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성난 반정부 시위대가 파괴한 박물관은 어떤 곳일까?

파괴된 박물관 모습
사진 설명, 시위대는 박물관에 들어가 밀랍인형을 부수고 건물을 파괴했다
    • 기자, 랑가 시리랄, 패트릭 잭슨
    • 기자, BBC 뉴스

경제난으로 인해 반정부 항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스리랑카에서 박물관이 파괴되는 일이 발생했다.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사망자와 부상자에 비하면 의미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파괴된 박물관이 갖는 상징적 의미는 적지 않다.

라자팍사 박물관은 스리랑카 남부 함반토타에 위치한 것으로, 라자팍스 가문이 소유하고 있다.

해당 박물관은 현재 대통령인 고타바야 라자팍사의 부모, 그리고 전직 대통령이었던 그의 형 마힌다 라자팍사를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박물관에는 사망한 돈 알윈 라자팍사와 그의 아내 단디나의 사진과 함께 의상과 생활용품, 손편지 등이 전시돼 있었다.

그러나 라자팍사 가문이 장악한 정권에 분노한 시위대는 지난 9일 박물관에 들어가 밀랍인형을 부수고 건물을 파괴했다.

이 박물관은 이제 정권 부패를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라자팍사 박물관이 처음 문을 열었던 건 2014년으로, 당시에는 형 마힌다가 대통령이었고 고타바야가 국방장관을 맡고 있었다.

파괴되기 전의 박물관 모습

사진 출처, AFP

사진 설명, 파괴되기 전의 박물관 모습

고타바야는 국비를 동원해 사유지에 박물관을 지었다. 스리랑카 해군에는 박물관 건설 작업을 위한 인력을 제공하라는 명령이 내려졌고, 고타바야의 친위부서인 방위도시개발부는 도면 작성과 기타 예비 작업에 관여했다.

그러나 형 마힌다가 2015년 대선에서 패배하자 공금 유용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다.

박물관 부지에 남은 흔적들
사진 설명, 박물관 부지에 남은 흔적들

고타바야는 유용 사실을 부인하며 6천만 루피(당시 약 6억 원) 이상의 공적 자금이 박물관에 쓰였다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결국 비용 일부를 환수했다.

이후 2019년 고타바야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대통령 면책특권을 이유로 고소가 취하됐다.

마힌다는 박물관 관련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마힌다와 고타바야는 2009년 분리주의 세력 타밀족 반군과의 25년에 걸친 전쟁에서 승리하며 사람들의 환영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길 수 없는 전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들 형제는 스리랑카의 다수민족인 싱할라족에게 영웅으로 여겨졌다.

라자팍사 일가는 스리랑카를 테러 세력으로부터 지켜낸 왕으로 추앙받게 됐다.

그러나 통치 기간 들어간 엄청난 경제적 비용으로 인기는 점차 사그라들었다.

박물관 인근에 거주하는 BM 난다와티(62)는 "그들은 30년에 걸친 전쟁을 끝내며 우리를 테러에서 구해냈다"면서 "이것이 우리가 그들을 존경한 이유"라고 말했다.

2020년 촬영된 고타바야(왼쪽) 대통령과 형 마힌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2020년 촬영된 고타바야(왼쪽) 대통령과 형 마힌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하지만 소용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들은 국민들을 약탈했어요. 자신들 부모의 옷과 사롱을 전시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쓰면서 나라 전체를 팔아 박물관을 지었으니까요. 그들은 스리랑카가 가진 모든 달러를 다 강탈해버렸어요."

박물관이 있는 함반토타에 사는 딕슨 위크라마라치(37)도 심경을 전했다.

그는 "그들은 일만 해서는 결코 벌 수 없는 돈을 써서 이 박물관을 지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이 고통받고 세 끼는커녕 하루 한 끼도 먹지 못하는 동안 그들은 값비싼 디자이너 신발과 드레스를 입고 사치스럽게 살아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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