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백마 탄' 김정은·김경희 공개… '극적 효과' 노린 연출

사진 출처, 조선중앙TV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가 2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공개석상에 등장한 것은 2020년 1월 설 기념공연 이후 처음이다.
2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전날 평양 만수대예술극장에서 열린 설 명절 경축공연에서 김정은·리설주 부부와 나란히 앉은 김경희 전 비서의 모습을 보도했다.
화면 속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고모를 향해 자리에 앉으라고 권하는 듯한 모습이 잡히기도 했다.
김경희 전 비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일한 여동생이자 살아있는 백두혈통의 대표 인물로 꼽힌다.
하지만 2013년 12월 남편 장성택이 김정은 위원장에 의해 숙청 당한 뒤, 2020년 1월까지 6년 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시 김 전 비서가 남편과 함께 숙청됐다는 주장부터 자살설, 자택감금설 등 다양한 추측들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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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혈통' 정통성 과시
김경희 전 비서가 깜짝 등장한 것은 명실상부 백두혈통인 김일성 가의 정통성을 중심으로 한 김정은 정권이 안착하는 데 성공했음을 과시하는 차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백두혈통의 정통성을 뒷받침해주는 김경희를 전격 등장시킴으로써 김정은 집권 10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정권의 공고함을 대내외에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통일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인 정영태 동양대 석좌교수는 BBC 코리아에 "백두혈통인 김경희는 상징적으로나 실질적으로 북한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김정은 정권 자체도 백두혈통이라는 정통성이 없으면 허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공식 후계자가 되면서 김경희는 김정은, 최룡해, 김경옥과 함께 대장 칭호를 받았다"며 이들이 김정은 정권의 기반을 다진 핵심 인물들이라고 강조했다.
최룡해가 앞장서서 김정은 정권의 기반을 닦았고 그 뒤에 김경희가 존재했다는 설명으로, 당시 대장 칭호를 받은 4명 모두 지금까지 건재하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결국 남편인 장성택까지 처리하고 김정은 정권의 기반을 어느 정도 구축해 놓은 다음 뒤로 빠져줬다"며 "그렇지 않았다면 어렸던 김정은보다 김정일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경희 자신이 백두혈통으로서 북한 내에서 더 부각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유사 시 김정은 정권의 붕괴 혹은 위험 신호는 김경희가 언제 사망하느냐에 달려 있을 정도"라며 "김경희의 유고 소식이 없는 한 김정은 정권은 여전히 굳건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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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소재로 극적 효과 노려
김경희 전 비서의 등장이 극적 전환 효과를 위한 연출의 일환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가정보원 대북분석관을 지낸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는 "철저한 극장국가인 북한이 지난달 일곱 차례의 핵미사일 고도화 시험으로 대미 압박 및 긴장 수위를 최대로 올려 놨고, 이제 다음 단계로 가기 전에 숨 고르기 차원에서 '깜짝 쇼'를 한 것"이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즉 김 위원장이 국가 지도자로서 설 공연에 참석하고 김경희 등 원로들을 예우하는 등 매우 일상적인 활동을 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또 미사일로 전 세계의 관심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공포통치의 대명사인 고모부 '장성택' 숙청 이후에도 여전히 고모인 김경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는 사실을 선전하는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곽 교수는 특히 "김경희와 함께 145일 만에 리설주 등장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전력 질주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 등은 굉장히 자극적인 소재"라며 "새로운 극적 효과를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화제를 미사일에서 완전히 확 바꿀 수 있는 반전 소재로 선택한 것으로, 백마를 타고 한 손으로 고삐를 잡고 전력 질주하는 수준 높은 실력을 공개함으로써 자신의 결기를 과시하고 또 항간의 건강이상설까지 불식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곽 교수는 "미사일 도발 직후 이런 모습들을 공개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지도자로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으며, 따라서 미사일도 정상적으로 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함"이라며 "철저하게 각본에 의해 연출된 행사"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이번 설 명절 공연에 동행한 리설주는 지난해 9월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이후 145일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