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사진 출처, Javier Hirschfeld/Getty
인간의 활동이 기후변화를 일으킨다는 건 알려져 있지만 그 책임을 정확히 누가 져야 하는가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기후위기와 관련해 가장 좌절감을 주는 사실 중 하나는 초기에 행동했으면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한 행동을 취하지 않은 상태로 시간은 흐르고 있고, 지구 온난화를 상대적으로 안전한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감축량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화석연료 회사들, 부유한 국가들, 정치인, 부자 그리고 때로는 심지어 우리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곤 한다.
누가 책임이 있는지 따지는 것은 쓸모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오슬로 국제기후환경연구센터의 글렌 피터스 연구부장은 "기후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움직이고 더 강력한 행동을 하게 할 때, 책임을 따지고 탓하는 것은 그다지 유익한 방법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탓하는 것이라 부르든 말든, 기후위기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해결책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석연료를 추출하는 사람들, 화석연료로 제품을 제조하는 이들, 이 제품을 규제하는 정부들, 이것을 사용하는 소비자들 등이 배출에서 어떤 비중을 차지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꼭 그들이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안정적이고 깨끗한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는 이들은 전기를 얻기 위해 탄소배출이 많은 디젤 발전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만, 그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리즈 대학의 생태경제학과 교수 줄리아 스타인베르거는 "(이렇게 따져보는 것은) 공급망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시스템의 단면을 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만으로는 책임을 배분할 수 없습니다."
그녀는 그러나 "공급망 내 각 연결고리를 살펴보는 것은 이 시스템을 다르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누가 선택권을 가졌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선택권이 어떻게 얻어지고, 누구를 위해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되묻는 것을 통해, 어쩌면 기후와 관련된 것들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화석연료 회사들
화석연료 회사들은 기후 문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17년 발표된 보고서는 지난 20년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70%가 100개의 화석연료 생산 회사에서 나왔다고 말한다. 지난 해 자료에서는 배출량의 3분의 1이 상위 20개 화석 연료 회사에서 나온 것으로 그려졌다.
이러한 회사들은 화석연료 추출로만 기후에 큰 영향을 준 것은 아니다. 이들은 여론을 만드는데도 힘을 기울였다. 2015년 미국 웹사이트 '인사이드 클리이밋 뉴스(Inside Climate News)의 보도에 따르면, 석유회사 엑손은 수십 년간 기후변화에 대해 알고 있었고 배출가스 감축 대책을 저지하고자 노력해왔다. 이 폭로로 인해 화석연료 회사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커졌다. 이제 많은 사람들은 화석연료 회사들이 계속해서 화석 연료를 추출하고 사용하게 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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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저널리스트 에이미 웨스터벨트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자신의 팟캐스트 '드릴드(Drilled)' 등을 통해 거대 석유 회사들의 전략을 탐구해왔다. 그녀는 1970년대 후반 엑손 같은 미국의 석유 회사들이 재생 에너지를 수용하고, 스스로를 석유 회사가 아니라 에너지 회사로 자처하려던 시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1990년대 초에 완전히 바뀌었다. 일련의 석유 위기와 달라진 리더십때문이었다. 그녀는 "'협상장에 나가면 규제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에서 '어떤 규제도 막아야 한다'는 방향으로 사고방식의 전환이 있었다"고 말했다.
웨스턴벨트는 화석 연료 회사들이 환경에 대한 우려를 엘리트주의적 주장으로 보이게 하는 "훌륭한 일"을 해왔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미국 국무장관이 된 렉스 틸러손 엑손 CEO는 기후변화와 싸우기 위해 석유 사용을 줄이면 빈곤을 줄이는 것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거듭해서 주장했다. "그들은 1950년대부터 말해왔어요. 산업을 어떤식으로든 깨끗하게 만들려 하면, 기본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불공평한 충격을 줄 것이라고요. 실제로 그 비용이 대중에게 떠넘겨질 필요는 없는데도 말이죠."
웨스턴벨트는 또 화석연료 회사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담론을 통제하기 위해 홍보전술을 사용해왔다고 말했다. 과학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사람들이 화석연료의 경제적 역할을 이해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기 위한 노력이었다. 웨스턴벨트는 "이들은 화석연료 산업을 중심에 둔 사회학 및 경제학, 윤리학 자료를 만드는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 산업이 사람들이 생각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것인지에 대해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역사학자 나오미 오레스케스와 에릭 콘웨이의 2010년 폭로를 담은 글 '머챈트 오브 다우트(Merchants of Doubt)에 따르면, 우파 싱크탱크 및 산업계와 연계된 소규모 과학자 집단이 수십 년간 기후를 포함한 미국의 과학적 지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공론을 왜곡해왔다고 한다. 그들은 "기후가 따뜻해지고 있다는 증거와 인간의 활동이 이것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과학자들이 처음 설명하기 시작한 이래로, 어떤 사람들은 데이터에 의문을 제기했고 증거를 의심했으며 자료를 수집하고 설명하는 과학자들을 공격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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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탄소 발자국 개념이 2005년 BP 미디어 캠페인을 통해 대중화되었다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웨스터벨트는 "이것은 '우리가 아니라 너의 잘못이다'를 말하는 가장 훌륭한 예"라고 말했다. "그들에게 아주 유용한 틀이죠. '오, 그래? 네가 정말 기후변화를 신경 쓴다면 왜 SUV를 운전하는 거야?'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부유한 사람들
배출량 감축 실패와 관련해 화석연료 회사들에 초점을 두는 것은 공급망이 어디서부터 시작되고 화석연료를 계속 추출하려는 압박을 볼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끝나는 지점도 살펴볼 수 있다. 화석연료의 최종 생산물을 소비하는 사람들, 보다 구체적으로는 다른 이들보다 훨씬 더 많이 소비하는 사람들이다.
리즈 대학이 최근 국제적으로 진행한 연구는 86개국에서 가장 부유한 10%의 사람들이 가장 가난한 10%보다 약 20배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계산을 내놓았다. 부유층에 의한 소비의 큰 부분은 교통수단이었다. 즉 비행기와 휴가, 장거리를 오가는 큰 차들이다.
이 같은 연구는 부유한 사람들에게 기후변화의 책임을 묻는 것일까? 논문의 공동저자 스타인베르거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는 대답이 나오는 것은 부자들은 돈을 쓰는데 있어 훨씬 더 많은 선택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인베르거는 "큰 차를 살 수 있을 만큼 부자라면 큰 차를 사지 않아도 될 여유가 있다"며 "만약 부유한 사람들이 매우 과시적이고 낭비적인 생활양식을 선택한다면, 분명히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자들은 정부나 정부의 정책을 추진하는 기업에게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곤 한다. "일반적으로 누가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가를 이야기 한다면, 아마 부자들이 다른 것들을 선택할 수 있는 결정권을 가지는 있는 경우가 많겠죠."
하지만 스타인베르거는 부자들 역시 자신의 소비를 가능하게 하고 심지어 보상을 해주는 시스템 안에 살고 있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답도 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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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사건들은 개인의 행동이 가진 영향을 살펴볼 수 있게 해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많은 국가가 봉쇄된 4월, 전 세계 일일 CO2 배출량은 2019년에 비해 17% 감소했다. 분명 큰 폭의 감소다. 일시적이지만 배출량은 2006년과 비슷했다. 하지만 얼마나 더 큰 배출량 감축이 필요한지에 대한 통찰은 얻을 수 없었다.
개인별 탄소 발자국을 보여주는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특정 소비자에게 책임을 돌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배출량 감축 정책을 만드는 최선의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스타인베르거는 가정 에너지는 모든 이들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세금을 활용해서 가정의 탄소를 줄일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에 대해 대규모 공공투자가 더 타당하다는 것이다.
그녀는 또 부유층에게 사치품 소비세를 부과하는 것등은 (간접세를 지불하지만 비용 장벽이 있는) 항공편 등을 보다 더 많이 소비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유한 나라들
기후 변화의 책임을 찾는 또 다른 방법은 어느 국가가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지를 보는 것이다. 부유한 국가, 역사적으로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했던 이 국가들이 다른 나라들보다 기후 변화에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국제 기후 협상에서 오랫동안 골치아픈 숙제였다.
향후 기후협상 틀을 마련하고자 1992년 체결된 최초의 국제기후협약은 중요한 원칙들을 포함했다. 국가마다 배출에 대한 역사적 책임이 다르다는 것과 함께 앞으로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능력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지금까지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많은 부분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들로부터 나왔다. 이들은 계속해서 가난한 나라들보다 몇 배 더 많은 양을 배출하고 있다. 미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훨씬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1751년 이래 전체 배출량의 4분의 1이 미국에서 나왔다. 지난 10년간 중국의 엄청난 배출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1인당 배출량은 여전히 미국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사하라 사막 이남에 살고 있는 10억 명은 각각 미국 인구 평균의 20분의 1을 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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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배출량을 "공정한" 방식으로 줄이기 위한 협상은 정치적으로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부유한 국가들은 약속을 지키는 것을 주저하고 있고, 회담은 계속해서 중단되고 있다. 결국 다른 접근법이 나왔다. 국가들은 그들이 약속할 수 있는 선에서 스스로 감축 목표를 정하게 됐다. 2015년 파리협약에서 나온 이 접근법에서 국가들은 지구 온도 상승을 '2도 상승 이하'로 제한하면서, 1.5도 이하가 되도록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면서도 누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 정확하게 정하지는 않았다.
에너지 및 기후 싱크탱크 '파워 시프트 아프리카'의 모하메드 아도우 국장은 문제는 부유한 국가들이 여전히 다른 국가들에 대해 "배출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도우는 부유한 국가들은 자국의 배출량을 줄일 뿐만 아니라 더 가난한 국가들이 탄소를 덜 배출하면서 발전할 수 있도록 금융과 기술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가난한 국가들이 현재 영향을 받고 있는 기후 문제에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도 해야 한다고 했다.
아도우는 "효과적인 조약체계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국가들의 노력을 공유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대처하려면 분명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포함한 모든 이들의 긴급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부유한 나라들이 앞장서야 합니다."
그러나 아도우는 부유한 나라에 책임을 떠넘기는 데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그는 "미국을 비난하는 프레임으로 시작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난한 사람들과 미래 세대 그리고 모든 생명이 지구와 대기를 공평하게 누리는 '지구 공동체'라는 프레임을 가지고 가야 합니다."
모든 기후 전문가들이 감소할 배출량을 공정하게 할당에 집중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이 전략은 이미 과거 사례를 통해 협상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피터스는 "기본적으로 국가들은 완벽하게가 아니라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완벽한 것을 최선과 대척점에 두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들"
배출량 감축을 국제적으로 협상해야 한다고 생각하든 말든, 부유한 국가들이 더 많은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는 말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말은 부유한 국가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이 사람들이 탄소 배출과 기후변화에 대해 더 많은 책임을 질 필요가 있을까?
어떤 면에서는 그렇다. 부유한 국가에서 많은 이들이 소비하는 제품과 에너지는 탄소 배출 및 지속가능성 문제와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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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는 모두 커다란 시스템의 일부이지만, 각각이 영향을 미친 정도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기후학자인 제네비브 귄처는 "우리 모두가 기후 변화에 책임있다는 것은 지어낸 말이고 위험한 것"이라고 썼다. "현재 우리가 처한 곤경에 정말 책임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감추고, 자신의 이익과 쾌락을 위해 수억 명의 다른 사람들이 죽게 내버려두는 사람들에게 정치적 포장거리를 주는 겁니다."
귄처의 말은 힘을 누가 가지고 있느냐는 문제로 귀결된다. 대중교통이 없는 교외에 집을 살 수밖에 없어서 직접 차를 몰고 다닌다면, 탄소배출에 책임이 있는 것일까?
스타인베르거는 "공급망 안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조절할 힘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급망 안에서 최종 소비자가 모든 것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린다고 할 수 있나요? 환경을 파괴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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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우는 국가 간 힘의 차이가 기후 회담의 결과에도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애석하게도 기후변화에 대한 역사적 책임이 가장 큰 국가들이 기후체제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며 "사실상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힘이 부족한 이들도 기후변화에 대한 행동을 주저하는 상황을 바꿀 수 있다. 2019년 다보스 포럼에서 그레타 툰베리는 국제 사회 엘리트들에게 "가격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가치있는 것"을 희생시켜 "상상할 수 없는 돈을 계속 번다"며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을 역설했다. 한 학술 논문의 말처럼 "권력과의 대면을 회피하면 지속불가능하고 부당한 시스템을 용인하게 될 수도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이 누군가에게 부과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어떻게 부르든, 기후 변화와 관련된 행동을 막고있는 힘과 의사결정 구조를 푸는 것은 중요하다. 이를 바꿀 방법을 잘 고안해야만, 절실히 필요한 배출량 감축에도 희망이 보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