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선수 49%...도쿄 올림픽은 정말 '성평등'할까?

캐나다 농구선수인 가우셔는 올림픽 출전과 모유 수유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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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캐나다 농구선수인 가우셔는 올림픽 출전과 모유 수유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 기자, 홀리 혼데리치
    • 기자, BBC 뉴스

1896년 초대 근대올림픽인 아테네 올림픽에 여성 참가자는 한 명도 없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여성 선수의 출전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4년 후 파리 올림픽에선 여성 선수 22명이 스포츠 5개 종목에 초청됐다. 반면 남성 선수는 1000여 명이 올림픽에 출전했다.

그리고 지난 23일 2020 도쿄 올림픽이 막을 올렸다. 이번 올림픽은 남녀 선수 성비 균형을 맞춘 첫 '성평등 올림픽'으로 평가받는다. 여성 선수의 비율은 전체 선수단의 약 49%로, 거의 절반에 가깝기 때문이다.

패럴림픽에 참가하는 여성 선수의 비율도 40.5%에 달한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보다 여성 선수가 100여 명 더 늘었다.

첫 아테네 올림픽 이후 12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여성 선수들의 비중이 확대된 것은 사실이지만, 진정한 '성평등 올림픽'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BBC가 여성 올림픽 선수들이 직면한 몇 가지 문제를 살펴봤다. IOC는 인터뷰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산후 실격

33세의 맨디 부졸드는 세계 최고의 여자 플라이급 권투선수 중 하나다.

판아메리칸 게임 2회 우승, 캐나다 전국 챔피언을 11차례나 차지한 그는 2018년 딸 케이트 올림피아를 낳기 위해 복싱을 쉬었다. 당시 그는 세계 랭킹 8위였다.

부졸드는 도쿄 올림픽 출전을 계기로 링 위로 복귀하려고 했지만, 이 계획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무산될 뻔했다.

2020년 복싱 예선전이 코로나19 사태로 취소됐다. 이에 IOC는 북미와 남미 선수들에게 2018년과 2019년 중 3개 대회의 순위를 사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부졸드는 이 기간 임신과 출산으로 복싱을 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출전 기회를 따기 위해 링 밖에서 싸워야 했다. 그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임신 전 세계 8위의 기록과 미주 2위였을 때의 순위를 출전 자격으로 인정해 달라고 항소했고, 결국 승리했다.

CAS는 예선 기간 동안 임신 중이거나 출산 후 회복을 하는 여성 선수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판결 내렸다.

IOC는 다른 선수들도 예외를 요청할 수 있다며 부졸드의 요청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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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IOC는 다른 선수들도 예외를 요청할 수 있다며 부졸드의 요청을 거부했다

부졸드는 "내 올림픽 꿈은 여전히 온전하다"라면서 "이번 싸움은 내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싸움 중 하나였고, 그만큼 의미 있는 싸움이었다"고 말했다.

부졸드의 이번 싸움이 올림픽 내 젠더갭(gender gap)을 보여준다는 목소리도 있다.

퍼듀대학교 젠더학 교수인 셰릴 쿠키는 "스포츠는 남성 참가자들을 위해 만들어지고 설계되고 조직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예외 조항'을 만들어 "특별 대우라고 취급하는 것 또한 여성 스포츠가 남성 스포츠보다 부족하다는 인식에서 나온다"고 꼬집었다.

모유 수유

앞서 IOC와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해외 선수들의 가족 동반 입국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젖먹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 선수들은 올림픽 출전과 모유 수유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캐나다 농구 선수인 킴 가우셔는 지난 6월 개인 인스타그램에 "현재 나는 모유 수유를 하는 엄마가 될지, 올림픽 국가대표가 될지를 두고 둘 중 하나를 강제로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올렸다.

가우셔는 IOC에 공식적으로 항의했지만, IOC는 "올림픽 참가 자격이 없는 사람은 입국할 수 없다"라고 못 박았다.

결국 모유를 수유 중인 아기를 둔 선수들에 한해 자녀와 동반 입국이 허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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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결국 모유를 수유 중인 아기를 둔 선수들에 한해 자녀와 동반 입국이 허용됐다

하지만 대중의 비난이 거세지자, 지난 6월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선수 중 젖먹이 자녀를 둔 엄마 선수들은 자녀와의 동반 입국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미네소타 대학 터커 센터의 니콜 엠 라보이 이사는 "이런 규제는 용납할 수 없다"며 "선수의 아이는 스포츠 팬이 아닌 엄마의 도움이 필요한 존재"라고 강조했다.

"이런 실수를 하면서 여성을 존중하고 중요성을 안다고 입으로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라보이 이사와 쿠키 교수는 이런 예외 조항을 계속 만드는 것은 올림픽은 여성을 위한 경기장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비판했다.

IOC의 '성비 불균형'

IOC는 성평등 가치를 올림픽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IOC 내에도 성비 불균형이 존재한다.

IOC 집행위원의 33.3%가 여성이다. 전체 위원을 봤을 때는 37.5%가 여성이다.

라보이 이사는 "IOC에서는 여성 회장이 나온 적이 한 번도 없다"라면서 "이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도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일본의 올림픽 고위 관계자들이 여성 비하 발언으로 사퇴하거나 해임됐다.

모리 요시로 전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올해 초 여성 혐오 발언으로 사임했다. 그는 공식 석상에서 "여성이 많아지면 회의 시간이 길어진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여성 비하 발언으로 물러난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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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여성 비하 발언으로 물러난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회장

그리고 지난 3월 개·폐회식 총괄 책임을 맡았던 사사키 히로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여성 디자이너의 외모를 비하해 자리를 내놨다.

라보이 이사는 IOC라는 조직 자체가 남성 중심적으로 돌아가는 이상 여성 선수들은 계속 배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부졸드와 가우셔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올림픽이 추구하는 성평등한 환경 또한 아 직 완성되지 않았다.

쿠키 교수는 "올림픽 결정권자 대부분이 남성이 아니라면, 이런 상황이 논란거리가 될까 싶다"라며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