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대미 비난 담화, 북한 속내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9월 18일 오후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방명록에 서명하려 하자 김여정 당중앙위 제1부부장이 준비하고 있다

사진 출처, News 1

사진 설명,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9월 18일 오후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방명록에 서명하려 하자 김여정 당중앙위 제1부부장이 준비하고 있다

북한이 이틀 연속 대미 비난 담화를 발표하며 북미대화 재개 가능성을 일축했다.

리선권 외무상은 23일 담화를 통해 "우리는 아까운 시간을 잃는 무의미한 미국과의 그 어떤 접촉과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여정 부부장이 미국의 섣부른 평가와 기대를 일축해버리는 명확한 담화를 발표한 데 대해 환영한다"고 언급했다.

앞서 김여정 부부장은 전날 22일 미국을 향해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비꼬았다.

미국이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여전히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 있다"고 밝혔지만 북한이 하루 만에 리선권 외무상을 통해 또다시 대화의 싹을 잘라버린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는 24일 "북한이 김여정 부부장의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반도 정세를 평화적이고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가장 좋은 길은 대화와 협력에 있다는 한국의 입장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며 "앞으로도 한국 정부는 남북, 북미 간 대화 재개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게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화를 하더라도 미국에게 휘둘리지 않겠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경희 샌드연구소 대표는 BBC 코리아에 "김정은 위원장은 대화를 언급하고 아래 실무자들은 조건을 내거는 등 북한이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미 대화를 재개하더라도 절대 미국에 맞춰 움직이지 않겠다는 것을 확인한 뒤 대화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특히 "북한은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인도네시아 대사를 겸임하는 데 대해 독자적인 문제 해결 의지가 없다고 봤을 것"이라며 "좀 더 결정권이 있는 레벨에서 진지하게 임하라는 요구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기존 '탑 다운' 방식의 정상 간 회담을 바라거나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며 "실무급 대화 관계가 형성되면 바로 투입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이 '조건 없는 만남'을 제시한 상황에서 북한이 대화에 그냥 나오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북한이 지난 1년 반 동안 대화 재개의 전제 조건으로 적대시 정책 철회와 대북제재 해제 등을 요구해왔기 때문에 그냥 나서기에는 면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BBC 코리아에 "요구 조건에 대해미국이 아무런 낌새도 없는데 나올 수가 없다"며 "다 들어주지는 않더라도 조금이라도 들어주는 척이라도 해야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결국 미국에게 양보를 바라는 것으로, 명분뿐 아니라 실리까지 챙기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따라서 "북미 간 입장이 너무나도 다른 상황에서 연내 대화 진전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특히 "북한이 문재인 정부와는 상대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고 김 전 차관은 말했다.

아울러 "미국 입장에서는 굳이 북한의 요구에 응할 이유가 없다"며 "이는 미중 간 전략적 경쟁 구도 속에서 북한이 아닌 중국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