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납북피해자 황원씨 아내 별세…북한 '납북자 없다'는 입장

사진 출처, KAL기 납치 피해 가족회
북한에 납치된 남편을 50년 넘게 기다렸다. 하지만 아내는 끝내 남편을 만나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KAL기 납북 사건 피해자 황원씨(당시 32세∙MBC 프로듀서)의 아내 양석례 씨의 이야기다. 그는 지난 20일 향년 8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아들 황인철 'KAL기 납치 피해 가족회' 대표는 BBC 코리아에 "평생 아버지를 기다리신 어머니께서 마지막에 단 한번이라도 아버지를 보고 싶다고, 안아보고 싶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양씨는 '미국에 출장가신 아버지가 크리스마스에는 오실 것'이라며 어린 황씨를 다독였다고 한다.
황 대표는 "이 비극적인 사건을 당신의 팔자로 한탄하며 사셔야 했던 어머니의 삶이 너무 안타까웠다"며 "아무런 이유 없이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억울하고 한스런 마음에 '너희들이 원하는 게 이렇게 죽어 사라지는 것이냐?'며 어머니의 유골함을 들고 청와대 앞 1인 시위까지 생각했다는 황 대표, 그는 이 험난한 여정의 끝을 반드시 보고 말겠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YS11기가 납치 당한 후 아직까지 목적지인 김포공항에 도착하지 못했어요. 승객들이 내리고 승강기 문이 닫혀야 비행이 종료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어요. 따라서 국제협약에 따라 이 비행기는 아직 비행 중인 겁니다. 어떻게든 비행 종료를 완료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KAL기 납북 사건이란?
지난 1969년 12월 11일 강원도 강릉을 출발해 김포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가 북한 공작원에 의해 대관령 상공에서 북한으로 납치됐다.
당시 승객과 승무원 등 탑승자 50명 중 39명은 이듬해 2월 한국으로 무사히 돌아왔지만 황원씨를 포함한 승객 7명과 승무원 4명은 5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황인철 씨는 "한국 정부가 정치적 고려를 이유로 납북 피해자들을 외면하는 것은 북한의 범죄 행위에 동참하는 꼴"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평화통일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진정성이라곤 전혀 없는, 단순히 쇼를 하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건 당시 북한 당국은 '황원씨가 자유 의지로 송환을 거부하고 북한에 남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강제적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WGAD)은 지난해 5월 "사건 당시 황원씨가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은 것은 북한의 강제 구금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북한은 "납북자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혐오스러운 정치공작"이라고 비난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사무소(OHCHR) 역시 2016년 연례보고서에 "1969년 KAL기 납북 피해자 문제는 지금도 진행 중인 북한의 반인권 범죄"라고 명시했다.

사진 출처, 뉴스1
다음달 3일 인권위 재판 열려
한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지난 6월 KAL기 납북 사건의 피해자 가족인 황인철 씨를 대리해 한국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한국 정부의 조속한 피해구제를 청구하는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 정부가 북한이나 국제사회에 납북 피해자들의 송환과 생사 확인을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
황인철 대표는 지난 2018년 인권위원회에 정부의 납북 피해자들의 구제조치 촉구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인권위원회는 결정을 미뤄오다가 지난 1월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유는 '다루기 적절치 않다'는 것이었다.
이에 한변 측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는 등 인권위원회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한변 김태훈 대표는 "인권위원회의 각하 결정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1심 소송이 다음달 3일 행정법원에서 열린다"며 "승소하면 인권위원회가 이 KAL기 납북 사건을 다시 조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연히 납북 피해자들의 송환을 위해 북측에 대화를 요청하고 인권대사를 내정해 국제사회에도 호소해야 하지만 이 정부는 북한에 부담이 되는 행위는 전혀 하지 않으려 한다"며 "앞으로도 피해자들이 납북된 날짜, 일부가 송환된 날짜에 맞춰 유엔과 국제사회에 계속해서 진정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북한의 폐쇄성과 함께 휴전 상황에서 평화통일을 위한 대화 및 협력의 상대라는 특수한 남북관계 속에서 정부의 한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