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올해 같은 여름 또 올 것' 국내최초 폭염연구하는 이명인 교수

사진 출처, UNIST
- 기자, 김효정
- 기자, BBC 코리아
2014년 500여 명, 2016년 2000여 명, 그리고 2018년 4000여 명.
올해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온열질환자 발생 수 추이다. 4년만에 환자 수가 6배 넘게 증가했다.
기록적인 폭염이 한반도를 덮치면서 '폭염겟돈(폭염+아마겟돈)'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겨울과 봄에는 미세먼지로, 여름에는 폭염으로 '숨 쉴 수 없는 날'이 계속됐다.
온 국민의 관심사가 폭염을 비롯해 기상이 된 가운데, 국내 최초로 폭염을 분석하고 기상 예보시스템을 준비하는 곳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해 문을 연 울산과학기술원의 폭염연구센터 이야기다. 이 곳 이명인 센터장에게 이번 여름 폭염에 관해 물어봤다.
폭염, 아직 한 고비 남았다
더위의 끝이라는 말복도 지났는데, 전 국민의 관심사인 폭염은 이제 물러난걸까.
전문가인 이명인 센터장은 "아직 아니다"라고 답했다.
태풍 리피, 룸비아가 접근하면서 16일부로 영동 및 남부 지역에 폭염이 다소 주춤했지만, 한반도 상층 고기압 세력이 강하게 유지되고 있기에 한 고비가 더 남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 고기압으로 당분간 전국적인 폭염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사진 출처, News 1
그러면서도 한반도와 일본을 향해 북상하는 태풍 솔릭의 영향에 따라 다음 주 중반 이후 폭염이 누그러질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 센터장에 따르면 1994년 살인적인 더위와 많이 비교됐지만 올해 폭염은 이를 넘어 신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매우 높다.
폭염이란 공식적으로 일 최고 기온 기준 33도 이상을 의미한다.
지난 15일 기준으로 전국 폭염일수는 28.8일로 1994년 31.1일에 거의 근접했다.
그는 "올해 경우 아직 여름이 남아있어 2018년이 폭염일수 신기록을 만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서울 폭염 일수는 15일 기준으로 28일로 이미 신기록을 세웠다고 본다"고 했다.
한반도, 왜 이렇게 숨 막히게 더웠나
폭염이 일어나는 까닭은 대기 순환 같은 지역적인 원인도 있지만 온실 가스 증가 등 전지구적인 영향도 있다.
이번 폭염은 온난화로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 기상 상황까지 온도를 더 끌어올렸다.
올해에는 장마가 짧게 지나갔고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 세력이 한반도에 자리 잡으면서 한반도에 폭염이 길게 이어진 것이다.
같은 한반도지만 폭염은 북한보다 남한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이 센터장은 "북한 역시 폭염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열대야와 폭염일수는 각각 3일 미만, 6일 미만으로 남한에 비해서는 적은 수준"이라고 했다.
위도를 떠나 도시화도 폭염과 열대야에 중요한 원인이 되기 때문에 도시가 발달한 남한에 폭염이 더 심한 것이다.

사진 출처, 조선중앙통신
고층빌딩처럼 높은 건물이 증가하게 되면 바람도 건물에 막혀 풍속이 저하되고 도시 내부에 열이 쌓인다.
도시 냉방 시설도 온도 상승에 한 몫한다. 이 센터장은 "더워서 건물이나 차 등에서 에어콘 등을 켜게 되지만 여기서 나오는 인공열이 도시 폭염의 주요한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시원하라고 에어컨을 가동하지만 이로 인해 온도가 더 올라가고 에어컨을 더 세게 틀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사진 출처, 뉴스1
폭염이 일상화되면서 국가 차원에서 폭염을 재난으로 지정해 관리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로 폭염 피해 규모는 태풍이나 홍수 등보다 더 크다. 눈 앞에서 대규모 피해를 내지는 않지만 지속할 수록 피해가 급속도로 커진다. 폭염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이유다.
1994년 폭염 당시, 관련 사망자 수는 3천3백 명으로 역대 기상재해 중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낳았다.
"폭염 예측과 경보 시스템으로 피해 크게 줄일 수 있어"

사진 출처, UNIST/ 폭염연구센터
폭염은 자연 재해기에 막긴 어렵지만 예보와 경보시스템을 통해 피해를 줄일 수는 있다.
폭염연구센터가 폭염을 연구하는 이유도 좀 더 정교한 폭염 예보시스템을 만들어내려는 데 있다.
이 센터장은 이 곳에서 예측 시점에서 길게는 2주까지의 폭염 발생 조기 경보체계를 개발 중이다.
과거 기록적인 폭염 사례를 통해 폭염이 생기고 사라지는 과정을 분석하고 원인을 찾는다. 이를 토대로 수치예보 모델을 만들어 예보가 맞는지를 검증한다.
그는 폭염 예보가 정밀해지면, 폭염의 시작이나, 종료, 강도 등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되면 온열 환자 발생 등 폭염 피해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 센터장은 "경보 시스템을 통해 식중독 등 집단 감염병을 예방하고, 양식장도 미리 대책을 마련해 폐사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폭염 예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름철이면 논란이 되는 전력 상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는 "폭염 상황에 대비해서 전력 에너지 관리를 하면 정전 피해 예방이 가능하다"고 했다.
내년, 내후년…폭염은 또 찾아온다
이 센터장은 내년이나 내후년에도 폭염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1994년을 제외하면 역대급 폭염은 2013년, 2016년등 2010년이후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평균 폭염 일수는 9일 정도지만, 기상청 기후변화 전망보고서에서는 2060년까지 2배 이상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명인 센터장은 "온실가스 증가에 따라 미래는 더 더워지고, 여름 일수는 길어질 것"이라며 "더 큰 폭염피해나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을 줄이려면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공급 체계를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