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정이삭 감독이 전한 '미나리' 제작 뒷이야기

사진 출처, Melissa Lukenbaugh
지난해 오스카상을 거머쥔 영화 '기생충'은 영어권 관객들이 자막 영화를 꺼릴 것이라는 편견를 깼다. 올해에도 한국어 비중이 높은 영화 한 편이 관심을 끌고 있다.
'미나리'는 미국 시골 지역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로, '기생충'과는 아주 다른 이야기이다. 그리고 올해 4월에 있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정이삭 감독의 네 번째 장편인 이 영화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정착하는 가족의 삶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42세인 정 감독은 콜로라도주 덴버의 한국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자신의 영화를 편집하며 정 감독은 다크 코미디 '기생충'을 둘러싼 갈채를 봤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지난해 오스카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포함해 4개 부문을 수상했다. 박스 오피스에서 거둔 수익이 2억5000달러(약 2241억원)가 넘는다.
정 감독은 "당연히 나도 모두가 말하는 그 자막 영화(기생충)을 보고 싶었다"라며 "하지만 '미나리' 편집이 완성될 때까진 보지 않기로 했다. 그 영화가 내게 영향을 미치지 않길 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다 드디어 '기생충'을 봤는데, 어떻게 저렇게 잘 만들었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고무적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낙담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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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미나리'는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개막한 이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문화 잡지 배니티페어(Vanity Fair)의 수석 비평가 리차드 로슨은 이 영화가 "올해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라고 꼽기도 했다.
텔레그래프의 영화 평론가 로비 콜린도 "가족 관계와 미국 시골의 가치를 잘 관찰한 초상화"라고 표현했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미나리'는 이 씨 가족이 캘리포니아에서 살다가 아칸소로 이주해 겪는 이야기를 다뤘다.
이 영화의 따뜻함은 '기생충'의 날카로운 사회적 풍자와는 완전히 다르다.
아버지 제이콥은 한국 채소를 경작해 도매상과 식당에 팔 계획을 세운다. 그것이 아내와 두 자녀를 위해 더 나은 삶을 사는 방법이라 믿었다.
하지만 아내는 이 계획이 미덥지 않다.
부부는 농장 일과 아이들 양육에 도움을 받기 위해 한국에서 아이들의 할머니를 데려온다.
영화에서는 가족 드라마와 코미디가 어울려 매력적이고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물론 비극이 닥칠 것 같은 순간도 있다.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제이콥의 믿음은 결국 헛된 소망이었던 걸까?
영화의 디테일한 요소는 정 감독의 경험이 많은 밑바탕이 됐다.
"우리는 농장에서 살았는데 할머니도 함께 계셨어요. 영화에서처럼, 미나리를 개울가에서 재배했었는데 그건 할머니가 내린 판단이었죠. 미나리는 많은 아시아 국가에서 볼 수 있는 채소입니다. 실은, 제가 대여섯 살 정도였을 땐, 미나리 먹는 것을 정말 좋아하지 않았지만요. 미나리는 다른 건 자라지 못하는 곳에서 번성할 수 있는 단단한 작물입니다."
"그래서 저는 주로 할머니를 향한 사랑과 할머니의 지혜를 미나리로 연결하긴 했지만, (미나리라는 것은) 새로운 곳에서 번성하는 것에 대한 은유라고 볼 수도 있어요."

사진 출처, Josh Ethan Johnson
"이 영화를 집필하면서 저는 아버지를 훨씬 더 잘 이해하게 됐고, 제 어린 시절 아버지가 일하며 느꼈던 스트레스도 이해하게 됐어요."
원래 정 감독은 생물학과를 졸업한 후 의사가 될 생각도 했다.
하지만 예일대를 다니던 마지막 해, 그는 영화 제작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부모님은 매우 놀라셨고 걱정하셨어요. 제가 대학 졸업 후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보셨지만, 몇 년이 지나면 제가 하는 일을 더 지지해 줄 거로 생각했어요. 저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본능적인 욕구가 있었고, 궁극적으로 부모님의 허락 여부는 중요한 게 아니었어요. 그저 해야 한다고 느꼈어요."
'미나리' 속 풍경은 아름답다.
올해의 또 다른 오스카상 경쟁작인 '노매드랜드'도 그렇지만 미국의 풍경에서 힘과 아름다움을 끌어낸다.
정 감독은 자신에게 영향을 준 할리우드 영화는 존 포드의 '분노의 포도(1940년 작)'를 비롯해 엘리아 카잔, 윌리엄 와일러, 조지 스티븐스 등이 제작한 1950~1960년대 작품이라고 말했다.

사진 출처, John Springer Collection
"이 감독들은 땅에 관한 영화를 만들었고, 미국에서 희망과 꿈을 개척하는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정 감독과 프로듀서들은 시네마스코프(대형화면 영화제작) 방식을 넣는 것에 관해서도 토론했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장면이 가족의 작은 트레일러 집에서 촬영됐기 때문에 효과가 없으리라고 판단했다.
영화 대사는 주로 한국어로 이루어진다. '미나리' 제작을 할 때는 '기생충'의 성공을 가늠하기 어려울 때였다.
그렇다면 정 감독은 자막 장벽 문제를 피하고자 영어판 각본을 고민하기도 했을까?
그는 만약을 대비해 영어 비중이 높은 각본 판이 항상 대기 중이었다고 털어놨다.
정 감독은 "솔직히 아칸소를 배경으로 이 한국어 영화가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없다면 영어 대사 비중이 높은 각본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화와 사람들의 삶에 충실한 편이 더 좋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한국계 미국인 가정에서는 분명 집에서 한국어를 썼을 것이고요."
그러다 제작사 플랜B(브래드 피트가 공동 소유하고 있는 회사)가 제작에 함께하는 결정적인 순간이 오게 됐다.
"모든 게 좋았고요. 처음부터 플랜 B는 그저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영화를 만들라고 말했습니다. 제작자인 크리스티나 오도 한국계 미국인인데, 우리가 한국어로 촬영할 수 있게 하려고 싸웠지요."

사진 출처, Melissa Lukenbaugh
올해 '미나리'는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미국에서 제작한 영화임에도 대사가 영어가 주가 아니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기도 했다.
정 감독은 그 논란에 너무 깊이 있게 말려들 생각은 없다. 다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예를 들어, 만약 누군가가 미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게 북미 원주민 언어로 제작된다면 어땠을까요? 그 영화는 골든 글로브에서 외국 영화로 여겨졌을까요?"
제78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오는 28일에 열린다. 아카데미 상 후보 지명은 다음 달 15일에 발표될 예정이다.
영화 '미나리'로 정 감독의 할리우드 내 입지는 급부상했다.
그의 다음 영화는 미국과 홍콩 사이를 오가는 러브 스토리라고 한다.
정 감독은 다양한 인종, 전통, 문화의 차이를 넘어 공통된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 팬데믹 이후 영화의 주요 접근 방식이 될 것으로 볼까?
"저는 뒤를 돌아보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느끼는 작가들과 이런 생각을 하는 분들을 존경하고 있습니다."
"이전과 경쟁하지 않고 미래로 나아가기는 힘듭니다. 진정으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들려면 역사의 모든 부분을 반드시 조명해야 합니다. 그 역사를 파헤치고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가 충실해야 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죠."

영화 '미나리'는 한국에서 오는 3월 3일 개봉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