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극찬한 클로로퀸' 위험성 밝혀낸 빅데이터 연구

세계 지도를 배경으로 의료 빅데이터 수집을 형상화한 이미지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말라리아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관련 제약사들의 주가도 훌쩍 뛰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클로로퀸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극찬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심혈관 질환 악화 등 부작용 보고가 잇따르며 클로로퀸 열풍은 한풀 꺾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달 15일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긴급사용허가를 취소했다.

이같은 부작용 연구의 배경엔 한국 등 전 세계 과학자들의 '의료 빅데이터' 협력 연구가 있었다.

아주대의료원 박래웅 교수팀은 비영리 국제연구단체 OHDSI(Observation Health Data Sciences and informatics) 일원으로 30여개 국 연구자들과 함께 클로로퀸의 위험성을 밝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복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 Google

사진 설명,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복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 빅데이터' 분석해 부작용 예측

OHDSI 는 세계 각국의 클로로퀸 복용 환자 데이터를 수집했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 투약 사례 95만여 건,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항생제인 아지트로마이신을 함께 투약한 사례 32만여 건 등 200만 건에 달하는 처방 사례가 모였다.

데이터 분석 결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단기 복용했을 경우엔 별다른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아지트로마이신을 함께 투여하자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증가했다.

이 연구는 현재 최종 논문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FDA는 지난달 15일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긴급사용허가를 취소했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FDA는 지난달 15일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긴급사용허가를 취소했다

연구에 참여한 내과 전문의 유승찬 연구원은 "한국은 선두적으로 코로나19 환자 정보를 전 세계와 공유한 나라"라며 "정부와 의료기관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일"이라고 말했다.

FDA는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사용허가 취소를 알리는 공고문에서 "심각한 심혈관 부작용 등 위험성을 고려하면, 이들 약품의 이점은 위험 감수의 가치를 뛰어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사생활 침해 우려' 산 넘어야

OHDSI는 20여개 나라 200여 개 기관으로부터 환자 21억 명의 진료, 약물 처방, 검사 결과 등의 데이터를 수집해 '공통 데이터 모델(CDM)'을 구축하고 있다.

세계 각국 개발자와 의료진들이 이 데이터의 활용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에선 60여 개 의료기관, 9천800만 명의 데이터가 모였다. 서울아산병원과 서울대학교병원,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 등 대형 의료기관들이 주 협력 대상이다.

그러나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박 교수는 종종 어려움에 부딪혔다고 했다.

아주대의료원 박래웅 교수팀

사진 출처, 아주대학교병원

사진 설명, 아주대의료원 박래웅 교수팀

그는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환자 정보를 변환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늘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의료 정보의 경우 가명 처리가 되더라도 특정 정보와 결합하면 당사자를 유추할 수 있는 등 재가공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 자주 나온다.

박 교수는 이번 클로로퀸 부작용 연구 과정에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함께 대구 시내 대형병원 두 곳을 겨우 설득해 자료를 얻는 데 그쳤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월 정부는 10대 산업분야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하며 의료 정보를 가명 처리해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민간 기업들도 가명 처리된 의료 빅데이터를 사용해 연구 개발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