 찾아야 했다.

결국 일본에서 찾는 대신, 실리콘밸리에서 여성 창업을 지원하는 '위민스 스타트업 랩(Women's Startup Lab)'을 통해 (미국에서 활동하는 일본인 기업가) 호리에 아리에게 도움을 청했다"고 설명한다.

이후 스트롤리는 오사카 지역에 신설된 사업자 지원 기관 '오사카 이노베이션 허브(Osaka Innovation Hub)'의 첫 멘토링을 받는 스타트업 중 하나로 선정됐다.

다카하시 대표는 해당 기관을 통해 일본의 투자은행 다이와 증권에서 자금을 확보했고, 이후 교토시 스타트업 기금에서도 자금을 지원받았다.

여성 기업가의 어려움은 일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서도 지난해 벤처캐피털의 신생 스타트업 투자금 중 2%만이 여성 기업가에게 돌아갔다. 지난 달 보그지에서 은퇴를 밝힌 미국의 테니스 스타 세레나 윌리엄스는, 투자 펀드 '세레나 벤처(Serena Ventures)'를 시작했을 때 여성 기업가의 어려움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세레나 윌리엄스의 최근 발언에 따르면, 자금 확보의 어려움은 일본 기업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윌리엄스는 "유유상종을 무시할 수 없다. 남성들은 서로에게 큰 돈을 쓴다. 상황을 바꾸려면 비슷한 위치에 있는 나같은 여성이 다른 여성에게 더 많은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다카하시 대표도 같은 의견이다.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남성들은 여성 기업가가 마주하는 문제에 공감하지 못할 거예요."

일본 정부는 2015~2020년 동안 일본 내 여성 관리직 비율을 3배 가까이 늘려 전체의 30%를 달성하려 했지만, 현재 15%에 불과하다. 세계 평균은 31%다.

또한, 일본 금융청(FSA)에 의하면, 일본 벤처캐피털 중 여성이 경영하는 곳은 1% 미만이다.

캐시 마쓰이는 최근 도쿄에서 두 명의 여성 파트너 무라카미 유미코, 미와 세키와 함께 '엠파워 파트너(MPower Partners)'를 설립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재팬의 부회장을 역임했던 마쓰이는 1990년대부터 일본 정부의 기업 내 성비 개선을 뒷받침한 "위미노믹스(womenomics)"로 유명하다.

캐시 마쓰이(가운데)가 미와 세키(왼쪽), 무라카미 유미코(오른쪽)와 함께 벤처캐피탈 회사를 설립

사진 출처, MPower Partners

사진 설명, 캐시 마쓰이(가운데)가 미와 세키(왼쪽), 무라카미 유미코(오른쪽)와 함께 벤처캐피탈 회사를 설립

캐시 마쓰이는 "지금까지 일본에서 만난 기업가와 창업자는 대부분 남성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혁신을 통해 기존 세상을 변화시킬 사업, 삶을 바꿔놓을 기술을 만들려 하는 기업이다. 이런 스타트업의 인재 풀에서 인구 절반을 제외한다면, 두 다리가 아닌 한 다리로 마라톤에서 우승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한다.

교토에서 디지털 관광 시장의 빈틈을 찾아낸 다카하시 대표의 성공은 남성 지배적 업계의 예외적 사례일 수 있다. 일본 고용 시장에서 평등을 강화하는 것은 여전히 힘든 싸움임이 틀림없다.

다카하시 대표는 젊은 기업가, 특히 여성 기업가에게 어떤 조언을 던질까?

"현장에 뛰어들어야 해요. 현장에서는 인맥을 만들기 더 쉽고, 일단 인맥이 형성되면 사업 확장에 필요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