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 일본의 차별적인 채용문화에 도전장을 낸 이들

사진 출처, Yumi Mizuno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치열하고 스트레스가 높은 취업 과정으로 유명하다.
이를 가중하는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옷차림이다. 지금까지 일본 대부분의 취업 준비생들은 정형화된 옷차림에 순응해왔지만, 이제 달라질지도 모른다.
"'시스젠더(Cisgender)'도 아니지만 트랜스젠더도 아니에요. 남성이나 여성으로 정의되고 싶지 않죠. 그저 저 자신으로 받아들여지고 싶어요."
유미 미즈노는 30대 초반의 통역사다.
미즈노는 영어로 말할 땐 여성형 대명사를 쓰지만 자신을 스스로 '논바이너리(Non-binary)'라고 부른다. 논바이너리는 이분법적인 성별구분을 벗어나 어떤 성별에도 속하지 않는 이들을 뜻한다.
그는 일본어를 쓸 때 '자신'을 뜻하는 '지분(自分)'이란 표현을 선호한다. 미즈노는 2011년 갓 졸업한 수천 명의 구직자 중 한 명이었다.
그는 검은 옷을 차려입고, 일본에서 일명 '슈카츠'라고 불리는 취업 준비 활동을 시작했다. 일본에서 구직자는 '면접용 정장'을 입어야 한다.
남자는 하얀 셔츠에 어두운 톤의 넥타이를, 여자는 스커트, 허리 안쪽으로 집어넣은 하얀 블라우스, 그리고 재킷을 입는다.
미즈노는 1950년대부터 이어져 온 이러한 남녀구분 복장에 반발했다.
슈카츠: 일본의 취업문화
경쟁은 치열했다. 슈카츠 시대의 구직자들을 성공으로 이끌고자 하는 산업도 커졌다.
스카우터와 의류 회사들은 대학 졸업을 앞둔 취준생들이 면접에서 어떤 복장을 하고, 머리스타일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침을 내놓기 시작했다.

사진 출처, Yumi Mizuno
"엄청나게 무서웠죠. 일본에서는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직장을 얻어야 한다고 가르치거든요."
슈카츠 매년 4월 시작돼 8월에서 10월 그 절정을 맞이한다.
취업에 실패한 이들은 1년을 더 기다려 새로운 졸업 예정자들과 경쟁해야 할 수도 있다.
이는 수치스러운 일로 여겨지기도 했다.
일본의 노동 문화 전문가 쿠미코 카와시마 호주 맥쿼리 대학 교수는 "구직에 실패했다는 꼬리표가 다음해 취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것이 현실이다 보니 교수들이 졸업반 학생들에게 수업에 오기보다 취업에 열중하라고 하는 일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미즈노는 면접에 남자 면접자들이 보통 입듯이 단화에 정장 재킷, 바지, 그리고 넥타이를 입고 갔다가 겁에 질렸던 경험을 설명했다.

사진 출처, Yumi Mizuno
"너무 무서웠어요.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고 느꼈죠. 결국 화장실에 가서 넥타이를 풀었어요. 화장도 하고, 신발도 하이힐로 갈아신었죠."
"의상을 바꿔입고 나서도 제 가방이 남자용으로 보일까 봐 두려웠어요. 면접관들이 내 가방 때문에 나를 재단하지는 않을까 무서웠죠."
미즈노는 결국 취업 관문에서 좌절했다.
"제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무 곳에도 나가지 않고 3개월 가까이 집에만 머물며 숨어있었죠."
카와시마는 미즈노의 이야기가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카와시마는 "슈카츠 '전문가'들은 예절이라는 이름으로 남자답거나 여자다운, 이분법 외의 젠더는 다루지 않는 엄격한 퍼포먼스를 가르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 학생이 취업 기회를 망치는 위험을 부담하지 않기 위해 적응하게 된다"고 말했다.
'누구든지 목소리 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일본이 다양성에 있어 바뀌고 있다는 신호들이 보인다.
교도 통신이 시행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본 전국 600개 학교가 성 역할에 맞춰진 교복 규율을 완화하고 스스로의 정체성에 맞는 교복을 택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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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일본항공은 탑승객을 영어로 "신사 숙녀 여러분"이라고 부르는 관행을 멈췄다. 대신 중립적인 "모든 탑승객" 혹은 "모든 분"이라는 표현을 대신 채택했다.
배우 유미 이시카와는 2019년 장례식장에서 일하는 동안 매일 하이힐을 신고 출근해야 했던 것에 반발하며 '#쿠투(#Kutoo)'-신발을 뜻하는 "카츠"와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Metoo)운동의 합성어-운동을 시작해 전 세계적인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한 바 있다.
그는 당시 기자들에 "캠페인이 사회적 규범을 바꿔서 여성이 남성과 같은 단화를 신는 일이 예의가 나쁘다는 인식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쿠투 운동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며 유미 미즈노는 이시카와의 영어 인터뷰 통역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쿠투 운동의 영향으로 미즈노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캠페인 '#슈카츠성차별(ShukatsuSexism)' 운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 캠페인은 스카우터와 의류 회사에 더 다양한 범주의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미즈노는 "그들이 지침에 한 줄만 추가해도 사회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그냥 지침인데, 원하는 정장을 입어도 됩니다'라고 말해주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모든 것을 한 번에 바꿀 필요는 없지만, 시도하고 정성을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회사에 당신 같은 사람은 없다'
켄토 호시(26)는 남들과 다른 것이 어떤 기분인지 이해한다.
그는 열 네 살 때부터 게이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해왔다.
켄토는 자신의 트랜스젠더 친구의 슈카츠 경험을 계기로 일본의 취업 문화를 바꿔야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 회사가 다양성과 포용을 위한 활동을 적어놓았길래, 친구가 괜찮을 줄 알고 지원한 거죠."
하지만 켄토의 친구는 면접 과정에서 '우리 회사에 당신 같은 사람은 없다'라는 답변을 듣고 탈락했다.
켄토는 이와 같은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그의 웹사이트는 추후 일본 내 첫 LGBT를 위한 구직 플랫폼 '잡 레인보우(Job Rainbow)'로 거듭났다.
"만약 LGBT를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이 일하지 못한다면, 일본 경제에 몹시 나쁜 영향을 끼칠 겁니다. 모두가 이기는 윈-윈 상황을 만들고 싶어요."
변화 이뤄질까?
이러한 논의는 일본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영국만 해도 성 소수자의 화장실 사용, 교복 규정, 여권 규정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카와시마는 "슈카츠 과정에서 제도화된 의상 때문에 일본의 경우가 극단적으로 보일 수는 있지만, 이러한 성 편견은 전 세계 비즈니스에 모두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 일본의 사정은 슈카츠 시대와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낮은 출산율과 이민 규제로 구직자가 감소하면서 오히려 회사가 인재들을 한 명이라도 더 데려오기 위해 다른 회사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서 일본경제단체연합회는 2021년 3월부로 슈카츠 과정이 매년 같은 시기에 맞춰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해외 기업과 구직자 채용을 두고 경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반면, 아직 면접차림에 대한 공식적인 변화를 이끄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카와시마는 "일본의 고령화는 젊은 인재를 찾는 일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며 "다양성을 포용하고 촉진하는 일은 구직자들의 눈에 들기 위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켄토 호시는 이에 동의하며 "LGBT 구직자를 더 신경 쓰고 싶어하는 거대 기업들로부터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며 "사회가 바뀌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유이 미즈노는 기업에 취업준비생이 더 다양한 의상을 선택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캠페인에 1만3000명의 서명을 받아냈다.
그는 이것이 미래 구직자들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단순히 LGBT를 위한 캠페인은 아니에요. 틀린 것은 젠더 이분법이죠."
"이 기업들이 각 젠더를 위해 많은 종류의 정장을 발표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저 같은 사람이나, 트랜스젠더, 퀴어들이 소외당했다는 이유로 자신을 탓하지 않을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