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물림 사고'로 올해 21명 사망... 공포에 떠는 인도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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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메릴 세바스찬
- 기자, BBC 뉴스, 코친
지난 며칠 동안 인도 남부 케랄라주의 한 영상이 SNS에서 화제가 됐다.
영상에서는 운동화를 신은 한 남성이 각종 장애물을 통과한다. 공원 벤치를 뛰어넘고, 벽을 오르고, 도로 안전고깔을 빠져나가는 동안 옆에서 친구가 응원을 보낸다. 둘을 지켜보던 여성이 군 입대 준비로 훈련 중인지 묻자, 응원 중이던 친구가 들개에게서 도망치는 훈련이라고 답한다.
광고 대행사가 제작한 이 풍자 영상은 사실 특별할 것도 없다. 지난 몇 주 동안 수천 명의 케랄라주 주민이 들개에 분노하는 밈과 영상을 만들고 공유했다. 애완동물을 비롯해 개가 사람을 공격했다는 최근 보고가 이어지면서 격렬한 반응이 촉발됐다.
동물 복지 운동가와 수의사들은 케랄라 지역 주민 대부분이 개를 꺼리고 거리를 둔다고 말한다. 동물 복지 옹호자인 샐리 바르마는 "케랄라에서는 애완견조차 대부분 우리에서 생활하고 하루 종일 사육장에 갇혀있거나 묵여있다. 개를 집에 들여보내는 경우는 드물다"라며, "이제 사람들은 길에서 자는 들개가 광견병에 걸렸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케랄라주에는 약 29만 마리의 들개가 있는데 인도 내에서 들개가 많은 10개 주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다만, 개 물림 사고 건수는 올해 전국 6위를 기록했는데, 2022년 7월까지 전년도의 두 배인 약 10만 건이 보고됐다.
이 문제는 역사가 길다. 전문가들은 부적절한 쓰레기 처리 방식, 거리에 버려진 애완동물, 무엇보다 중성화 및 예방접종 부족이 꾸준히 문제가 되는 개 물림 사고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21명이 광견병으로 사망했다. 이 가운데 12세 소녀는 백신을 3차례 접종한 것으로 알려져, 백신의 효과에 의문이 제기됐다. 주정부는 해당 백신 및 항혈청을 품질 시험소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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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랄라를 공포에 빠뜨린 이번 사건은 2015~2016년 개 물림 사고가 증가해 공공연한 들개 살해가 자행되던 시기를 연상시킨다.
당시 저명한 사업가를 비롯한 일부 주민이 들개에 현상금을 걸면서 전국적 잔학 행위를 촉발했다.
피투성이 개 사체 사진(일부는 가짜로 판명됨)이 SNS를 통해 확산되자,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케랄라주를 보이콧하는 온라인 캠페인이 시작됐다. 현장에서는 들개를 보호하려던 운동가들이 대중의 분노에 직면하기도 했다.
6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비슷해 보인다.
12세 소녀가 숨진 뒤 케랄라주 신문과 TV 채널은 지역 내 개 물림 사고를 전면 보도했으며, 일부 채널은 케랄라주 내에서도 지역을 나눠 사고 현황을 알리는 전용 지면을 신설하기도 했다.
케랄라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 복지 단체인 '다야(Daya)'의 설립자 암빌리 푸라칼은 "이런 개 물림 사례가 광견병 때문인지는 아직 파악조차 안 됐다"라고 설명한다.
일부 기업도 개에 대한 적개심을 돈벌이 기회로 삼았다. 현지에서 밀가루를 판매하는 한 기업은 최근 광고에서 짖는 개를 피해 도망치는 한 남성을 등장시켰는데, 이때 자사 제품을 섭취하면 달리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자막을 띄웠다.
전문가들은 섣부른 정보가 허리케인처럼 돌아다녀 좌절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인도 수의사 협회에서 케랄라주 지부 부대표를 맡은 비나 디 박사는 "이와 같은 사례로 일간 뉴스 보도가 폭풍처럼 쏟아지지만 정작 대중의 인식 개선에는 아무 기여도 못한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뉴스 보도는 대체로 끔찍한 사진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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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마는 "언론이 입에 거품을 문 광포한 저먼 셰퍼드의 스톡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공포심이 극에 달한 일부 주민은 극단적인 행동에 나섰다. 지난 9월 초 경찰에 접수된 사건에서는 한 남성이 공기총을 소지하고 한 무리의 아동을 학교까지 호송했다. 현지 언론은 케랄라주 일부 지역에서 들개가 살해되고 있다는 내용도 보도했다.
운동가들은 주민의 공포심을 비난할 수는 없지만, 폭력이 답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다만, 길에서 개를 만났을 때 막대기와 돌을 들고 반응하면 "공격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푸라칼의 설명이다.
문제 해결 압박이 거센 가운데, 주정부는 최근 대법원에 "공격적" 개와 "광견병" 개의 살처분 권한을 요청했다. 이 사안은 9월 28일(현지 시간) 재심리를 앞두고 있다.
바르마는 "대량 학살로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 한 제자리 걸음일 뿐이다"라고 말한다.
동물 복지 운동가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중성화 프로그램을 최소 5년 동안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아프고 다친 동물을 위해 보호소를 만들고, 모든 개에게 예방접종을 하고, 책임감 있는 먹이 제공 시스템을 만들고, 기존 동물 복지 단체와 협력하는 편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한, 인간과 동물 사이의 신뢰 회복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바르마는 인스타그램 페이지에서 많은 정보를 공유하는데, 댓글을 통해 사람들의 심경 변화가 엿보였다고 말한다.
"(현 상황은) 사람들이 나빠서가 아닙니다. 단지 너무 많은 상황이 불투명한 가운데 안전이 우려됐기 때문입니다."













