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 2030 세대의 선택은?

지난 2월 2022 대선대응 청년행동 '대선 비상선언'에서 대선후보들에게 갈라치기 중단을 요구하는 청년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지난 2월 2022 대선대응 청년행동 '대선 비상선언'에서 대선후보들에게 갈라치기 중단을 요구하는 청년들
    • 기자, 나리 킴
    • 기자, BBC 코리아

"지금까지 계속 지켜봐 오고 있었지만, 결정하지 못하겠다"

"딱히 응원하는 후보는 없는데, 지지율로 봐서는 이재명과 윤석열 후보 가운데 한 명이 대통령이 될 것 같다"

2022년 20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도 누구를 차기 대통령으로 선택할지 모르겠다는 19세 최원서 씨와 응원하는 후보가 없다는 20세 구태경 씨는 모두 2030세대, 이른바 'MZ 세대'의 일원이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양강'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접전이 계속되면서 MZ 세대들이 승패를 좌우할 '캐스팅 보터'로 급부상했다.

2030세대 유권자는 약 1424만 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3명 가운데 1명이며, 최 씨와 구 씨처럼 선거 당일까지 어떤 후보에게 표를 줄 것인지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MZ 세대에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영입인재 MZ세대 4인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지난해 12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영입인재 MZ세대 4인

집·직장 해결해 줄 수 있나요?

2022년 20대 대선의 키워드 가운데 하나로 'MZ 세대'를 꼽을 수 있다.

부동층을 상징하는 MZ 세대의 M은 단어 '새 천년(Millennial)'에서 따온 알파벳으로 1982년에서 1997년 사이에 태어난 연령층이다. Z는 X세대에 기원을 둔 '알파벳순 세대론'의 마지막 주자라는 뜻으로 1998년 이후에 태어난 연령층이다.

이들은 이념과 지역에 얽매이지 않고 선거 당시의 정치 상황과 이슈에 따라 투표하는 '스윙 보터'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2030은 자기 이익 중심으로 정치 현안을 판단하기 때문에 정권에 의한 피해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충성도가 낮다"고 분석했다.

최근 한국리서치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따르면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M 세대의 최대 관심사는 부동산이 40% 이상을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일자리와 결혼, 육아, 자산 형성 등이 뒤따랐다. 이들은 저출산과 비혼 문화의 확산 이유 중 하나로 높은 집값을 꼽았다.

Z세대의 최대 관심사는 일자리로 37%를 차지했다. 20대 초중반에 마주치게 된 취업난과 코로나19 방역 등 현실 속에서 직접 접하는 어려움에 대한 해결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경기도 용인시에 거주하는 20세 구태경 씨는 "아직 사회생활을 많이 해보지 못해서 정책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면서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코로나와 관련해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지난해 12월 '내일이 기대되는 대한민국 위원회'에 참석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지난해 12월 '내일이 기대되는 대한민국 위원회'에 참석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남녀 갈등 키우지만 말아줄래요?

특징적인 것은 남녀 갈등, 젠더 문제도 2030의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Z세대의 경우 경기도 거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결혼과 출산에 대해 57%가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젠더 이슈와 관련해 청년층 표심 잡기에 나선 대선 후보들의 대표적인 공약으로 '여가부 존폐'를 들 수 있다. 앞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청년 남성 표심을 집중 공략하며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를 사회관계망 서비스 SNS에 올렸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이에 맞서 "여성가족부 강화"라고 SNS에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여가부 존폐 전쟁에 참전하지 않겠다며 개편을 고민 중이라는 입장이다.

이 밖에도 이 후보와 윤 후보의 '20대 남성, 영남지역, 자영업자 층'을 뜻하는 '이영자'와 '이대남'의 표심 잡기에 나선 '군 병장 월급 인상' 공약 경쟁도 있다.

이러한 후보들의 행보에 청년 유권자들은 정치권이 현실보다 갈등을 더 키우고 있다고 비판한다.

경기도 용인시에 거주하는 22세 김환희씨는 이번 대선을 "패스트푸드 체인점들의 싸움같다"고 비유했다. 김 씨는 "이번 대선의 특징은 모두가 '자극'에만 집중한 마케팅을 내세운 기분이다"라며 "풍미와 깊이에 조금 더 집중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국정 방향을 제시하는 거대 담론보다 '포퓰리즘'에 빠진 공약만이 난무한 이번 대선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번 대선이 '비호감 대선'이라는 불리는 것은 후보들이 현실적인 민생 대책이 아닌 '쇼'에 불과한 공약만 남발하고 있는 이유에서이다.

경기도 수지구에 거주하는 19세 최원서 씨는 이번 대선 후보들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막상막하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하면서 "하지만 낮은 수준의 막상막하라고 판단하는 중이다"라고 실망의 뜻을 전했다.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일인 5일 서울역 대합실에 마련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하는 시민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일인 5일 서울역 대합실에 마련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하는 시민들

사전투표율 역대 최고 36.9%

지난 4∼5일 양일간에 걸쳐 치러진 사전투표는 역대 최고치 투표율 36.93%를 기록했다. 사전투표의 세대별 투표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높은 사전투표율은 2030 세대가 많이 투표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권자 총 4419만 7692명 가운데 2030 유권자의 비율은 20대 14.9%, 30대 15.1% 등 총 30%로, 청년층이 유권자 3분의 1에 달한다.

지난 1월 중앙선거여론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만 18세에서 39세 청년층의 '지지하는 후보 없음' 비율은 40%에 달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전 마지막 조사에서 부동층 비율은 20% 안팎으로, 이는 윤석열 안철수 후보 단일화 이전 조사다.

대선 후보들이 지금까지 앞다퉈 MZ 세대 표심을 얻기위한 공약을 준비해온 이유도 이들이 다른 연령층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변화 가능성 또한 큰 것으로 나타나면서 대선 승패를 좌우할 '캐스팅 보트' '킹 메이커'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도 승패를 가른 것은 뚜렷한 당파 색이 없는 2030 세대의 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