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사과 재배 못하고 강원도에서 귤 재배하는 21세기말 한국

포항 바나나 재배 현장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포항 바나나 재배 현장

연간 10.1일인 폭염일수가 3배 이상인 35.5일이 된다. 사과 재배지는 사라지며, 강원도에서 감귤 재배가 가능해진다. 모기나 진드기와 같은 해충 발생이 늘어나 감염병도 급증한다. 벚꽃의 개화시기는 지금보다 11.2일 빨라지고 소나무숲은 15% 사라진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이 현재 추세대로 이어지면 21세기 중반 이후부터 한반도가 목격하게 될 모습이다.

환경부와 기상청은 28일 논문 1900여편을 분석해 공동으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를 내고 한반도 기후변화 동향과 전망을 정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의 기온은 전 지구 평균보다 온도 상승 속도가 2배 정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0여년 동안 전 지구 평균 지표면 온도가 0.85도 상승한 반면, 한국은 약 1.8도 상승했다.

산업화에 따른 급속한 개발로 온실가스 배출이 컸던 것이 높은 온도 상승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겨울보다 여름철 기온 상승세가 더 컸다.

이산화탄소 최대 배출국
사진 설명, 이산화탄소 최대 배출국

90년대까지는 여름 기온이 연간 0.03도씩 올랐는데 2000년대부터는 20배 이상 높은 0.65도씩 오르고 있다.

바닷물 온도가 오르면서 수온을 에너지원으로 삼는 태풍은 더 강하고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

여름철 열대야 발생과 집중 호우 또한 증가 추세다.

지금 추세라면 한반도 온도 5°C 가까이 상승

보고서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 정도에 따라 21세기 말 기온상승 변화를 전망했다.

그 결과 온실가스 저감 정책이 상당히 잘 실현되는 경우(RCP 4.5)에는 한반도는 2.9도가 상승한다.

하지만 노력 없이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면 (RCP 8.5)에는 4.7도 상승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기존 예측치였던 기온 상승 폭 1.3도~3.7도보다 더 많이 오를 것으로 예측됐고 미래에 온난화가 더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사과 재배는 사라지고, 강원도에서 감귤 재배

이런 기후변화는 한반도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2090년 벚꽃 개화 시기는 현재보다 11.2일 빨라지고, 2080년대 소나무 숲은 현재보다 5% 줄어든다.

주요 농산물 이동지도

사진 출처, 통계청

사진 설명, 2018년 기준 주요 농산물 이동지도

벼 생산량은 25% 이상 감소하고 사과 재배지는 사라질 수 있다.

옥수수는 10~20%, 감자도 30%, 고추는 89% 수확량이 준다.

대신 양파는 생산량이 늘어나고, 감귤은 강원도 지역까지 재배가 가능해진다.

한반도 기온 상승으로 인한 농작물 주산지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기후변화에 따라 재배한계선이 북상하면서 농가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제주에서 집중적으로 재배됐던 감귤은 전남, 경남 지방으로 북상하고 있다.

사과 역시 주산지인 대구 주변지역은 생산이 줄어들고, 강원 산간 지역 재배가 늘었다.

열대 과일인 바나나는 제주도에 이어 해남과 포항에서 재배를 하고 있으며, 최근 강원도 삼척에서도 시험 재배에 성공했다.

바나나는 온도 25도 이상에서 잘 자라는데 13도 아래로 떨어지며 재배가 불가하다.

이외에도 제주도와 남부 지역 농가에서는 패션프루투, 채리, 애플망고, 블랙커런트 등 다양한 아열대 과수 재배가 시작되고 있다.

국립기상과학원이 2018년 내놓은 '한반도 100년 기후변화'에 따르면 현재 추세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경우 강원도 산간을 제외한 한국 대부분이 21세기 후반 아열대 기후로 변경된다.

그렇게 되면 사과, 복숭아, 포도 등의 재배 가능지가 감소할 전망이며, 아열대 기후에 적합한 감귤, 단감 재배는 늘어난다.

명태와 꽁치가 사라진 한반도 바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변화는 바다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한류성 어종인 꽁치나 도루묵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고 명태는 멸종 직전이다.

대신 고등어, 멸치, 살오징어 등 난류성 어종이 증가했다.

추위를 기다리는 명태들. 올해 대관령 황태덕장의 명태걸이는 초겨울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며 예년보다 다소 늦게 시작됐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추위를 기다리는 명태들. 올해 대관령 황태덕장의 명태걸이는 초겨울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며 예년보다 다소 늦게 시작됐다

모기 늘어나면서 감염병도 증가

전염병도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각종 감염병의 매개가 되는 모기는 27% 늘어나고, 갈색날개 매미충, 등검은말벌, 진드기 등 곤충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지금까지 관측된 것만 해도 4년간 얼룩날개 모기는 4배, 흰줄숲모기는 3.3배 늘어났다.

또, 기온이 1°C 증가할 때마다 쓰쓰가무시증, 말라리아 등 매개 감염병이 증가하고 살모넬라, 장염비브리오 등으로 인한 식중독도 증가한다.

해충 역시 개체수가 늘어나는데 이미 흰줄숲모기는 2016년에 비해 3.3배 개체수가 늘어났다.

이번 발간 보고서는 사회 전부문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 올해 하반기에 수립 예정인 '제3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2021∼2025)'을 비롯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등 각 분야 적응정책 수립에 활용될 예정이다.

황석태 환경부 생활환경정책실장은 "폭염, 홍수 등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증가하고 있어 취약계층 보호가 중요하다"며 "사회적 형평성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제3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