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과 교육: 교육은 계층 간 격차를 완화시킬까 오히려 악화시킬까?

미국에서 젊은 세대 사이에 계층 간 이동은 더욱 요원한 일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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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미국에서 젊은 세대 사이에 계층 간 이동은 더욱 요원한 일이 되고 있다
    • 기자, 션 코플런
    • 기자, BBC News 교육 전문기자

학교가 계층 간 이동과 공정성에 도움을 줄까? 아니면 오히려 '금수저'들에게 더 많은 이점을 주는 걸까?

학교가 모든 불평등을 해결해주지는 못하더라도 우린 적어도 보다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리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OECD의 경제 연구소에서 실시한 계층 간 이동에 관한 대규모 국제 연구는 보다 냉정한 현실을 보여준다.

한 아이의 교육에 매년 투자할 때마다 빈부격차는 더 커졌다.

60개 이상의 국가에서 최고 부유층과 극빈층 사이의 차이는 평균적으로 15세가 됐을 때 3년 동안 학교 교육을 받은 것과 같은 차이가 났다.

가난한 배경에서 자란 10명의 어린이 중 단 한 명 가량만이 부유한 배경의 어린이들과 비슷한 수준의 성적을 냈다.

더 벌어지는 격차

이 연구는 1995년 10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치러진 시험 결과와 2000년의 15세 학생들의 결과를 가지고 10년 후 20대 중반이 된 이들 학생들의 성적을 추적했다.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매번 사회적 격차는 더 확대되는 편이었다.

계층 간 이동성은 점차 느려져 이제는 빈민층이 평균 수준의 소득을 얻으려면 다섯 세대가 지나야 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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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계층 간 이동성은 점차 느려져 이제는 빈민층이 평균 수준의 소득을 얻으려면 다섯 세대가 지나야 할 정도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는지 알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보다 부유한 가정의 어린이들은 교육 측면에서도 고속도로를 타고 있는 것과 같다. 집에서 더 많은 지원을 받아 좋은 학교와 대학에 진학할 확률이 더 높아지고 더 좋은 교육을 받은 부모의 개입으로 도움을 받는다.

이러한 이점들은 축척돼 격차를 더 증폭시킨다.

이 연구에 따르면 학생이 15세가 됐을 때 평균적으로 성적을 결정하는 변수 중 13%는 학생의 사회적 배경에 의해 결정된다.

이는 국가마다 차이가 있다. 영국은 평균보다 낮은 11%이고 노르웨이와 에스토니아는 이보다 더 낮은 8%였다. 프랑스는 20%였고 독일과 스위스는 16%였다.

'인생역전' 사례는 여전히 있다

하지만 모든 게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OECD의 교육 부문 최고책임자 안드레아스 슈라이어는 "가난이 반드시 운명인 것은 아니다"라는 증거도 많다고 주장한다.

많은 빈곤층 어린이들이 좋은 성적을 내는 학교 시스템들도 존재한다.

싱가포르에서는 빈곤층 학생들도 국제 기준에서 성적이 우수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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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싱가포르에서는 빈곤층 학생들도 국제 기준에서 성적이 우수한 편이다

싱가포르, 일본, 핀란드 같은 국가에서는 가장 가난한 계층 20%에 속하는 학생들의 시험 성적이 슬로바키아, 우루과이, 브라질, 불가리아의 가장 부유한 계층 20%보다 더 높았다.

영국도 이런 측면에서는 결과가 좋은 편이었다. 영국 학생들의 성적 중앙값은 이탈리아의 부유층 20%의 평균보다 높았고 스페인 부유층 학생들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지 않았다.

"이는 매우 유사한 배경의 학생들 사이에서도 매우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슈라이어는 말한다.

그는 몇몇 국가에서 부유하거나 가난한 학생 모두에게 "뛰어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국가들이 있기 때문에 낙관론을 가져볼 만하다고 한다.

이번 연구는 또한 베트남과 중국을 비롯한 사례에서 가난한 학생들이 오히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다른 연관 요인들을 발견했다.

한 가지 두드러지게 나타난 패턴은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의 사회적 구성의 중요성이었다.

많은 나라에서 가난한 학생들은 비슷하게 가난한 학생들끼리 같은 학교에 모여있는 편이었다.

그러나 이것을 막을 수 있다면 부유한 학생과 가난한 학생이 함께 교육을 받는 학교에서는 가난한 학생도 훨씬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음을 이번 연구는 보여주었다.

정원은 늘었지만 선택은 줄었다

그러나 연구는 한편으론 불평등이 얼마나 교육 시스템 안으로 쉽게 흡수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밀물이 온다고 해서 모든 배가 뒤집히는 건 아닙니다." 슈라이어는 말한다.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의 수는 늘었지만 이것이 반드시 시스템이 공정해졌다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

싱가포르에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 상당수는 가족 구성원 중 처음으로 대학교 학위를 얻는 사람이 된다. 계층 간 이동성과 기회의 확장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는 보다 부유한 가족들이 대학 정원의 증가로 혜택을 훨씬 더 많이 받아 교육 격차는 더 커졌다.

'공정'의 측면에서 이탈리아는 뒤로 후퇴하고 있다고 슈라이어는 말한다.

사회적 분화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은 계층 간 이동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작년 초 OECD가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에서 계층 간 이동성은 매우 둔화돼 빈곤층이 평균 수준의 소득을 달성하는 데 다섯 세대가 걸린다고 한다.

소득불평등과 교육 격차가 사회적 분화를 악화시킨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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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소득불평등과 교육 격차가 사회적 분화를 악화시킨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능력주의는 민주주의의 커다란 약속이고 계층 간 이동성은 능력주의가 제대로 발현하고 있는지에 대한 테스트라 할 수 있죠." 슈라이어는 말한다.

"그래서 저는 계층 간 이동성이 제한되거나 둔화되고 있다면 우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계층 간 이동의 둔화가 단지 높은 자격요건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져 경쟁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석사 이상의 학력 또는 고급 기술을 가진 노동자에 대한 수요 또한 마찬가지로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 대신 그는 사회적 분화가 뿌리내린 시스템이 생겨나는 것을 경고한다.

"계층 간 이동성 둔화와 소득 불평등의 악화는 함께 가는 편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부유한 가족들이 더 부유해지면서 "능력은 있으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개인들"이 뒤쳐지게 될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우리 교육 시스템이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시키지 못했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사회적 불평등은 오히려 늘었죠." 슈라이어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