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북한인권보고서 '탈북여성 자녀∙종교인 집단 살해 시도 우려'

보고서는 북한 내부의 심각한 살인과 비인간적인 고문, 처벌을 비롯해 강간, 강제 낙태, 영아 살해 등 성별에 기초한 폭력이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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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의회 내 '북한에 관한 초당적 의원들의 모임(APPG NK)'의 북한인권보고서가 20일 공개됐다.

91쪽 분량의 보고서에는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발표 이후부터 2020년까지의 북한 인권 실태 조사 내용이 담겼다.

위원회는 이번 조사가 인권침해 증거 수집, 잔혹 행위 지도화 등 필요한 대응을 파악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전했다.

보고서는 북한 당국의 반인도범죄 잔혹 행위와 그 심각성을 조명한 COI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7년이 지나도록 인권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 내부의 심각한 살인과 비인간적인 고문, 처벌을 비롯해 강간, 강제 낙태, 영아 살해 등 성별에 기초한 폭력이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판 노예제도도 언급됐다.

특히 기독교인과 탈북 여성의 중국계 자녀들에 대한 집단 살해시도 등이 의심된다며 이는 명백한 반인륜적 범죄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북한 당국이 세계선언,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등을 바탕으로 모든 주민에 대한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중국에 억류된 탈북민과 관련해 한국 정부와 협력해 대중국 외교를 시작해야 한다며 영국 내 북한 노동자가 강제 노역을 할 경우 난민 지위 부여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인권전문가인 이규창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BBC 코리아에 "국제사회와 한국이 북한 인권 개선과 관련해 어떤 방법이 더 실효적일지 함께 고민하고 방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 인권조약 지킬 의무 있어'

APPG NK 측은 보고서 발간 직후 20일 화상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장과 피오나 브루스 APPG NK 의장(영국 하원의원), 데이비드 올튼 영국 상원의원, 주 영국 북한 공사를 지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등이 참석했다.

태 의원은 "영국의 북한인권보고서 발간은 유엔 COI 보고서의 바통을 이어받아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인권 해결을 위한 모멘텀을 유지해 나간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또 "최근 북한 당국이 젊은 세대의 외부정보 영향을 막고자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같은 형사 처벌에 방점을 둔 법을 만들고 있다"며 이는 "북한 체제가 점점 코너에 몰리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앞으로도 유엔, APPG NK 등과 함께 양자 및 다자 무대에서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보고서와 관련해 책임 규명 차원에서 국제사회가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여러 반인도 범죄에 대해 여전히 중대한 인권 침해로 간주하고 있는 만큼 북한만의 문제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은 BBC 코리아에 "COI 보고서 이후 북한의 인권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에 영국 등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 표명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보편적 인권의 관점에서 인권은 특정 국가의 국민들만 누리는 것이 아닌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며 "인권조약에 가입한 북한 역시 이를 지킬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 분석관은 "다른 나라의 중대한 인권 침해에 대해 모든 국가가 발언권이 있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큰 틀에서 이번 북한 인권 보고서는 큰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017년 8월 9일 주한중국대사관 인근에서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017년 8월 9일 주한중국대사관 인근에서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국의 탈북자 북송' 관련 서한 보내

앞서 APPG NK 공동의장인 데이비드 올턴 영국 상원의원은 19일 도미니크 라브 영국 외무장관에서 서한을 보내 "한국과 중국에 탈북자 문제 해결을 촉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 사태와 관련해 주요국 의회에서 문제 제기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 14일 선양 수용소에 수감 중이던 탈북자 50명을 북한으로 강제 송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중 양국은 이를 위해 코로나19 방역으로 굳게 닫혀 있던 국경을 잠시 개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턴 의원은 "탈북자들이 간절히 원하는 지원과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함께 해야 한다"며 "그들이 수용소에 감금되면 처형을 당하거나 영양 부족 등으로 죽음에 이를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