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왜 ICBM 집착하나?… 우크라이나 사태가 '잘못된 시그널' 줘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5일 화성-17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사진 출처, KCNA

사진 설명,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5일 화성-17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지난 2017년 11월 '화성-15형' 이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중단했던 북한이 신형 ICBM '화성-17형'을 발사하면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ICBM 발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핵실험과 ICBM 발사 모라토리엄(유예) 파기를 시사한 지 두 달여 만에 전격 이뤄졌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 4년 여간 고수해온 '선대선' 방식에서 '강대강' 국면으로 가파르게 태세를 전환했다며 예상보다 그 속도가 빠르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보며 '핵=정답' 판단

북한의 ICBM 발사는 이미 예상됐던 수순이다.

북한은 지난 2018년 4월 스스로 핵실험과 ICBM 발사 유예를 천명하며 대미 협상에 집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단거리미사일 발사 등 지속적인 무력 시위를 감행해왔다.

또 지난해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극초음속미사일과 고체엔진 ICBM, 군 정찰위성, 핵잠수함 등 5대 전략무기 개발을 포함한 국방과학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했고 지난해 12월 전원회의에서는 '불안정한 조선반도의 군사적 환경과 국제 정세의 흐름'을 명분으로 한 국가방위력 강화를 천명했다.

최근에는 풍계리 핵실험장과 영변 핵단지,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등에서 지속적으로 시설 복구 및 확장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강인덕 경남대 석좌교수는 BBC 코리아에 "이미 경제적으로 무너진 북한 체제가 의지할 것이라고는 국방력뿐"이라고 지적했다.

대내 결속은 물론 미국 등 외세의 개입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ICBM과 핵이 필요하다는 것.

강 교수는 특히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북한이 상당한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며 "핵을 버리면 우크라이나처럼 침공 당한다는 것을 직접 목도한 만큼 이제는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따라서 "안전보장 차원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이유가 사라졌고 이제 북미 간 핵 협상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책임연구위원도 "우크라이나 사태가 북한에게 '결국 핵이 만능'이라는 상당히 잘못된 시그널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 내부적으로 유일 독재체재인 김정은 정권의 명분을 과시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24일 화성-17 시험발사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 위원장

사진 출처, KCNA

사진 설명, 24일 화성-17 시험발사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 위원장

김 연구위원은 "북한이 최근 관영 매체들을 통해 국제정세 변화 등을 평소보다 구구절절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며 "여기에 북측 의도, 심경 등이 고스란히 담겼다"고 분석했다.

대외선전매체 '려명'은 지난 24일 "급변하는 세계 정치 정세는 국가 방위력을 응당한 수준에서 가지지 못한다면 외부의 군사적 위협에 끌려 다니며 강요당할 수밖에 없고 나아가 국가와 인민의 존재 자체도 지켜낼 수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대미 압박 차원… '이래도 안 움직여?'

일각에서는 결국 미국에게 부담을 주고 대미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고강도의 무력 시위를 지속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사태나 한국 대통령 선거 등과 관계없이 북한이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ICBM 개발은 북한 핵 능력과 직접 연계될 뿐 아니라 미국이 가장 압박을 느끼는 요소"라며 "단거리 미사일로 상황 개선이 안되니 중장거리 그리고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ICBM 완성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결국 풍계리 핵 실험장이 복구되면 중장기적으로 핵실험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조 연구위원은 전망했다.

실제 북한은 관영 매체 보도를 통해 미국을 향한 대결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조선중앙통신은 25일 '화성-17형' 시험발사 성공 사실을 보도하며, 김정은 위원장이 "막강한 군사 기술력을 갖추고 미 제국주의와의 장기적 대결을 철저히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나라의 안전과 미래의 위기에 대비하여 강력한 핵전쟁 억제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가려는 당과 정부의 전략적 선택과 결심은 확고부동하다며"며 "압도적 군사 공격 능력을 갖추는 것은 가장 믿음직한 전쟁 억제력"이라고 주장했다.

2020년 10월 북한이 첫 공개한 화성-17형

사진 출처, 로동신문

사진 설명, 2020년 10월 북한이 첫 공개한 화성-17형

대기권 재진입∙고체연료 기술 미완성

북한은 24일 오후 2시 34분 평양 순안비행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신형 ICBM '화성-17형'을 발사했다. 지난 16일 발사 실패 이후 8일만으로, 올해 벌써 12번째 무력 도발이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미사일은 최대 정점고도 6248.5km까지 상승해 거리 1090km를 67분간 비행했다. 그리고 북한 동해 공해상의 예정 수역에 정확히 떨어졌다.

거의 수직의 고각 발사로, 6200km 이상 치솟은 것은 세계 탄도미사일 개발 역사상 가장 높이 올라간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국방연구원 출신 김진무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는 "사거리 측면에서 1만3000~1만5000km, 즉 미국 워싱턴이나 뉴욕을 타격할 정도의 기술력은 완성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라며 다만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고체연료 기술 등을 볼 때 아직 미완성 단계"라고 분석했다.

사거리 1만km 이상의 미사일이 고도 5000km 이상 올라갔다가 대기권으로 재진입할 때 1만도 이상의 열과 충격을 견뎌야 하는데 북한이 관련 성공 여부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또 "액체연료는 주입 시 오랜 시간이 걸리고 선제타격 등 외부의 급작스런 공격을 받을 가능성 때문에 선진국들은 고체연료를 사용한다"며 "북한은 여전히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만큼 기술적으로 완성된 미사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2017년 이후 5년여가 지나면서 북한의 ICBM도 고도화됐다"며 "기술 고도화를 위해서는 시험발사가 반드시 필요하고 그래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실험을 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 대 중국-러시아의 대결 구도가 형성된 현 상황에서는 북한이 아무리 고강도 도발을 해도 안보리 결의가 이뤄지지 못한다"며 "지금이야말로 북한이 미사일 개발했던 것을 시험발사하기 딱 좋은 환경"이라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