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더 내고 덜 받는다'...전 세계는 '인플레' 중

마트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지난달 10여 년만에 4%대를 기록했다.

한국도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추세를 피해 갈 수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우크라이나 전쟁, 여기에 기후변화 문제까지 겹치면서 에너지와 식품 가격이 급격히 상승했고,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4.8% 상승했다. 지난달 10여 년만에 4%대로 올라선 데 이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3여 년 만에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구매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나타낸 것으로 가장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지표로 쓰인다.

올해 1분기 전국을 기준으로 1인 이상 가구는 식료품·비주류 음료에 월 평균 38만8000원을 썼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9% 증가했다.

하지만 현재 물가를 반영한 실질 지출 금액은 3.1% 감소했다. 물가가 뛰면서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을 쓰면서도 실제 소비는 줄었다는 뜻이다.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 하모씨(30)는 "예전에는 만원이면 한 끼 식사를 든든하게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만원을 훌쩍 넘는 음식이 많아서 식비로 나가는 돈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인플레' 비상

영국 4월 물가 상승률은 9%로 40년 만에 가장 가파른 상승폭을 보였다.

이는 독일(7.4%), 프랑스(4.8%) 등 주요 7개국(G7)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식품을 비롯한 생필품과 외식비, 유가 등이 일제히 오른 가운데 특히 전기료, 가스비 등 에너지 요금이 크게 인상되면서 저소득층의 생활고가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 에너지 규제 기관인 오프젬(Ofgem)은 에너지 가격 상승분을 반영하기 위해 지난달 가정용 에너지 요금 상한을 54% 인상했다. 한 가정에서 매년 에너지 요금으로 평균 1971파운드(약 313만원)를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다. 매월 약 26만원이 에너지 요금으로 나가는 셈이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3%이다. 1981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던 3월 소비자물가 상승폭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최근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서는 두 아이를 키우는 한 공립학교 선생님이 6개월째 혈장을 헌혈해 생활비에 보태고 있다는 이야기를 다루기도 했다. 매주 두 번씩 헌혈하면 한 달에 벌 수 있는 돈은 약 400~500달러(약 50만8000원~63만5000원)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대국민 연설을 통해 "미국의 모든 가족들이 인플레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안다"며 인플레이션 억제가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디플레이션(저물가)으로 신음하던 일본도 4월 소비자물가가 7년 만에 2% 이상 올랐다.

스리랑카 경제난 시위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개도국에서는 인플레이션과 경제난이 심화하면서 사람들이 시위에 나섰다

'못 살겠다'…거리로 나선 시위대

개도국을 중심으로 물가 폭등에 항의하는 시위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스리랑카는 4월 물가가 무려 30% 폭등했다.

주요 산업인 관광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으면서 심각한 경제난에 빠졌기 때문이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탓에 외환 보유고가 떨어지자 석유, 식품 등 생필품을 구하기 어려워졌다.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 사는 라빈두 페레라는 새벽부터 주유소를 찾아다녔지만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그는 "오전 5시30분쯤 시청 근처 주유소에 줄을 섰는데, 나중엔 줄이 2km까지 길어졌다"며 "오전 9시에 운 좋게 연료를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몇 주 동안 최악의 경제난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졌고, 점차 폭력 시위로 격화했다. 시위대는 정치인의 집에 불을 지르고 박물관을 파괴하며 정권 교체를 요구했다. 결국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의 형인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가 사임하고 야권 지도자 출신 총리가 임명되면서 시위는 조금 수그러들었지만, 아직까지 전국 곳곳에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란에서도 최근 식품 가격이 폭등하면서 시위가 촉발됐다.

지난주 정부가 수입 밀 보조금을 삭감하면서 밀가루를 원료로 한 주요 식품 가격이 300% 치솟았고, 이로 인해 수십 개 도시에서 산발적으로 시위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물가상승률은 약 40%지만 일각에서는 50%가 넘는다고 전망한다.

이외에도 러시아 최대 밀 수입국인 튀니지와 이집트를 비롯해 터키, 파키스탄, 아르헨티나, 엘살바도르 등에서 경제 위기가 점점 고조되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커져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