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원했던 메달 색깔은 아니지만', '얼음공주'... 올림픽 중계 방송 이대로 괜찮은가

안창림이 26일 열린 73kg 유도 남자 동메달 결정전에서 아제르바이잔 오르조프 상대로 승리한 후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안창림이 26일 열린 73kg 유도 남자 동메달 결정전에서 아제르바이잔 오르조프 상대로 승리한 후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우리가 원했던 색깔의 메달은 아닙니다만."

지난 26일 2020도쿄올림픽 남자 유도 73kg급 동메달을 딴 안창림 선수에 대해 한 방송사 캐스터가 중계 도중 이같이 발언했다.

또 앞서 25일에는 여자 양궁 대표팀 경기를 중계하면서 "양궁 금메달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자 함께 중계하던 해설 위원이 "당연한 금메달은 없다"라고 캐스터의 말을 정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중계 발언들은 앞서 논란이 되었던 방송사들의 중계 자막, 성차별적 발언들과 함께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공주' VS. '성차별'

'태극낭자,' '얼음공주,' '여우처럼 경기한다'

예전에는 무심코 사용하던 말들이 이번 올림픽 중계에서는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25일, 양궁 여자 대표팀의 경기를 중계한 MBC 중계진은 한국 선수들을 향해 연이어 "태극낭자"라고 칭했다.

또 SBS 중계진은 선수들이 금메달을 거머쥐자 "얼음공주가 웃고, 여전사들 웃는 모습이 너무 좋네요"라고 말했다.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한국 여자 탁구 경기에서 KBS 중계진도, 한국 선수 신유빈과 경기한 룩셈부르크의 니시아리안 선수에 대해 "여우처럼 경기하고 있다"라고 묘사했다.

이에 대해 구시대적 성차별적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림픽 대회를 전쟁을 대신한 국가 간 스포츠로 선수들을 '전사'나 '영웅'으로 표현하는 오랜 관습에서 나온 것으로, 선수들이 여자라는 이유에서 선택한 성차별적 단어들이라는 것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영국인 프리랜서 기자 라파엘 라시드는 이와 같은 중계 형태에 대해서 "방송사 뿐만 아니라 신문에서도 믿기지 않는 표현들을 자주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변해가는 시대 속에서 한국 언론은 예전 낡은 사고를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면서 이번에 만약 외신이나 인터넷을 통해 한국의 방송 형태가 세계에 알려지지 않았다면 "한국 언론은 여전히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계속 잘못된 관습을 아무렇지 않게 이어나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쟁 VS. 축제

박성제 MBC 사장이 26일 기자회견을 갖고 2020 도쿄올림픽 중계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박성제 MBC 사장이 26일 기자회견을 갖고 2020 도쿄올림픽 중계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도 이제는 국적, 나이, 성별에 다양성이 생겨나고 있다. 올림픽은 더 이상 국가 간의 스포츠 결투가 아닌,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오르는 휴먼 드라마로 보는 시각들이 많아지고 있다.

때문에 앞서 루마니아 축구 대표팀의 자책골에 대한 MBC의 '자막 조롱'에 시청자들은 타국 선수를 비하한다며 비난했고, 앞서 24일 양궁 혼성 단체 결승전, 네덜란드 국가 대표팀 선수가 10점 과녁에 화살을 꽂자 "10점을 쏴도 못 이긴다. 의미 없다"라는 중계 발언에 시청자들이 불편함을 표현한 것이다.

경기도 인천시에 거주하는 김희원 씨(40)는 "타국에 대해서 비난하거나 깎아내리는 발언은 무례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보다 약하다고 생각하는 나라에 대해서는 무시하는 발언을 쉽게 하는 반면 강국에는 그렇지 못하는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태도를 보이는 것 같다"면서 "올림픽 정신과 위배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MBC는 23일 도쿄올림픽 개회식을 중계하며 우크라이나 선수단을 소개하는 화면에 체르노빌 원전 사진을 사용해 시청자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라파엘 라시드 기자는 "한국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세계 경제를 이끄는 주역으로 자리 잡았지만 인권, 윤리, 도덕과 같은 정신적 성숙함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면서 "언론도 마찬가지다. 언론의 윤리 의식에 대한 고민이 없어 생겨난 일"이라고 비판했다.

라시드 기자는 "한국이 세계에서 주목받는 만큼 언론의 역할과 의식도 그에 맞춰 행동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과장하지 않고, 진실만을 전달하고, 팩트 확인 등 언론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방법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