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스토킹 살인: 반복되는 스토킹 강력범죄, 막을 방법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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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정다민
- 기자, BBC 코리아
"제가 도망을 다닌다고 도망칠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9년간 전 남자친구에게 스토킹을 당했다는 하영(가명, 30대 여성) 씨는 BBC 코리아에 스토킹 피해자로서 가장 두려운 것은 "열심히 도망 다닌다고 해도 우연히 마주치면 보복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영 씨는 가해자를 여러 차례 고소했고 지난 2019년 마지막 고소건이 종료됐다. 하지만 지난해 8월, 하영 씨는 데이팅앱에서 가해자가 자신에게 '슈퍼라이크' (앱 상에서 상대방에게 보내는 호감 표시)를 보낸 것을 보고 다시 악몽이 떠올랐다.
하영 씨는 스토킹 당하던 기간 동안 십여 차례 이사했고, 연락처도 4차례나 바꿨다. 비록 온라인이었지만 가해자와 다시 만나게 되면서 하영 씨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는 생각에 절망감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하영 씨는 이름을 바꾸고 성형 수술까지 했다.
하지만 하영 씨는 여전히 스토킹 범죄 사건 뉴스를 접할 때마다 가해자로부터 보복을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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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처벌법 시행 곧 1년.. 전문가들 '피해자 보호 아직 부족해'
지난 14일 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을 순찰 중이던 여성 역무원이 수년간 자신을 스토킹해온 직장 동료에게 살해 당했다. 가해자는 이미 스토킹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으며, 선거 공판이 있기 불과 하루 전 이같은 범죄를 저질렀다. 사법당국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해 10월부터 시행된 '스토킹처벌법(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가해자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내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가해자가 흉기 등을 소지할 경우에는 최대 5년의 징역과 최고 5000만원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특히 법원 판결 전에도 경찰이 스토킹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할 수 있게 하는 '긴급응급조치'도 포함됐다. 긴급응급조치로는 주거지 100m 내 접근금지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명령을 할 수 있고, 위반시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또다시 강력 스토킹 범죄가 발생하면서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신당역 살해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스토킹처벌법에 따라 신고, 고소 등 필요한 조치를 모두 취했음에도 범행을 막지 못하면서, 피해자 신변보호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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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있다고는 하는 데 없는 것 같아요'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피해자는 가해자를 스토킹 혐의로 두 차례나 고소했다. 지난해 10월 첫 고소 당시에는 경찰이 가해자를 긴급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이후 지난 1월 다시 고소했을 때 이번에는 경찰이 구속 사유가 충족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구속 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이후 결국 끔찍한 범죄로 이어져, 실질적인 피해자 보호조치가 미흡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행 스토킹처벌법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경찰은 ▲100m 이내 접근 금지 ▲전화 금지 등의 조치(제4조 긴급응급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 그러나 가해자가 이를 위반해도 사용 가능한 제재는 1000만원 이하 과태료가 전부며, 또한 긴급응급조치 기간은 '1개월을 초과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이보다 강력한 보호조치인 '잠정조치'(스토킹처벌법 제9조)는 법원이 피해자 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경찰서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의 유치하는 것까지 가능하고, ▲접근 금지 명령을 어길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러한 잠정조치도 최대 6개월을 넘을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스토킹 행위는 주로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나타나 현행 스토킹처벌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하영 씨와 신당역 살인 사건 피해자의 경우 각각 9년, 3년 동안 스토킹을 당했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전 사건이 있었던 하영 씨는 이렇다 할 보호를 받지 못했고, 신당역 사건 피해자의 경우 지난 10월 첫 고소 당시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경찰이 1개월간 신변보호 선조치를 했지만 특이사항 없이 기간이 지나면서 종료됐다.
하영 씨는 "법이 있다고는 하는데 없는 거 같다"며 스토킹 사건 이후 사건 이후 PTSD(심리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았는데 "좀 좋아지는 것 같다가도 (스토킹 범죄) 사건 기사가 나오고 그러면 되게 상태가 안 좋아져서 요즘도 상태가 좋지는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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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목소리 반영해 법 보완해야'
전문가들과 여성 단체는 스토킹처벌법이 입법 당시 조금 더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선대학교 이원상 교수는 "외국의 입법 사례를 보면 입법 공청회를 열어 반대되는 학자 등 여러 집단의 견해를 듣고 법안을 고치는 과정들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절차가 형식상에 그치고 실제 그 기능을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스토킹처벌법에 대한 논의가 20년이 넘게 있었지만 오랜 논의 과정에 비해 법 제정 과정에서 그 논의가 실질적으로 반영되지 못해 아쉬운 부분이 있다" 면서 "스토킹처벌법 자체에 동의하고 반대하고 여부를 떠나 여성단체 등이 요구했던 부분들이 조금 더 반영되었더라면 더 완성도 높은 법률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최유연 소장은 BBC 코리아에 처벌법 제정 당시부터 문제점으로 지적한 ▲스토킹 범죄의 범위가 협소한 문제 ▲피해자의 범위를 직접적인 피해로 한정해 주변인 등을 포괄하지 못하는 하는 문제 ▲피해자의 의사를 묻고 피해자가 원치 않을 시 처벌할 수 없게 한 '반의사불벌죄'의 부작용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특히 "이번 신당역 살인 사건에서 문제가 됐던 반의사불벌조항 같은 경우에 피해자 의사를 묻는 것은 가정폭력이나 스토킹 같은 특정 범죄에 적용이 되고 있는데, 다른 범죄에서는 있지 않은 조항"이라며 "이미 스토킹으로 신고를 했다는 것 자체가 피해자가 피해를 입고 있어서 사법적인 도움을 받겠다, 사회적 도움을 받겠다고 손을 내민 것인데 그것에 대해 다시 피해자 의사를 묻는 방식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반의사불벌조항이 스토킹 범죄자들이 피해자를 협박하고 회유하거나 처벌 의사를 철회하라고 강요하는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교수는 "스토킹 범죄는 스토킹이라는 특수한 성향에 따른 범죄로 봐야 하는데 스토킹 행위자에게 접근 금지와 같은 조치를 취하면 스토킹행위 상대방에 대한 스토킹 욕구가 더 증폭이 된다"면서 이런 유형의 범죄에 대해서는 처발 형량을 높이는 것이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스토킹 범죄자의 경우 "범행을 저지르려고 마음을 먹고 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범죄를 저지른다"며 수년 간 징역 등으로 이를 막으려고 해도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잡아서 처벌하는 노력 외에 궁극적으로 가해자에 대한 심리적인 치료를 통해서 성향을 끊어주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또 피해자 보호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스토킹 피해가 발생했을 때 보호 책임을 경찰이나 검찰과 같은 특정 기관에서만 지는 것이 아니라 "(지차체)행정기관부터 시작해서 여러조직들, 지방조직들, 이런 데가 같이 대응할 수 있게 하나의 거버넌스가 구성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다만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지 1년이 조금 덜 된 상황에서 아직 판례가 많지 않기 때문에 법의 실효성 부분은 조금 더 지켜봐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고명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연구교수는 현행 스토킹 처벌법이 "아직 범죄로 판결나지 않은 스토킹 행위에 대해서 사법 경찰관이 스토킹 행위자와 상대방을 분리하고 일정정도의 조치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어 놨다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다만 긴급응급조치에 있어서는 사법 경찰관에 지나치게 큰 권한을 부여하기에는 스토킹 행위 자체가 갖는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 그 반복성이 입증되어야 하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