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남조선=반동'… 한류가 북한에 미치는 영향은?

북한 주민들이 평양에서 열린 한국전쟁 정전 69주년 기념식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022년 7월 27일 공개한 이 사진에서 주민들이 평양에서 열린 한국전쟁 정전 69주년 기념식에 참여하고 있다

북한이 28일 '청년절'을 맞아 장마당 세대 청년들에게 자본주의와의 대결에서 승리할 것을 주문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990년대 여러 나라에서의 사회주의 붕괴는 청년들이 자본주의사상 독소에 오염된 데로부터 초래된 필연적 결과였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젊은 세대가 향락과 안일만을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로, 사회주의 애국청년의 순결성을 오염시키려는 자본주의 마수와의 대결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문은 또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의 현명한 영도에 의해 청년들의 지위와 역할은 더욱 부각되고 주체적 청년운동은 자기 발전의 최전성기를 펼치고 있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충성을 독려했다.

아울러 "수령 결사옹위는 북한 청년운동의 전 역사에 관통된 근본 핵"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북한은 과거 1927년 8월 28일 김일성 주석이 조선공산주의청년동맹을 결성했다고 주장하며 1991년부터 매년 이날을 '청년절'로 기념하고 있다.

BTS와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이 2022년 5월 31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일일 브리핑에서 BTS를 소개하고 있다

'자본주의' 경험한 장마당 세대

북한이 언급한 청년층은 지난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며 탄생한 '장마당 세대'를 가리킨다.

이들은 90년대 배급 체계가 무너지면서 제대로 된 배급을 경험하지 못했고 당시 부모 세대가 장마당 활동 등 비공식 경제활동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것을 보면서 자본주의의 '맛'을 경험했다.

따라서 사회주의 체제 유지 및 수호보다는 개인의 이익과 행복 추구에 더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젊은 층의 사상 이완을 극도로 경계하며 지난 2020년 12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채택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당시 북한은 "반사회주의 사상문화의 유입 및 유포 행위를 철저히 막고 사상, 정신, 문화를 수호하기 위해서"라며 도입 이유를 밝혔다.

2018년 한국에 온 김주연 씨(가명)는 BBC 코리아에 "북한에서 남조선은 괴뢰도당이고 북한보다 훨씬 못 산다고 배우는데 한국 드라마를 보면 완전히 다른 세상임을 알게 되니까 북한 당국이 그런 부분들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나 역시 북한에서 '천국의 계단' 등 한국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지만 처벌을 받으니 대놓고 볼 수는 없다"며 "반공법, 사상배격법 등이 장마당 세대에 잘 먹혀 들어가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또 "보면 혼자 보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같이 보기 때문에 한 명이 걸리면 그룹으로 잡혀가는 경우를 많이 봤다"면서 다만 "처벌 수위가 정해져 있다기 보다 돈 많은 집 아이들은 가볍게 처벌 받고 나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20대 초반 북한을 탈출한 장마당 세대로, 현재 서울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이다.

반동=남한…권력 집중도 높이려는 의도

실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는 한류를 겨냥한 조항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절 열병식에서 북한 군인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 출처, European Photopress Agency

사진 설명, 2017년 4월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태양절 열병식에서 북한 군인들이 행진하고 있다

특히 남조선 문화가 반영된 영화나 녹화물, 노래, 사진 등을 직접 보고 듣고 보관한 자는 5년 이상 15년 이하 노동교화형 선고한다는 제27조와 남조선식 말투와 글, 창법으로 노래를 부르거나 남조선 서체로 인쇄물을 만든 자는 노동단련형 또는 2년까지의 노동교화형 선고한다는 제32조가 대표적이다.

최경희 샌드연구소 대표는 "북한에서 반동은 곧 '남한'으로, 김정은 혈통만 믿고 바라보는 유일사상에 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드라마나 노래, 문화 등 외부 세계의 정보를 유포하는 행위들이 바로 유일사상체계를 와해시키는 반동사상이라는 것이다.

최 대표는 "배격법을 만든 것 자체가 주민들이 동요하고 있고 혼란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외부 세계 동경이 곧 권력 약화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권력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평가했다.

장마당의 경제적 자유를 보장하는 대신 사회적 통제를 더 강화한 것이 김정은 체제 특징 중 하나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 한류 등 외부 정보 유입을 철저하게 단속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김정은 체제 초기부터 체제 이완에 대해 엄격하게 대응해 왔다"며 "코로나 이후 체제 위기가 심해지면서 탈북 및 사상 단속 등이 더 강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