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IRBM 안정적 운용… 다음은 ICBM 차례?

북한 미사일이 일본을 통과한 것은 지난 1998년 이후 7번째다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북한 미사일이 일본을 통과한 것은 지난 1998년 이후 7번째다

북한이 4일 오전 발사한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이 일본 열도를 통과해 태평양에 떨어졌다. 북한이 쏜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한 것은 지난 2017년 9월 이후 5년 만이다.

한국 합참은 이날 오전 7시 23분 즈음 북한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중거리 탄도미사일 한 발이 동쪽으로 발사됐으며 일본 상공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도발 행위는 한미동맹의 억제 및 대응능력을 더욱 강화하게 되고,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을 심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미사일은 고각이 아닌 정상 각도(30~45도)로 발사됐으며 비행거리는 4500km로 추정된다. 평양에서 미군기지가 있는 괌까지의 거리는 3400여 ㎞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BBC에 "중거리 미사일의 정상궤적 발사는 그만큼 의도적으로 위협 수준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백두산 엔진 사용… '안정적 운용' 과시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으로 추정된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이번 미사일은 중장거리 미사일 중에서 북한이 근래 가장 많이 시험발사한 미사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17년에만 이미 5~6차례 발사했다는 얘기다.

그는 "북한이 올해 초 화성-12형 발사 직후 '검수시험을 했다'고 밝혔다"며 "이는 대량생산 직전 제식화를 끝내고 작전부서에서 무기로 받아들였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 1월 제식화를 했다면, 지난 8개월간 미사일 몇 발이 생산됐고 실전부서에서 그 중 한 발을 골라 이번에 시험발사를 진행한 것"이라며 "이는 백두산 엔진을 사용하는 기본형 미사일에 대한 제식화 및 생산, 배치가 완료됐으며 안정적인 운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2016년 8월 3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사진 출처, European Photopress Agency

사진 설명, 북한이 2016년 8월 3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장영근 교수 역시 미사일 제원을 고려하면 IRBM인 '화성-12형'으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2017년 9월 발사된 화성-12형이 3700km를 비행했다"며 "상승 각도를 올려 사거리를 증가시키고, 탄두중량을 줄여 사거리를 4500km 이상으로 확장했다"고 분석했다.

상승 각도와 탄두 중량을 조절함으로써 정점 고도와 사거리의 조정이 가능하고, 지난 5년 간 액체 엔진의 성능 최적화를 통해 사거리 성능도 일부 증진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엔진과 관련해서는 "비행시간도 이전과 유사하게 22~23분 정도로 추정되고 일본 열도 통과시간이 발사 후 약 6~7분 소요된 것으로 보아 단일의 백두산 엔진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장 교수는 전했다.

이제 ICBM 차례?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안정적 운용이 가능해졌다면 이제 다음은 장거리 탄도미사일, 그 중에서도 특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차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ICBM으로 넘어가더라도 신뢰성 검증에 수많은 단계가 있는 만큼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춘근 연구위원은 "화성-12형이 비교적 안정적인 미사일로 평가되는 만큼 이제 ICBM으로 넘어가겠지만, 단 분리를 비롯해 유도제어, 엔진 클러스트, 재진입 등 훨씬 더 가혹한 조건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과거 충분한 시험발사 없이 무수단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면서 상당한 시행착오를 거친 만큼, 북한도 시험발사를 통한 신뢰성 검증과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제대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 보통 2더즌-24발 발사를 해서 90% 이상 신뢰성이 확인돼야 실전배치를 한다"며 "게다가 북한은 대규모 지상 시험설비가 없고 탄착 지점(태평양)도 제대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 국방부는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보고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북한이 앞으로 한국 군의 대북 억제력 강화 움직임을 빌미로 미사일 시험 발사 등 계획된 수순에 따라 도발 강도를 높여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핵무력 정책 법제화 발표 후속 조치와 체제 결속 차원에서 국제정세 상황 판단 하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또는 7차 핵실험 강행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 "북한 도발은 폭거" 비난

북한의 이날 미사일 발사 직후 일본 내 일부 지역에 대피령이 내려지고 열차 운행이 중단되는 등 긴장감이 맴돌았다. 북한 미사일이 일본을 통과한 것은 지난 1998년 이후 7번째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미사일 발사는 폭거"라며 북한을 강하게 비난했다.

오산기지에 착륙하는 U-2S 고고도정찰기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북한이 일본 열도 상공을 통과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한 4일 오후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로 U-2S 고고도정찰기가 착륙을 하고 있다

이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실효성 확보, 안보리 추가 대응을 포함한 단호한 대북 대응 등을 지시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전 통보도 없이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형태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항공기와 선박은 물론 통과 지역 주민 안전의 관점에서도 극히 문제가 있는 행위"라며 "베이징 대사관 경로를 통해 북한에 엄중히 항의했고, 가장 강한 표현으로 비난했다"고 밝혔다.

북한 미사일은 일본 도호쿠 지역 아오모리현 인근 상공을 통과해 태평양에 낙하했다.

일본 전문가인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자폭탄 투하를 경험한 일본인들은 외부 위협을 훨씬 더 크게 받아들인다"면서 "실제 미사일 공격을 받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어떤 고통을 당할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본 내에서는 북한이 미사일을 쏠 때마다 일본을 도와준다고 할 정도로 안보 문제에 대한 강력한 입장이 표명된다"며 "강제징용 등 한일 간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지만 북핵 위협으로 한일, 한미일 협력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미일 외교장관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북한 탄도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통과한 것은 일본에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일본 외무성이 발표했다.

또 "양국 장관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안보리에서의 추가 대응 등에 대해 한미, 한미일이 계속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