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봉쇄의 고독 속에서 기후변화를 생각하다

봉쇄된 도시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홀로 외로운가. 이번 팬데믹으로 겪는 고립은 천천히 다가오는 기후변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될 지 모른다.

내 오랜 친구 지아코모는 라비올리(이탈리아식 만두)를 만들려고 파스타 반죽을 하고 있었다. 격식을 차리지는 않았지만 흠잡을 데도 없었다. 스크린 속 그는 조금 흐릿하게 보였다. 그는 갈라지는 목소리로 하루가 어땠는지 들려줬다. 이탈리아 시골에서 인도 델리로 연결된 전화였다. 이날 이탈리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가 차원의 봉쇄가 열흘째 계속되고 있었다. 이틀 뒤 인도도 완전히 봉쇄 될 예정이었다.

외국으로 간 이탈리아인이 향수병으로 고생한다는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8년 전 고향을 떠나온 뒤 특별히 외로웠던 기억은 없다. 집에 전화도 잘 하지 않았다. 어린시절 친구와 파스타나 사워도우로 만든 전채요리에 대해 대화하는 건 내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 외로운 건 아닐 거라 생각했다. 나는 남편과 다른 동거인들과 함께 정부 방침에 따라 자가 격리를 하고 있었다. 보드게임과 넷플릭스, 손수 만든 식사로 뒤엉킨 날들이 지나갔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쉽게 수화기를 들지 못했다. 고향 친구들과 긴 통화를 하지 않으면 상실감을 겪게 될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우리는 무너지는 세계를 마주하며 두려움을 공유할 터였다. 이 세계적인 보건 위기는 내가 집에서 보낸 몇 주보다 훨씬 긴 기간 조용히 다가오고 있는 어떤 것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지금 느끼는 이 알 수 없는 두려움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미묘하고 상시적인 불안과 맞닿아 있다. 기후변화는 세상을 그렇게 만들고 있다. 현재 환경은 돌이킬 수 없도록 변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는 다음 세대에 역사와 전통을 전해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가 야기할 붕괴는 지금 감염병 사태가 유발한 것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체계적이다. 이미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거의 인식을 못하고 있다. 원래 이탈리아 북부에 있는 내 고향 볼로냐의 여름은 적당히 따뜻했다. 하지만 지금은 매년 치명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전통적으로 집의 빨간 지붕이 열을 가두는 역할을 해 실내에 선풍기나 에어콘도 필요가 없었다. 이곳 델리의 중산층 가정 집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이제 폭염은 남유럽의 새로운 일상이 됐고, 매년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기후변화는 모두의 삶의 영향을 끼치는데도 왜 우리는 기후변화를 생각하면 외로울까?
사진 설명, 기후변화는 모두의 삶의 영향을 끼치는데도 왜 우리는 기후변화를 생각하면 외로울까?

이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통해 겪은 것처럼, 기후변화 속 삶은 절대 '뉴 노멀(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이 될 수 없다. 인류는 미지의 미래에 적응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으로서 나는 여전히 모르는 미래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묘사할 수 있는 적절한 언어가 아직 없다. 오랫동안 이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사실이, 이 뜨거워지는 행성을 더욱 외로운 곳으로 만들었다.

인간의 경험과 기후, 환경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심리학자 르네 레츠먼은 역설적으로 나는 혼자가 아니라고 일러줬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경험을 하면서 극도로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 그러면서 이렇게 느끼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라 추측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우리는 경험을 개인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최근 테드 토크(TED talk)에서 레츠먼은 대학에서 환경학을 전공했던 첫 해를 회상했다. "첫 학기는 인간이 아름다운 지구를 어떻게 손상시켜왔는지, 그 모든 방식을 설명하는 불쾌한 이야기들로 채워졌어요." 그는 출구가 없는 어두운 터널 속에 빠진 기분이었지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을 살아야 했다고 했다.

레츠먼은 대학을 거의 그만두다시피 했다.

그러다 캘리포니아에서 현장 연구에 참여하게 됐다. 여기서 그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학자들과 2개월을 보냈다. 자신의 감정을 열어놓게 된 시기였다.

"아무도 제게 더 긍정적이거나 희망적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기분이 나아졌죠." 그는 이런 감정의 이해가 기후행동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레츠먼의 이야기는 감염병 시대에 고독에 짓눌린 우리가 이 감정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지를 시사한다. 그는 아직 사회적으로 터놓고 말할 수 없는 주제들이 많다고 했다. 기후변화도 그 중 하나다. 사람들은 자칫 쉽게 판단되고 외면당할까 두려워 경험을 공유하기 꺼린다. 그게 더 외로움을 증폭시킨다. 그는 "공개적이고 더 열린 방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말하고 인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간이 어떻게 지속적으로 환경을 파괴해 왔는지를 알면 "어두운 터널에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사진 설명, 인간이 어떻게 지속적으로 환경을 파괴해 왔는지를 알면 "어두운 터널에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레타 툰베리는 기후변화에 대한 슬픔과 분노를 세계 만방에 호소했다. 하지만 그를 떠올릴 때면 타임지 표지를 장식한 얼굴 사진보다 '기후 파업(climate strike)'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홀로 인도에 앉아 세계 최초로 등교 거부운동을 했던 모습이 생각난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런데 외로움도 막지 못한 그의 결심은 어떻게 세상을 바꿔 놓았나.

툰베리의 메시지는 기후변화를 마주하기 꺼려하는 사람들을 일깨우는 데 도움이 됐다. 열아홉 소녀 팻시 이슬람 파슨스는 호주 시드니에서 '기후 비상사태(climate emergency)'라는 피켓은 여전히 사람들을 화나게 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십대들과 함께 트위터 기반 캠페인 '홀로 하지만 혼자는 아닌(Solo But Not Alone)'을 진행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기후변화 인식이 낮고 거리 시위 참여가 별로 없는 곳을 변화시키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의 고향에서 이 캠페인은 회의론과 비난에 시달린다고 그는 말했다. "(반대론자들은) 저희가 세뇌 당했다고 합니다. 과학은 진실이 아니고, 석탄이 필요하다고요. 아니면 전기도 없는 움막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해요. 그냥 저한테 욕을 퍼부을 때도 있고요."

이 단체는 온라인 연대로 기후변화의 원인에 집중할 수 있고, 적대적 현실과 격차를 메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역사회에서 탄소발자국 줄이기를 목표로 하는 '전환도시(Transition Towns)' 운동 창시자 롭 홉킨스는 그가 '체계적 고독'이라 부르는 이 감정에 대한 해독제를 온라인에서는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집의 지붕이 날아간 상황을 생각해보세요. 당장 도와줄 수 있는 지역 공동체와 페이스북 커뮤니티는 다릅니다."

우리는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가 공동체라고 생각하면서 지내왔다고 그는 말했다. "이제 더이상 그런 시대가 아니에요." 전환도시 네트워크 사람들은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기후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힘을 기르고, 지역 공동체 감각을 높인다. 2013년 영국 토트네스 마을은 '전환 거리(Transition Streets)'라는 생활습관 바꾸기 프로그램을 시작, 1년동안 450가구가 참여하기도 했다.

온오프라인 공동체는 위기 상황에서 고독을 이겨내는 힘이 된다
사진 설명, 온오프라인 공동체는 위기 상황에서 고독을 이겨내는 힘이 된다

홉킨스는 "사람들이 이웃과 함께 음식, 에너지, 물 등을 들여다보도록 하려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후기를 보니 아무도 배기가스나 1년에 600파운드(약 91만원)를 절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어요." 대신 자신이 공동체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를 알게 됐다고 했다. 7년이 지난 지금도 프로젝트의 일부 참가자들은 정기적으로 만난다.

친구 지아코모와의 통화는 추억으로 물들었다. 비록 햇빛을 쬐며 산책하거나 함께 저녁을 차리지는 못하지만 왓츠앱은 작게나마 대안처럼 느껴졌다. 지금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자. 이번 감염병이 끝나면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 무엇이 영영 사라질까. 미래에 우리는 무엇을 더 잘할 수 있을까.

어쩌면 감염병 시기의 짧은 고립은 다가오는 다른 체계적인 붕괴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이 될 지 모른다. 모든 위기는 외로움을 동반한다. 오늘 화상 통화로 드러낸 친밀감의 표시가, 다른 존재적 위협에 직면했을 때 연대하는 힘이 될 것이다.

바이러스는 어디서 태어났든 얼마나 부유하든 관계없이 인간의 삶을 바꾼다. 기후변화도 그렇다. 하지만 이 감염병 덕분에 우리는 내면의 외로움에 귀 기울이게 됐다. 또 같은 전투를 치르고 있는 타인과 그 감정을 더 잘 공유할 수 있도록 성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