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소개부터 선거 토론까지'... 메타버스의 미래 보여준 한국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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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쉬레야스 레디
- 기자, BBC Monitoring
오는 3월 9일 대선을 앞두고, 한국 정치는 메타버스를 통한 새로운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이용자가 아바타로 상호작용하는 가상공간인 메타버스는 지난 수십년 동안 존재해 왔다. 하지만 최근 가상·증강현실 등의 기술 발전으로 메타버스는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통신 기술에 정통한 한국에서 가상세계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한국은 메타버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기 전인 2000년대에 이미 가상세계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제 메타버스가 전 세계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면서, 한국은 떠오르는 디지털 세계에서 글로벌 리더가 되고자 한다.
선거 속 메타버스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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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한국의 대선 후보들과 언론은 시민들의 디지털 참여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인공지능에서부터 NFT를 활용한 기금 모금까지 다양한 신기술이 활용됐다.
이 같은 디지털 전략 중 하나가 바로 메타버스이며, 이는 이미 게임과 케이팝 등 한국의 대표 산업에도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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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관심에 힘입어 SBS와 KBS 등 주요 방송사들은 한국의 메타버스 시장 선두주자인 제페토에 선거를 주제로 한 디지털 세상을 만들었다.
이곳에서 이용자들은 과거와 현재의 선거 정보를 제공하는 전시물을 둘러보고 퀴즈에 참여할 수 있으며, 자신의 아바타가 등장하는 사진도 찍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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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선거와 역대 여론조사 자료, 그리고 투표 과정 안내 등을 선보이는 공간도 만들었다.
대선 후보들 자체는 메타버스 활동에 제한적인 편이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제페토 월드 등의 사이버 공간을 둘러보고 다른 이용자들이 올린 게시물을 보는 등 다양한 경험에 적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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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페토는 이용자들이 '열린 공간'에서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것에 중점을 둘 뿐, 선거 자체에 있어 적극적인 역할을 하진 않았다.
제페토의 모회사인 네이버Z는 BBC에 "특정 정당이나 후보와 협력한 적은 없지만, 많은 정치인들이 젊은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우리 플랫폼을 창의적으로 활용해 왔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이 활용한 건 제페토만은 아니다.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은 부동산 앱 '직방'의 디지털 플랫폼 '메트로폴리스'에서 경선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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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업계의 거물이었던 중도파 정치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해 11월, 젊은 유권자들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정책 설명을 위한 '폴리버스 대선 캠프'를 출범시켰다.
싸이월드 한컴타운과 SK텔레콤의 아이프랜드 같은 다른 플랫폼들도 지난해 출범 후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아직 선거 활동과 관련한 특이점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미래 산업 전문가인 성균관대 최재붕 교수는 메타버스가 선거 캠페인에 몇 가지 이점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BBC와 인터뷰에서 "대선 후보들은 자신들이 한발 앞서가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한다"며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아바타를 사용하는 것이 예전 카메라 앞에서 말하는 것보다 앞서나가는 후보라는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메타버스 아바타를 활용하면 많은 정보를 한 번에 많은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다"며 "이는 줌과 같은 화상회의 도구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한국의 메타버스는 기존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비해 아직 이용자가 많지 않고 규모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한계가 있다.
한국의 메타버스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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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는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지만 지난해 10월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자사의 미래 비전을 공개하며 대중의 관심이 더욱 커졌다.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1992년 SF 소설 <스노우 크래쉬>에서 유래했다. 유명 가상 플랫폼 '세컨드 라이프'와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등의 초기 메타버스는 거의 20년 동안 인기를 끌었다.
세계적인 디지털 강국인 한국에서 메타버스가 오랫동안 주목을 받아온 건 어쩌면 놀라운 일이 아니다.
싸이월드 한컴타운의 전신인 싸이월드는 네이버와 다음, 페이스북이 시장을 장악하기 전인 2000년대에 한국의 소셜미디어 시장을 지배했다.
싸이월드는 아바타 사용과 가상 상품 구입을 위한 가상 화폐를 대중화하는 등 많은 면에서 메타버스의 개척자로 꼽힌다.
이후 한동안 선도적인 소셜네트워크로 자리잡았고, 정치인들 역시 자신의 정책을 퍼뜨리고 유권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싸이월드를 활용했다.
싸이월드는 결국 2015년 문을 닫았지만, 이후 제페토와 같은 다른 업체들이 한국 메타버스 시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생겨났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싸이월드 한컴타운이 업계에 다시 등장했다.
한국의 활발한 게임 산업도 이용자들이 가상공간에서의 상호작용을 지속하게끔 했다. 특히 선도적인 게임 제작자들이 메타버스에 계속 투자하고 있어 이는 더욱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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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페이스북의 비전 발표로 새로운 메타버스 발전을 위한 발판이 마련되면서 한국은 이제 디지털 미래에 대비한 자신만의 메타버스 역사를 쓰고 있다.
지난 1월 문재인 정부는 오는 2026년까지 한국의 메타버스 세계 시장 점유율 5위 달성을 목표로 하는 야심찬 로드맵을 발표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메타버스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디지털 '신세계'"라고 말했다.
정부는 메타버스 생태계 발전을 위해 2237억원을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2026년까지 메타버스 공급 기업 220개를 육성하고 올해엔 '메타버스 아카데미'도 출범해 전문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서울시는 2022년 말까지 '메타버스 서울'이라는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하며 메타버스 산업에 적극 뛰어들었다.
서울시는 메타버스를 통해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계 최초의 지방정부를 노린다. 39억원의 예산을 들여 가상 민원실과 관광 및 경제 기회 등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 서울시는 올해 메타버스와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같은 디지털 기술 관련 프로젝트에 3459억원을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이 같은 메타버스 관련 정책은 주요 대선 후보들도 중요하게 거론하고 있는 만큼 차기 정부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디지털 정부를 만들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메타버스 부처"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1월 디지털 산업 발전과 NFT, 블록체인과의 융합을 최우선으로 하는 '게임·메타버스 TF'를 발족했다.
최 교수는 우버나 에어비앤비 등의 다른 서비스들이 한국에 처음 들어왔을 때 규제 완화에 실패한 사례를 들며 메타버스 또한 규제 관련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인의 "성숙한 디지털 문명"을 장점으로 강조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새로운 디지털 문명을 경험하는 것을 좋아하고 빨리 배운다"고 BBC에 말했다.
혁신을 수용하는 한국인의 특성은 기술이 발전하면서 향후 선거에서 메타버스가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메타버스 플랫폼들 자체는 우선 정치와의 연관성에 선을 긋고 있다. 네이버 Z는 "우리는 정치와 선거에서 (제페토) 플랫폼의 유용성을 확대하기 위한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추가취재: 이윤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