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김정은 정권 10년…국제사회 눈 피해 '처형장소' 선택

사진 출처,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북한 당국이 김정은 정권 지난 10년간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해 처형사건의 외부 유출 통제를 강화했으며 특히 정보 통제가 쉬운 곳을 처형장소로 전략적으로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2014년 유엔 인권조사위원회(COI)의 북한 인권보고서 공개 이후 나타난 유의미한 변화라는 해석이다.
서울에 베이스를 둔 인권조사기록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은 15일 공개한 '김정은 시기의 처형 매핑: 국제적 압력에 대한 북한의 반응 (Mapping Killings under Kim Jong-un: North Korea's Response to International Pressure)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683명에 대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된 이 보고서에는 처형에 관한 442건의 진술이 담겼으며 특히 암매장과 소각 등 시체 처리 장소에 관한 30개의 증언도 포함됐다.
이 가운데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에서 거주한 탈북민은 29%(200명), 또 전체의 77%(527명)는 국경과 가까운 함경북도와 양강도 출신으로 나타났다.

사진 출처, NETFLEX
처형 1순위 '남한 영상 배포∙시청'
김정은 정권 내 공개 처형은 주로 개활지와 들판, 비행장 일대, 강둑, 산 등에서 집행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개 처형된 주민들에게 부과된 혐의는 남한 영상 시청 및 배포가 가장 많았으며 마약 관련 혐의, 성매매, 인신매매, 살인 및 살인미수, 음란행위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또 동원된 군중이 수백 명 규모라는 증언이 많았고 과거에는 공개처형 장면을 많은 주민들에게 노출했지만 최근에는 처형 대상자가 소속된 직장 동료 등으로 제한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참가자들 상당수는 "비밀처형이 계속되는 것 같다"고 진술했다.
TJWG 이영환 대표는 BBC 코리아에 "김정은 정권 전후를 비교했을 때 두드러진 특징은 남한 영상 및 외부 정보와 연관된 처형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김정일 정권 당시에는 공장 부속품과 구리선, 전선 등과 같은 단순 절도 죄목이 가장 많았지만 이번 조사 결과 과거와 같은 단순 절도는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2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채택하고 남한 영화와 드라마, 음악을 유포하면 사형을 부과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는 "김정은 정권 이후 주민들의 의식 변화, 외부세계 관심, 북한 체제에 대한 의구심 등이 커지면서 체제 불안감 역시 높아졌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김정은식 공포 정치 지속
보고서에는 사형 대상자를 처형 직전에 비인도적으로 다룬 상황도 명시됐다. 사형 대상자에게 어떠한 존엄성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면서 주민들에게 경고하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함경북도 함흥시에서 벌어진 공개처형 직후 사람들을 일렬로 세워서 한 명씩 죽은 사람 얼굴을 보게 했다는 증언과 함께 황해북도 사리원시에서는 나무기둥에 묶인 사형 대상자의 입 속에 자갈돌이 채워져 있었다는 진술도 나왔다.
또 평양에서 벌어진 한 공개처형에서는 주민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시체를 불태웠는데 처형된 사람의 가족들을 맨 앞 줄에 앉혀 그 상황을 지켜보게 했다는 목격담도 있었다.
보고서는 처형 집행 직전에 피고인을 비인간적으로 취급해 주민들에게 공포심을 주는 등 김정은식 공포 정치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다만 북한 주민들에게 공개처형은 흔하고 놀랍지 않은 일로, 공개처형을 목격한 주민들 대다수는 북한 당국이 하는 말을 그대로 믿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처형, 국경서 떨어진 곳… 외부 노출 꺼려
북중 국경을 따라 양강도 북부에 위치한 혜산시는 중요한 물류∙유통 거점이자, 외부세계 정보와 북한 내부 상황 정보가 드나드는 경로 중 하나로 꼽힌다.
따라서 북한의 다른 지역에 비해 외부세계로 노출이 많은 만큼 북한 당국의 사형 방식과 처형장소 등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외부에서 파악하기 용이하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특히 김정은 정권 이전에는 중국과의 국경 근처 강둑과 혜산시 도심부에서 공개처형이 벌어진 반면, 김정은 시기 이런 곳에서 공개처형을 했다는 진술은 없었다.
대신 김정은 시기 공개처형은 국경이나 도심부에서 떨어진 혜산 비행장과 주변 언덕, 산비탈, 들판 등에서 행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혜산시의 공개처형 장소들이 김정은 시기에 국경에서 먼 곳으로 옮겨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TJWG 박아영 연구원은 "북한 내 공개처형이 계속 일어나고 있지만 김정은 정권이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처형 실태 정보가 북한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북한 당국이 처형 장소를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있다는 설명으로, 실제 지난 2005년 국경 도시인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촬영된 공개처형 동영상이 국제사회에 공개된 사례가 있는 만큼 이를 차단하려 한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이러한 공개처형 장소의 변화는 국제사회의 감시와 압력이 북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영환 대표는 "과거에는 촬영 방지를 위해 처형장에 오는 사람들 4~5명 중 한 명씩 무작위로 몸수색을 했지만 최근에는 전수수색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외부로 인권 유린 사건이 노출되면 어떤 국제적 압력이 따라오는지 충분히 이해했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나타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북한 내에서 이뤄지는 무자비한 인권 유린 행태들에 대해 국제사회가 다 알고 있고 기록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북한에 보내기 위함"이라며 "인권유린 피해자들이 어느 불망산에 매장됐고 어디 소각장에서 불태워졌는지, 또 누가 인권 유린 가해자인지 등을 계속해서 기록하고 알리는 것이 북한 경각심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진 출처, 뉴스1
'네이밍 앤 쉐이밍'(Naming & Shaming)
한국의 전문가들은 COI 보고서와 북한인권결의안 등을 비롯해 다양한 북한인권 보고서들이 국제적 대북 압박 차원에서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유엔 대사를 지낸 오준 경희대 교수는 "네이밍 앤 쉐이밍, 즉 거론해서 망신을 준다는 국제적 압박이 효과가 있으려면 해당 국가가 민감한 반응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오 교수는 "북한이 실제 인권 상황을 변화시키면 더 좋겠지만, 어쨌든 최소한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면 국제적 압박 취지 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네이밍 앤 쉐이밍'의 효과를 강조했다. 국제사회에 알림으로써 인권침해 국가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최근 북한 내 공개처형 횟수가 줄어든 것으로 알려진다"며 "북한이 특히 인권 문제 지적에 대해 반발하는 것은 최고존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유엔 총회 산하 제3위원회는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북한의 인권침해를 비판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의 북한인권결의안을 통과시켰다. 17년 연속 채택이다.
이에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인권 보호 및 증진과는 무관한 정치적 책략"이자, "대북 적대시 정책의 결과물"이라며 반발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