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투비디오' 사용자들은 어떤 처벌을 받았나

손정우 미국 송환 불허 결정에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규탄 집회가 이어졌다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손정우 미국 송환 불허 결정에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규탄 집회가 이어졌다
    • 기자, 윤인경
    • 기자, BBC 코리아

법원이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에 대한 미국 인도 요청을 불허한 것에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손 씨는 지난 2015년 6월부터 2018년 3월까지 '다크웹'에서 W2V를 운영하면서 성착취물 22만여 건을 유통하며, 4억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챙겼다. 성착취물에 등장하는 피해자 중에는 사춘기 직전 아동부터 2세~4세 영유아도 있다.

손씨는 2018년 아동 성 착취물 유포 등의 혐의로 1심은 집행유예, 2심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당시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이 사건은 2019년 미국 법무부가 손 씨를 상대로 낸 고소장을 공개하면서 대중에 알려졌다.

미 법무부가 공개한 피의자 명단에 포함된 미국인과 영국인 사용자들에 비해 운영자인 손 씨의 형량이 가볍다는 점이 주목을 받으며,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법정형이 더 높은 미국으로 송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지난 6일 서울고등법원 형사20부(재판장 강영수)가 손 씨를 미국에 보내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권김현영 여성학자는 이번 송환 불허 결정에 대한 여성들의 분노 이유로 "사법부가 손 씨 가족에게 감사 인사를 받을 정도로 가해자 편이라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징역형 단 1명도 없어

미국 법무부는 손정우의 강제 송환을 요구했지만 6일 서울고등법원 형사20부는 이를 불허했다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미국 법무부는 손정우의 강제 송환을 요구했지만 6일 서울고등법원 형사20부는 이를 불허했다

한국에 있는 다른 W2V 사용자들은 어떨까?

지난해 경찰이 미국, 영국 등 38개국 수사기관과 공조해 W2V 한국인 회원 235명을 밝혀냈다. 이 중 221명은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고, 14명은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각 지방경찰청 송치 인원을 보면 실제 경찰에 검거돼 법원 선고까지 이어진 것은 손 씨를 포함해 40여 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실이 입수한 1심 판결문 42건을 보면, 징역형이 내려진 경우는 단 1건도 없었다. 벌금형이 34건으로 가장 많았고, 집행유예가 7건, 선고유예가 1건이었다. 실형을 선고받은 이는 손 씨가 유일했다.

대부분의 판결문에는 "누구든지 아동, 청소년이용음란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하여서는 아니 된다" 혹은 "사회적 해악이 매우 크고 반드시 척결되어야 한다"라는 말이 담겼다.

하지만 정작 내려진 형량은 이에 상응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한 디지털성범죄의 경우, 양형 기준이 명확치 않고, 벌금형도 100만원에서 1000만원 사이로 기준이 모호했다.

2018년 10월 원주지원은 W2V를 통해 아동성착취물 17건을 소지한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반면 아동성착취물을 3813건 소지한 혐의로 기소된 B씨(전주지법)에게는 벌금 300만원이 선고됐고,165건의 아동성착취물을 다운로드 받아 소지한 C씨(인천지방법원)에게는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다.

아동기관 취업제한 명령을 받은 경우는 손 씨를 포함해 10명에 불과했다.

아동기관 취업제한 제도는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로 형을 선고받은 이가 일정기간 동안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을 운영하거나 이에 취업할 수 없게 하는 제도다. 아동 음란물 제작·배포·소지도 대상에 포함된다. 

W2V는 수사망의 눈을 피해 다크웹에서 아동 성착취물을 보관하고 유통하는 서비스를 제공한 사이트로 성착취물 영상을 올리거나 다운로드 받는 것이 불법이라는 것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하지만 서울남부지방법원은 W2V에서 비트코인을 지불하고 아동 성 착취물 45편을 내려받아 소지한 D씨에게 벌금형 200만원을 선고하며 취업제한명령을 면제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의 연령, 직업, 재범위험성, 이 사건 범행의 종류, 동기 범행과정, 피해자들의 연령, 피해자들의 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취업제한명령을 발령해서는 아니 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라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미국은 징역 5~15년의 중형

'아동 성 착취물은 아동이 받은 성적 학대에 대한 영구적 기록이다'
사진 설명, '아동 성 착취물은 아동이 받은 성적 학대에 대한 영구적 기록이다'

지난해 미 법무부는 검거된 W2V 사용자 34명의 이름과 나이를 공개했다. W2V에서 성착취물을 내려받은 일부 미국인이 징역 5~15년의 중형을 받았다.

미연방법은 아동 성 착취물을 수령 및 배포했을 경우, 전과 여부와는 상관없이 최소 의무 형량을 5년으로 지정했다. 성범죄 전과가 있다면, 최소 의무 형량은 15년으로 늘어난다. 미연방 양형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아동 성 착취물 수령 혐의 평균 실형 기간은 93개월이었다.

미 법무부는 또한 아동 성착취물의 경우 일반 피해자와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동 포르노물 제작과 유통은 "아동이 받은 성적 학대에 대한 영구적 기록"이라며 "아동 피해자들의 희생은 영원히 지속한다"라고 범죄의 심각성을 표기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되나?

미국 범죄인 인도 요청에 대한 한국의 불허 결정과 관련해 워싱턴DC 연방검찰 마이클 셔 검사장 대행은 7일 연합뉴스에 "우리는 미국 시민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아동 성 착취 범죄자 중 한 명에 대한 법원의 인도 거부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권김현영 여성학자는 BBC 코리아에 만약 손정우가 "미국으로 송환됐다면, 해외사이트로 법망을 피해갔던 디지털 성범죄자들에게 크게 경각심이 일지 않았을까 싶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사건은 국제 수사의 결과였기 때문에 국제적인 공조에 응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여론이 있었던 것 같다"고 더했다.

한편, 재판부는 손정우의 송환을 불허하며 "이번 결정이 범죄인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은 결코 아니며, 범죄인은 자신의 진술대로, 앞으로 이루어질 수사 및 재판 과정에 적극 협조하고, 정당한 처벌을 받기 바란다"고 밝혔다.

손정우의 경우, 성범죄 혐의로는 판결과 형이 이미 다 끝나 이 부분에 대한 재수사는 불가하다. 검찰은 앞으로 범죄수익은닉 등의 혐의에 대한 수사를 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